처음 기차를 탄 날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00번지"
엄마가 고향집을 떠나기 전, 칠 남매를 보며 결의에 찬 눈빛으로 일러준 주소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엄마가 가르쳐준 주소를 행여 까먹을까 봐 머릿속으로 무수히 되뇌었다.
온 식구가 집을 떠나 처음으로 기차를 탔다. 기차는 길다는 말처럼, 말로만 듣다 처음 타 본 기차는 정말 신기했다. 칙칙폭폭, 철커덩, 기차의 흔들림에 한 살 많은 언니와 나는 기분이 절로 좋아져, 기차에 온몸을 맡긴 채 웃음보가 터졌다. 얼마나 웃었던지 배꼽이 빠질 뻔했다.
기차에서 내려 찾아간 곳은 평화시장이었다. 가게마다 알록달록 걸려있는 예쁜 옷들을 보자 나도 모르게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쫄았다. 낯선 아주머니가 이것저것 새 옷을 입혀주는 손길에 인형처럼 몸을 맡긴 채 어색하게 웃음 짓던 나. 한 살 많은 언니랑 쌍둥이처럼 똑같이 빨간색 옷을 입고, 똑같은 빨간색 구두를 신자 엄마를 향해 투덜거리며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기분이 얼떨떨했다. 무슨 날이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도통 알 수 없는 날이었다.
중국집에 들어가 난생처음 짜장면도 먹었다.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매일 이런 날만 있으면 왠지 훌륭한 사람이 될 것 같은 생각도 잠시 들었다.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 내린 곳은 부천의 어느 한적한 곳이었다. 커다란 철재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 마치 과수원처럼 복숭아나무가 펼쳐졌고, 넓은 텃밭엔 각종 야채가 심어져 있었다. 한참을 걸어 대저택처럼 넓은 건물로 들어서자 수녀님이 빠른 걸음으로 웃으며 다가와 반갑게 맞아주었다. 우린 잘 훈련된 조교처럼 방긋방긋 웃으며 수녀님께 깍듯이 인사를 했다. 예절을 늘 강조했던 할아버지에 의해 훈련된 몸짓이었다. 그날의 기분은 설렘으로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