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진 소설
노 작가는 누굴 기다리는 걸까, 안색이 점점 초췌해진다.
노 작가가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주고받는데 얼굴이 침통해진다. 잠시 후 전화를 끊고나더니 안경을 벗어 탁자 위에 올려놓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대체 무슨 일일까? 나는 얼떨결에 일어나 손수건을 꺼내 노 작가에게 건네주려다가 이내 포기했다. 매너 좋은 카페 주인이 노 작가에게 다가가 말없이 손수건을 건네준 것이다. 그리곤 등을 토닥여준다. 노 작가는 괜찮다며 급히 눈물을 닦고 카페 주인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인다. 궁금증이 밀려온다. 고흐의 눈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준 동생 테오처럼, 고흐가 신학의 길을 포기하고 화가의 길을 택했을 때에도 테오는 형을 위해서라면 그 어떠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그 아릿함이 겹쳐진다.
정신이 멍해 있는데 카페 주인이 내게 다가온다. 커피를 좀 더 드릴까요? 카페 주인이 상냥한 목소리로 물어온다. 나는 무심결에 "네"라고 대답했다. 커피 향이 너무 좋은데요,라고 말하자 카페 주인은 "감사합니다." 라며 정중히 머리를 숙였다.
"실례지만 저분은 누구신가요? " 내가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 장 선생님 말씀인가요? 저분은 이 카페의 10년째 단골이십니다. 제가 사십 대 초반 이곳에 처음 카페를 열고부터 지금껏 찾아와 주시는 오래된 단골이시죠. 굉장히 멋있으신 분이기도 하고요."
카페 주인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해주었다. 초면에 더 묻는 건 실례가 될 것 같아서 난 커피를 마시며 창밖에 나부끼는 꽃잎에 시선을 주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