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카페 안에서 (4)

김미진 소설

by 별꽃서리


"살다 살다 이런 정신없는 날은 처음이네, 안 그래요, 새댁?"

아주머니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그 새댁이란 말이 왠지 싫지 않았다.

"맞아요, 저도 이런 날은 처음이에요."

"그런데 남자들은 왜 안 오는 걸까요? 시간이 꽤 지났는데..."

나는 카페 한쪽 귀퉁이에 걸려있는 벽시계를 쳐다보며 말했다. 크고 둥근 블랙 시계는 열한 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커플의 여자도 왼쪽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를 들여다보며 불안한지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넓은 카페 안은 촛불 몇 개만 간신히 타오르고 있었다.

'천둥만 안치면 덜 불안할 텐데...'

천둥은 굵은 빗줄기 속에 계속 쿵쾅거려 귀가 얼얼할 지경이었다.

"배 안 고파요?"

아주머니가 매고 있던 자주색 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얼 꺼내더니 커플의 여자와 내게 하나씩 건네주었다. 다 찌그러진 초코파이였다.

"독거 어르신들 만나면 주려고 가지고 다니는 건데, 출출하니 이거라도 하나씩 먹어요."

"감사합니다."

비록 다 찌그러졌지만 아주머니의 따뜻함이 배어있는 초코파이였다.

커플의 여자와 나는 초코파이를 뜯어 입안에 조심스레 털어 넣었다. 달달한 것이 뱃속에 들어가서일까, 불안감이 덜 느껴졌다. 마음 씀씀이가 돌아가신 친정엄마를 닮아있어 가슴이 뭉클해진다.

"여기 처자는 아까 그 키 크고 잘생긴 사람이 남자 친구인가? 참, 그러고 보니까 내 딸하고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데 이름 물어봐도 될까?"

"예, 강신영이라고 합니다."

"그렇구먼. 참 좋을 때다, 그렇죠?"

아주머니가 나를 쳐다보며 빙그레 웃었다. 나는 당황스러워 얼른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봤다. 성난 빗줄기가 카페를 삼켜버릴 듯 으르렁거리며 달려들었다.

바깥 어둠 속에서 검은 물체가 일렁거리더니 카페 문이 열림과 동시에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아이쿠야!"

"아이쿠야! 아이쿠야!" (계속)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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