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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시민 Jun 13. 2024

끝없는 방황 속에서

소설을 쓰고 싶었다.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일은 소설이라고 여겨졌고 한 줄 두 줄 써 내려가 보았을 때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저것 기울다가 오늘 방통대 국문과에 원서를 냈다. 갑작스레 국문과는 무슨 일인지 싶겠지만 문학, 글, 국어 등 아는 지식이 하나도 없었다. 하나라도 배우면 하나라도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이버대학은 이미 상담 심리로 경험해 봤으니 다른 경우의 공부를 배워보고 싶었다. 검색을 해보니 방통대는 시험을 직접 치러 가기도 하고 꽤나 '빡세다'라는 말을 많이 보기도 해서 게으른 나에게 좋은 자극이 될 것 같았다. 무사 졸업까지 하고 싶다. 아 아직 결과는 안 나왔으니 모르긴 모른다. 합격을 먼저 기대해야지. 과목 중에 문법, 현대문학, 소설 창작 등 다양한 과목들이 보였다. 문법이라면, 문학이라면, 어떤 것도 관심 없던 부류였다. 생각해 보면 글을 쓰고 싶다는 사람이 단순하게 적어내려가면 그게 글이지라고 생각한 것도 맞겠지만 글로 성공한 사람들조차도 아무도 글에 대해서 배운 적 없다고 하지만 난 뭐라도 배워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컸고 뭘 채우지 않으면 내가 쏟아낼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벌써 글들을 뭘 써야 할지 몰라 이 얘기 저 얘기 적고 있는 것 보면 어떤 에피소드라든지 지나가다 들은 이야기라도 적어야만 마땅했다. 배움이 쉽지 않지만 나는 인생을 살아가는 게 더 힘들었다. 하루 온종일 10시간씩 차라리 앉아있는 편을 선택하는 것이 마음에 더 편하였다. 사람을 만나고 뛰어다니고 일을 하는 건 내게는 타고난 기질 덕분인지 미친 듯이 영향을 엄청나게 받았다. 남들처럼 살면 무너지는 법 밖에 배울 수 없었다. 지금도 집에 박혀서 방에 박혀 글을 써 내려가는 게 누군가의 눈에는 왜 저러고 살지 싶을 수도 있다. 밖에 나가서 사람 좀 만나고 햇빛도 쬐고 ( 밖에 나가기도 하고 산도 다니고 운동은 계속한다. 얕은 대화 속에 나를 판단하는 사람들의 말 중 하나이다.) 연애도 좀 하고! 징그럽게 듣지만 아무것도 관심이 없어서 타격감은 없다. 인생이 너무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은 삶이라서 내가 지금 아무리 남들의 비교 군에 들지 않는 선에 살더라도 현재를 바라보고 사는 삶이 더 좋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준으로 선택하는 삶이 정답이 되길 원했다. 너 그러다 굶어 죽으라고 외쳐도 그럼 굶어 죽을 게라고 외치는 어리석고 한심한 영혼이라도 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삶이 나를 이끌었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해주었고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었다. 그런 점에서 바라본다면 어떤 삶과 비교가 가능할까. 내 삶이 너무나 완벽한데, 과연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있을까. 어릴 적부터 기웃거리던 삶이 아직도 정착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뭘 해야 할지 몰라 이곳저곳을 헤맨다. 방향성을 누가 알려주더라도 그건 내 길이 아니니 또 방황한다. 끝없이, 돌고 돈다.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얼른 뭐라도 해야지 이뤄야지 인생을 바꿔야지 모순이 넘치는 삶을 살고 있다. 후회하고 정신 차리고 후회하고 또 정신 차리고 오늘은 낫겠지, 내일은 더 좋아지겠지, 그럼 내년에는 괜찮아지겠지. 희망 회로를 돌린다. 합리화를 계속한다. 여우의 신 포도를 그리며 정당화를 한다. 그래도 나를 응원한다. 나만이 나를 믿는다. 불안함에 흔들리고 또 흔들리지만 나를 믿고 오늘도 끝없는 방황 속에서 방황하는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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