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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시민 Jun 14. 2024

당연한 것은 없다는 진실

인생에 당연한 것은 없다. 


몇 년 전 법륜스님의 불교대학에 관심이 생겨 바로 신청을 하고 불교대학을 다닌 적이 있다. 

화상 채팅으로 강의를 하였고 1주일마다 주제가 주어졌던 걸로 기억한다. 


그중 기억에 남는 주제가 하나 있다면 나에게 커피 한 잔이 오기까지 과정을 생각해 보는 것 그런 느낌의 주제였다. 커피 한 잔, 카페에 가면 주문만 하면 나오는 그 한 잔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 보고 생각해 본 적이 살면서 없었다. 


주제도 신기했고 그 시간을 가지면서 오늘도 한 번 더 깨달음을 얻는 순간을 얻기도 하여 많은 도움이 되는 배움이었구나 생각한다. 커피 한 잔이 오기까지 생각해 보자면 우선 커피콩을 재배하기까지 들이는 시간과 노동력이 있다. 땅도 필요하고 비, 햇빛, 바람, 모든 게 필요하다. 그리고 나무가 자라고 커피콩을 수확하게 되면 또 나라에서 나라로 이동을 해야 한다. 커피콩을 수확하는 노동력도 필요하고 여러 자원들이 필요하게 된다. 이동해서 한국으로 오기까지 시간들과 온갖 운송수단이 필요하다. 카페에 오기 전까지 공장에 도착해서 커피콩도 볶게 되거나, 가루로 만들어지거나 등 다양한 방법들을 거쳐 카페로 가서 결국 나에게로 온다. 


좀 더 생략된 부분이 있겠지만 커피 한 잔이 이렇게 많은 수고와 시간과 인력이 들어간다는 걸 생각해 보면 도저히 한 잔이 한 잔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늘 이 커피 한 잔이 생각난 이유는, 친구를 만나고 왔는데 친구는 나보다 즉흥성이 많고 하고 싶은 게 정말 많고 여행 다니기를 좋아한다. 여러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며 새로운 곳을 가보는 것을 좋아해 그것을 꼭 해야만 하는 친구가 있다. 


하지만 반대로 나는 정말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타인과 어울리는 걸 힘들어하며 집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여행도 혼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책 읽는 시간을 보내는 게 삶에서 더 이득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오만일지 모르지만 그게 맞는다고 살아오고 어느 책을 보아도 '나'를 닦는 데 시간을 들이는 것이 맞는다고 말하여 나도 그런 줄 알고 살아간다. 하지만 친구를 보면 그런 생각이 정답이지만은 않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즉흥, 충동 등 뒤에는 행동력이 기반이 되어있고 결국에는 뭔가를 이뤄내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어디선가 말하는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며 '나'를 닦아 가는 시간이 좀처럼 보이지도 않기도 한다. 내 삶을 다 알지 못하는 것처럼 친구의 잠깐 대화로 그의 인생을 다 판단할 수 없겠지만 내 머리로는 이해되지 않고 납득이 가지 않는 말, 일들이 많았다. 여기서 다 풀 수는 없겠지만 나와 성향이 다른 사람에 대해서 머리로 해결되지 않고 있었고 내가 가진 가치관이나 생각들, 살아가는 목표들이 친구를 만나고 오면 흔들리기도 하였다. 


나는 끝없이 고민하고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오는 결괏값을 생각하기 바쁘고 그게 망치면 안 될까 봐 노심초사하는데도 불구하고 친구는 오히려 그런 고민을 하면서도 일단 저지름이, 한편으론 대단스럽기도 하고 앞뒤 안재고 하는 모습이 낭만 있으면서도 나의 삶과 다르니 나에게는 모순점으로 보이기도 하였다. 


정적인 삶을 살아야 맞는 데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일순간 정답이 아닌 건가 하는 의심까지 들게 만드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리고 마늘을 깎으면서 깨달았다. 


앞서 말했던 커피 한 잔이 생각나면서 나한테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내가 가진 기준으로 남을 바라보니 힘듦으로 다가왔고 어쩌면 나도 저런 모습을 가지고 싶은데 갖지 못해서 부러움에 불편함이 일어났으며, 모든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마늘을 깎으면서 깨달았다. 


매일 반찬에 있던 마늘이, 매일 국에 있던 마늘이, 그냥 당연한 모든 것들이, 이런 수고로움이, 시간이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는 걸 겨우 내가 가진 불편함과 부러움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서 느껴진 것들이 다 시간이 부족했다는 걸 알았다. 


가진 게 없고 쓸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여겼던 시간들이 사실은 부족한 것이 맞았고 나보다 더 나아 보이는 사람을 보며 부러워했던 진실이 사실은 부럽지 않아도 되고 나 역시 필요했던 시간들이 아직 덜 채워져서 이런 마음이 들었던 것을 오늘 알게 돼 기뻤다. 


매일 이렇게 깨달음을 얻으려고 하고 대체 왜 이런 생각을 하며 사나 싶으면서도 그냥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나는 이런 글을 쓰고 싶어 하고 타고난 게 이렇구나 하다 보면 마음이 편해졌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매일, 깨달음을 찾고 나를 찾아 나서는 삶을 살 수밖에 없겠구나를 오늘도 한 번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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