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시민 Jun 12. 2024

수입 0원이 가져다주는 희망

인간의 삶에 권태로움만 남았더라면 어땠을까? 아마 절망스러웠겠지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난 여전히 돈에 대해서 괴로움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입이 0원이 된 지 2달째를 앞두고 있다. 

어쩌면 다행히 부모님과 함께 살아 이런 평안을 누리고 사는지도 모른다. 쓴 인생을 맛보기나 했는지 이제는 일로서 힘듦과 사회생활의 고통을 잊힌 지 오래였다. 


프리랜서 일을 하면서도 권태로움을 자주 느꼈다. 눈을 뜨면 침대 옆 책상에 바로 앉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인생이 될까 봐 어떻게든 일을 구해서 했고 같은 일을 매시간 매일 빠지지 않고 하였다. 집에서 누릴 수 있는 재택근무의 특권이라 생각하며 권태도, 불만도 사치라 여겼다. 


하지만 1년, 2년, 3년 차를 접어들자 미친 듯이 권태로움이 찾아왔다. 회사를 다닐 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권태로움. 이대로 이 일을, 무의미한 삶을 반복적으로 살다가 인생이 끝나버릴 것 같은 죽음 직전의 권태로움이 찾아왔다. 아무것도 나아지는 게 없는 권태의 늪, 지옥에 빠진 듯한 감정이 폭풍처럼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왜 또 이 감정을 겪는 걸까. 다른 사람은 참으며 나아가기도 하는 것 같고, 또는 즐기는 사람도 여럿 있고 일을 사랑하는 자도 있는데 왜 나는 사랑할 수 없었을까. 일에 대한 권태로움만 생각하기 바빠 죽을 듯이 힘든 감정을 가질까. 괴로웠다. 한순간에 모든 일을 다 그만두었다. 


또, 또 한 번 더 나는 나를 포기하였다. 


일을 그만둔 처음은 해방감이 조금 들었다. 아무 일하지 않는 것이 평온을 가져다주기도 하였다. 똑같은 일을 하지 않아도 돼서 마음이 놓였다. 이대로 삶이 반복되지 않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잠깐이었다. 권태로움을 벗어나야겠다고 한 곳에는 불안이 도처에 깔려있었다. 수입이 없어지니 지출도 줄어들었다. 사고 싶은 것은 더 줄어들었고 뭘 하며 살아야 할지에 대한 방황을 하기 시작하였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방향성이 사라진 날들이었다. 일을 하는 권태로움보다 더 괴로움을 또 겪자 권태로움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짧게 스쳤지만 돌아갈 수 없었다. 분명 돈이 없는 게 더 괴로운 데도 불구하고 권태로움과 일의 지겨움은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 며칠을 방황하고 며칠을 책에 파묻혔다. 


어느 순간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글을 썼다. 시간이 많이 넘쳐났고 글 쓸 시간도 넘쳤다. 나의 이야기를 적기에 적합한 시간들이 주어지자 나를 쏟아내는 글들을 적었다. 누구한테 보여줄 생각도 없었고 알릴 생각도 없는 글들을 쏟아내자 뭘 해야 할지 생각이 났다. 


앞으로 글을 써야겠다는 것. 


수입이 하나도 없는데도 글만 쓰는데도 살면서 겪지 못한 감정을 느꼈다. 행복이라고 느끼기가 어려웠던 하루들이었는데 글을 쓰는 순간들은 몰입 되고 모든 게 잊히고 오로지 글만 보였다. 


책을 읽고 나를 쏟아내고 그런 시간들이 온갖 잡음과 잡생각들을 다 지워서 머릿속을 비워냈다.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다. 당장의 수입이 없어 불안한 것보다 일단 나는 나를 들여다보고 쏟아내고 비우고 다시 채울 거리를 찾아야 하는 시기라는걸, 


필요한 시간임을 자각하고 욕심내지 않고 해야겠다는 마음가짐만 가지고 불안해하지 않고 즐기며 글을 쓰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한낮의 우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