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다짐 하나를 하였다. 브런치 글 100개 채우기. 반응이 있어서 감사하면서도 만약 누군가 보지 않더라도 100개 쓰기는 나와의 약속이었다.
매일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참 어렵다. 예를 들면 잠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느라 영어 단어장을 외울 때 절박함이 있고 간절해서 시간을 들이는 것이 소중하였고 하루도 빠짐없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험이 끝나고 철저히 뭔가를 배울 때는 매일 한다는 것이 힘들고 어려운 것이라는 걸 알았다. 간절함이 있을 때와 없을 때는 극명하게 차이가 났다.
일본어 공부가 하고 싶어져서 시작하면 대부분 보름 정도만 하고 끝이 났다. 끈기가 없다고 하기엔 그래도 공무원 준비했던 지난 1년이 끈기 없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어려웠다. 이상하게도 간절함이 사라지니 뭔가를 하는 게 막막하고 어렵기만 하였다. 마음에서 우러나오지를 않고 목표의식이 생기지를 않으니 루틴이나 꾸준함을 선택해서 하기가 어려웠고 결국에는 몇 번 시도한 끝에 일본어는 어느새 다시 내 삶에서 잊혀 갔다.
하지만 글쓰기는 조금 달랐다. 100개는 채울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자 글을 쓰는 게 신이 났고 하루하루 써 내려가는 것이 재미있었고 목표도 뚜렷하다고 느꼈다. 글을 쓰고 100개를 채우고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나를 채우는 시간들이 눈에 보인다고 생각하자 더 동기부여가 되었고 쓰는 게 힘들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이건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고 글 쓰는 공부도 하고 싶다는 마음까지 생겨 더더욱 좋았다.
100개 채우면 어쩌면 나라는 사람의 포트폴리오를 차곡차곡 채웠고 어느 정도 매일 썼다는 게 보인다면 의지와 끈기까지 말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여러 경험들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하고 싶다고 해서 도전하더라도 대하는 태도와 마음이 양적으로 차이 나는 걸 보면서 어떤 걸 해야 오래 할 수 있을지, 재미나게 할 수 있을지, 나에 대해 강점을 키울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되어 배워나가는 점이 크다고 생각한다.
여러 방면의 글을 쓰면서 나의 이런 점이 열의가 생기게 하는구나, 나는 이런 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구나, 나는 이럴 때 답답함을 느끼는구나 하면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몰입하게 되니까 생각도 정리되었다.
의미 있는 도전과 시간이 될 것 같아 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책에서 또는 인스타나 블로그에서 본 것인데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유명 작가, 피아니스트 등 작품이 몇 천 개가 되더라도 유명하거나 잘 쓴 작품은 2-3개에 그친다고 한다.
나머지는 형편없거나 믿어지지 않는 수준이라고.
나도 그런 마음으로 쓰고 있다. 그림을 계속 꾸준히 그리고 그림이 좋아서 포기하지 않으면 성과가 나는 것처럼 글 또한 재능의 여부가 중요하면서도 내가 글을 쓰는 행위를 사랑하고 좋아하고 책을 즐겨 읽으며 내 나름대로 노력을 하게 된다면 졸작도 언젠가 작품으로 나의 이름을 걸고 책 한 권을 낼 수 있는 날이 오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