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지 않는 날들을 붙잡고 있진 않는지, 멈출 줄 모르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하루들을 보내고 있진 않은지,
누군가의 성공을 바라보며 질투를 느끼고 있진 않은지 궁금해.
20살부터 시작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
그때 하고 싶었던 게 무엇일지 생각해 보면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아주 조금도 생각나질 않는 걸 보면
난 아마 그다지 간절한 게 없었는지 얕은 기억들 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
20살이 지나고 20대 초를 지나면서
나는 어땠을지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아무 생각 없었기도 하고 그냥 아무것도 갖춰지지 않은 본능적으로
살았던 것 같아.
성인이 됐고 자유가 주어졌으며
책임도 온전히 내가 져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막 산 것 같아. 돌이켜보면
누가 아마 옆에서 많이 알려줬을지도 몰라.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해라, 그 나이 때는 뭐를 해야 한다.
지금도 사실 별반 다를 바 없지.
그래도 20살쯤에 내가 한 귀로 흘려듣지 않고
하나라도 주워 들었다면
정신 차리고 살았을까.
쓸모없는 질문들이었겠지. 20살의 내가 이 편지를 본다면
생각보다 많이 달라서 아니면 어쩌면 더 20살 때
어른스러운 면이 있어서 지금의 나를 위로하려고 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번 해보곤 해.
난 여전히 인생에 대해서 묻고 답을 못 찾고 있어.
그때의 나 역시,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 같아도
제일 고민이 많고 어려웠을 때인데,
누가 들어줬을까.
같이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귀 기울여줬을까.
지나가던 어떤 한 인연들이 들어줬을까.
내가 그런 고민을 나눴을까.
많이 힘들었던 건 기억나는 것 같아.
근데 웃기게도 정확히 기억이 잘 안 나.
하늘이 무너질 것만큼 힘든 순간들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쌓이니
아무것도 기억 안 나더라.
오히려 좋은 것 같아. 그때의 많고 많았던
고민들이 있어서 지금의 나도 더 고민하고
신중해질 수 있는 성격이 된 것 같고 조심스러워진
모습에 다행으로 여기기도 해.
어떤 책에서 봤는데 지금이야 나이가 들고
좀 더 성숙해졌다고 생각해서 그때 했던 선택들이
어리석고 철없고 한심해 보이더라도
결국에는 나의 그 환경에, 조건에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하더라고.
맞는 것 같아. 난 그때 그게 제일 최선이었을 거야.
누군가를 보내고 나의 어리석었던 선택과 행동들,
지나치면 할 수 없는 공부들까지
모두 다 내 최선이었을 거야.
그래도 한 가지 고마운 건
나 자신을 놓지 않았다는 점, 제일 고마워.
덕분에 10년을 더 살게 되었어. 많은 일을 겪었고
힘들었고 재밌었어. 좋은 점이 지금은 더 많아.
앞으로도 기대가 돼.
삶이 다채롭다는 걸 매일 느끼고 있어.
그래서
그때로 돌아간다면, 돌아가서 말해줄 수 있다면
너무 잘 살고 있으니
조금 걱정을 덜어주고 싶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험한 세상이 있긴 해도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괜찮을 테니까
괜찮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