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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시민 Jun 20. 2024

모르기 때문에 매일 읽습니다.

모르기 때문에 매일 읽습니다. 어릴 적에는 판타지 소설이나 로맨스 소설을 읽으면서 상상력을 한껏 발휘하면서 지냈습니다. 누군가를 상상하고 사랑에 빠지고 하는 그런 것들이요. 때로는 마법사가 되는 상상도 하곤 했었죠. 나이가 들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이제는 책을 다방면으로 찾아 읽습니다. 뭐라도 읽으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려주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해답이 있을까 싶어 읽습니다. 


누군가 책을 읽다가 책을 읽네요? 왜 읽어요?라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몰라서 읽는 건데, 대놓고 몰라서 읽는다고 말하기에는 나의 무지를 인정하는 것 같아 그건 보여주기가 싫고, 지적 허영심 때문에 읽자니, 그건 또 너무나 허영스러움이 묻어나는 것 같아 선뜻 대답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정말 왜 읽는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하나씩 읽다 보면 계속 의문이 들긴 합니다. 내가 정말 모르는 게 많구나, 이 세상을 다 알았다고 생각한 적도 없지만 너무 모르고 살았구나 싶어져 부끄러움과 앞으로 계속 읽어나가야 하는데 그럴 의지와 행동력이 있을지 걱정부터 앞섭니다. 어리석게도 오늘부터 읽으면 될 일을, 내일을 걱정합니다. 


한때는 글을 쓰는 사람이 부러워 읽었고, 또 한때는 책을 많이 읽어 유식해 보여 따라 읽었습니다. 책이라도 많이 읽으면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싶어서요. 그렇지만 아직은 욕심이자 무리인가 봅니다. 읽어도 읽어도 몰라서 또 읽게 되는 것을 보면요. 어떤 소설가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이 괴로운 일이라고 합니다. 나를 끝까지 밀어붙여서야만 글이 써지고, 책을 읽을 수 있게 된다는데, 


어쩌면 너무 평화롭게 책을 읽고 있느라 아직 그 발끝도 못 따라간 게 아닐까 싶습니다. 누군가가 되고 싶어서 모방하기도 하고 잘난 척도 좀 하고 싶어지는 이 마음이 생기고는 하는데요. 오늘 마음이 오래 가진 않습니다. 내일이면 금세 다 잊고 그저 책 읽는 사람으로 다시 남기도 합니다. 


이런 글의 느낌을 써보기도 하고, 저런 느낌의 글도 써봅니다. 요새는 뭐든 해봐야 저한테 어울리는 게 뭘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옷을 들고 내 몸에 맞춰보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가끔 시도 들춰보고는 어렵다고 느끼고, 소설을 보면서도 또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걸까 싶은 장벽도 느낍니다. 


책을 읽어서 성공한 사람들의 영웅스러운 이야기도 많이 찾아봅니다. 몇 백 권을 읽어서, 몇 천권, 또는 만 권을 읽어서 인생이 바뀌었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정말 저 정도는 읽어야 인생이 바뀌려나 싶으면 저는 오늘도 많이 늦었습니다. 


책 읽는 것이 재밌어야 하고 즐거운 일이어야 하는데 지금은 되묻게 됩니다. 쌓아놓은 책들이 많아 읽는 것인지 누군가가 읽으라고 해서 읽긴 읽는데 이걸 따라 하면 되는 게 맞는지 또 남들을 따라만 가는 건지 아니면 따라 하기라도 해서 비슷하게라도 될지 여러 질문들이 생깁니다. 대답해 주는 이는 없지만요. 저 혼자 찾고 답을 내려야겠지요. 그래도 책을 읽어서 생각이 확장되고 여러 방면의 글들을 읽어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는 걸 느껴서 이게 재밌는 거구나 하고 깨닫기도 합니다. 


책이 없었으면 종일 유튜브나, 인스타를 하며 남들의 인생을 들여다보기 바빠 나를 찾기는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도 영영 쓸 수 없었을 테고요. 매일 새로운 주제와 생각들을 적어내려가니 이것도 재밌긴 합니다. 누군가 하트를 누르고, 글을 읽어갔다는 조회 수가 오르는 걸 볼 때면 또 다른 감정이 듭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고 뿌듯함도 드네요. 


살아가면서 지나친 경험들은 모든 것에 다 쓸모가 있다고 하던데 저에게도 오늘의 이 하루가 쓸모 있는 어떤 것으로 다가오기를 바랍니다. 아직 젊으니까 되돌아보기도 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저에게, 또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되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해 보면서 글을 이만 줄입니다.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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