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매일이 웃음 밭이었다. 내가 천성에 우울이 생긴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오래 우울이 있는 것치고는 우리 집은 밝았다. 실없는 농담들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우리 집은 장소를 가릴 것 없이 웃었다. 밥 한 끼를 먹을 때도 행복이 우수수 쏟아지는 그런 형태였다. 어느 날 가족이 다 모이면 그날은 쉴 새 없이 수다가 쏟아졌고 웃음이 터졌다. 막상 대화를 되짚어보면 생각나는 것은 별로 없었다. 뭐가 그렇게 웃긴지 매일 웃을 수 있는 우리 집이었다.
언제 하루는 이 웃기는 상황이 웃겨서 엄마가 소설로 써보라고 하였지만 그 웃긴 상황이 생각나지를 않아서 쓸 수 없었다. 그냥 매일 웃긴데도 쓸 거리는 딱히 없었다. 우리 집을 묘사하기에는 너무 어려웠다.
예전에도 우리 가족이 이렇게 웃음이 많았나 싶기도 한다. 특히 내가 어릴 때도 밝았냐 물으면 항상 밝았다고 한다. 그럼 그냥 밝은 사람이었나 보다 싶어진다. 난 한없이 내가 우울을 움켜쥐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남들이 보기에는 그냥 다 밝아 보였나 보다. 때로는 그게 낫겠다고 생각 들기도 하였다. 우울한 이미지보다는 밝은 게 오히려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우리 가족은 재밌다. 물론 다른 집처럼 집 나가라는 소리를 들으며 자라기도 하였다. 그건 어릴 때 일어날 수 있는 에피소드 정도로 생각 든다. 사이가 안 좋을 때도 많았다. 학창 시절이든 다 커서도 자주 싸우곤 하였다. 다음 날 되면 언제 싸웠냐는 식으로 서로 다 잊고 다시 웃음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애증의 관계인가 싶었다. 없으면 찾았고 있으면 나 혼자 시간을 줘!라고 외쳤다. 되돌아보면 그렇게 싸움이 있어야 지금의 이 시간들이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자주 싸웠지만 이해하는 시간들이 커졌다. 나이 들고 보니 별로 쓸데없는 걸로 싸웠지만 대부분 사소한 걸로 싸우다 보니 나 역시도 화내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냥 좋게 생각하면 좋게 되는 경우들이 많았고 설명해 주면 대부분 이해가 됐고 심정을 알게 되었다. 가족도 나도 다 서로 자기식대로 해석하고 이해하다 보니 싸우게 되는 점들이었고 일단 대화를 많이 하다 보면 풀릴 때도 많았다.
또 다른 재밌는 건 내가 종일 집에 가만히 책을 읽거나 우울을 파며 시간을 보내도 가족들이 퇴근하고 집에 오면 다 해결되었다. 미래에 대한 고민도 현재의 불안도 눈 녹듯 사라졌다. 어쩌면 가족이 나의 힐링인들 이 아닌지. 쓸데없는 고민, 지금의 쉬는 시간들을 보내며 삶에 대해 고민하고 아파하더라도 다 쓰다듬어주었다. 그런 시간도 있어야 바빠지는 때도 온다고 그리고 겪어본 적이 있지 않냐며 나를 다독였다. 그렇지, 그럼 그때는 다 모든 게 이해되는 순간이 왔다. 잠시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흔들리던 내 마음을 다 잡아주곤 하였다.
가족 이야기를 남들한테는 잘 하지 않는 편인데, 글로 남겨본다. 내가 누군지 밝히지 않아서 편한 이유도 있었고 어떤 머릿속에 박힌 고정관념도 없이 글에서 비치는 부모님이라서 남들에게 기준들로 평가되지 않을 수 있어서 괜찮을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 가족 이야기를 하면 사이가 너무 좋은 것만 이야기하게 될 것 같아 그것도 생각할 거리가 되기도 하였다. 살면서 가족들과 사이가 좋지 않을 때도 있지만 사이좋지 않을 때 만나 이야기를 하게 되면 나쁜 소리만 또 하게 될 수도 있었다. 그런 적도 있었고 되돌아 생각해 보면 너무 주워 담지 못할 말들을 했나 하고 반성하기도 하였다. 내가 보고 지낸 삶이 단편적으로 전해질 뿐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가족의 분위기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이 어쩌면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후로부터는 가족 이야기를 거의 꺼내지 않게 되었다. 사람은 양면성이 있고 환경도 매일 같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여러 면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이해가 아닌 오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 참 어렵다고 생각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