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식장애를 극복한 지 1년하고 6개월

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by Dubu

나는 섭식장애를 극복한 지 1년하고 6개월이 지난 휴학생이고, 한 때 극단적인 다이어트로 내 몸을 성하게 한 적이 있다.


시작은 서빙알바면접이었다.

"이런 피부와 이런 체형으로 손님들을 맞이할 생각을.. 쯧쯧"

이 정신 나간 점장이란 인간은 토씨하나 안 틀리고 이렇게 말했다.


미친 면접이 끝나고

"에라이 똥 밟았다~ 면접자리는 많으니까 뭐.."

라고 자기 위로를 하며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거울을 보았다.

여드름 투성이, 흉측한 몸..


내 자신이 끔찍하게 싫었다.

그렇게 다이어트가 시작되었다.


인생 첫 다이어트

밀가루가 있는 음식을 금하고 극가 극을 오가는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탄수화물과 당은 적이라는 표어가 심어졌고 그것을 대체하는 맛을 찾는 데에 혈안이 되었다.

비싼 저탄수 가공식품을 병적으로 챙겨두거나 나랑드사이다, 제로콜라, 스테비아를 외출할 때마다 챙겨 나갔다. 스스로 정한 규율이 하나씩 늘어갈 때마다 강박감이 되어 나를 괴롭혔다.


난 약 90일간 내 몸을 조여왔다. 아침마다 체중계에 써져 있는 내 몸무게는 전날 식단을 잘 지킨 나에게 상을 주는 것만 같았다. 166에 47킬로인 나만의 모델이었던 로제처럼 되기 위해 다이어트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로제'만의 특유한 마른 분위기가 되고 싶어 다이어트를 지속했다.


하지만 로제는 선천적으로 뼈대가 말랐고 얼굴도 작았다.

난 얼굴이 크고 뼈대도 남들보다 있는 편이다. 난 부정하고 싶었다. "계속 굶고 운동하면 언젠간 로제처럼 될 거야"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말이다.


어느새 166에 47킬로를 찍은 나는 드디어 성공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마치 우월한 위치에 있는 것만 같았다.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말을 학창 시절부터 간접적으로 겪어본 나는 어쩌면 단기간 안에 성과를 쉽게 낼 수 있는 다이어트를 성공해서 경쟁사회에서 우위를 점하고 싶었던 것 같다.


폭식증 시작

하지만 얼마 있지 않아 폭식증이 발병했다. 극단적으로 다이어트에 임하다 보니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상당했고, 이상 식욕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매일같이 철저하게 칼로리를 지키며 고구마 150G을 먹던 날이었다. 하지만 이때 무슨 생각이었는지 고구마 하나를 더 먹고 싶었다. 순식간에 두 개가 없어졌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몇 초 뒤에 갑작스럽게 식욕이 폭발했다.

큰 접시에 놓아둔 고구마 10개를 그 자리에서 다 먹었다. 온몸이 살이 덕지덕지 붙은 기분이었다.

100킬로가 될 것만 같았다. 집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즉시 화장실로 달려가서 구토를 시도했다. 검지손가락을 목 안쪽까지 깊숙이 찔러 넣다. 헛구역질 소리가 거실을 점령했다. 그렇게 10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구토가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6개월간 폭식증이 지속되었다.


물론 살을 빼려는 모든 사람이 다 식이장애에 걸리는 건 아니다. 누군가는 건강상의 이유로 반드시 살을 빼야만 하는 경우도 있음을 잘 안다. 하지만 살을 빼는 건 기본적으로 통제의 영역이다. 네 몸을 통제하는 건 생각보다 위험을 동반하는 일이다.


통제는 억압이고 억압된 것은 반드시 회귀한다. 다름 아닌 요요가 그것이다.



요요가 오다

나를 포함해, 살을 뺐던 사람들 대부분은 뺀 몸무게만큼 다시 찌거나 혹은 그 이상 찌게 되는 '요요'를 경험했다. (아닌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돌아왔다.) 살을 빼는 건 심하게 말해 도박 같아서, 한 번 시작하면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다.


지금은 폭식증 나았냐고? 폭식증은 나았지만 식욕은 줄지 않았다. 자기 전에 먹방을 습관적으로 틀면서 허기를 달랬다. 다이어트하기 전만 해도 친구들이 "먹방을 보고 대리만족을 한다"라는 말을 하면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하고 나서는 먹방이 없었음 어떻게 살았을까란 생각도 문득 들었다.


어찌 됐든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잘 지내고 있다.

바쁘게 사는 게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는데 그럼 바쁘게 안 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라는 이 제목이 정말 작가의 모든 의도가 담겨 있는 게 아닌가 싶다. 10대 후반부터 다이어트를 일상화했고 20대 초반에 찾아온 섭식장애와 폭식증을 17년간 함께하며 벗어나기 위해 싸웠던 과정들 그리고 이기기 위해 찾아냈던 방법들, 그러나 결국 현재 폭식증을 이겨낸 것도 진 것도 아닌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된 이야기 등이 담겨있다.


작가는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러기 위해 그녀는 용기를 내어 이 책에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 그리고 자신의 아픔도 모두 솔직하게 얘기하고 있다.


책은 모두 5 문단으로 구성되고 있고, 각 문단에는 본인의 폭식증 증상, 그 증상에 대한 원인을 찾기 위한 자기 성찰, 섭식장애에 대한 세상의 시선과 자신 안에 있는 상처 그리고 결국 자신만의 방법으로 극복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실 난 섭식장애를 모두 극복하고 나서야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결론은 우리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나를 많이 아껴주고 괜찮아라는 말을 꾸준히 해줘야 한다.

전국의 식이장애를 겪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책 속에서

내향적이면서 외성적인
내향적이면서 외성적인 사람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기지 않지만 무리에 잘 어울리고 자신의 생각도 잘 표현한다. 외향적이면서 내성적인 사람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 항상 무리 안에 있지만 자신의 생각은 잘 표현하지 않을 수도 있다.


타고난 예민함
초민감자는 정이 많은 성격이라 자신보다 남을 돌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스스로 도우미 역할에 사로잡히게 된다고 한다. 그로 인해 집단에 소속되어 있는 것에 대한 피로감이 크다. 이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모 아니면 도라는 극단적 성격을 지닌 경우가 흔한데, 나도 그랬다. 집단 속에 있을 때는 그 안에서 완벽하게 적응하며 집단에 필요한 존재가 되기를 원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스스로를 압박했다.


자기 관리 강박
섭식장애는 단독으로 발병하지 않고 심리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우울증, 불안증, 강박증, 알코올이나 약물 이존, 해리장애, 충동조절장애 등이 있는데 나는 그중 우울증, 불안증, 강박증 증세가 심했다. 강박증의 경우 질서에 대한 과도한 집착, 일중독, 완벽주의, 결벽증 등 좀 더 세부적으로 증상이 나타났다. 보통 강박적 성격장애는 성인 초기에 시작된다고 하는데 나 또한 그랬다. 통제가 강한 부모님 밑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내다가 성인이 되어 갑자기 무제한의 자유가 주어지면서 스스로를 통제학 위해 방어기제로 강박증이 발동했다.


질서에 대한 집착
과하게 멋을 부린 듯한 촌스러움, 그럴 때면 자연스럽게 흰 티에 청바지 하나만 입어도 멋져 보이는 몸매를 가진 사람들이 부러워졌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을 마른 몸이 해결해 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우울증의 동굴 속으로
이미 먹은 음식은 감정의 영역이고, 앞으로 먹고 싶은 음식은 욕구의 영역이다. 먹었던 음식은 내 감정을 지배하고 먹고 싶은 음식은 내 욕구를 지배했다. 먹었던 음식으로부터 불안이 생겨나고 먹고 싶은 음식에서는 탐욕이 생겨났다.


섭식장애를 포장하는 미디어
그러한 기사를 접할 때면 나는 두 가지 모순된 감정을 느낀다. 바로 연민과 희열, '외모 평가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저렇게 안쓰러울 정도로 살을 뺐을까'싶은 연민의 마음과 '너도 나랑 똑같아. 너도 나랑 같은 환자야'같은 동류를 발견했다는 희열감이다. 그러고는 기사 속 연예인과 나의 몸을 빅 한다. 이내 더 마르고 싶은 경쟁의식이 발동한다. '내가 더 마를 거야'라고 다짐한다. 그리고 섭식장애 증상은 더욱 심해진다


오늘은 내가 섭식장애에서 벗어난 지 1년하고 6개월이 되는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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