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뛰어가면 놓치고 지나치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by Dubu

2022년 2학기. 마침내 대면 수업이 시작되었다.

2020년과 2021년, 자그마치 2년이라는 시간을 전부 비대면 수업으로 보내고, 2022년의 반절까지 코로나 때문에 고통받던 대학생들은 드디어 내가 합격한 대학의 캠퍼스를 마음껏 누빌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했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남들보다 조금 늦은 2023년 9월부터 진짜 오프라인 대학 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점만 빼면.


나는 2023년 9월, 그러니까 자그마치 3년 만에 중국으로 돌아가는 유학생이자 복학생이다.

어딜 가서 유학생이라고 말하면 다들 외국에서 오래 지내다 들어온 것이냐고 되묻는다.

하지만 그건 큰 오해다. 이제 4학년을 앞둔 내가 중국에서 유학했다고 말할 수 있는 기간, 다시 말해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중국 대학 캠퍼스를 누볐던 시간은 고작 1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 이후의 시간은 모두가 알다시피 줌과 구글 미트로만 가득한 비대면 학기의 연속이었다.


누군가는 그런 나를 안쓰럽게 여기기도 한다.

실제로 중국에서 짧은 유학 생활을 마치고 급히 귀국했을 때는 두 달 넘게 향수병에 걸린 것처럼 중국 생활이 그리웠다.


집을 떠나고 싶다는 마음에 선택한 도피성 유학이 이런 식으로 결말지어졌다는 점,

언어 실력이 부족해 소통의 문제가 있는 나를 도와주고 따뜻하게 맞이해 주던 중국 대학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그 원인이었다.


자기 전이면 꼭 갤러리에 들어가 중국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았고 중국 대학에서 사귄 친구들에게 실없이 연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을 그리워하며 밤을 지새우던 시절을 웃으면서 말할 수 있다.


나처럼 유학생이 아닌 한국의 평범한 대학생들도 지난 3년여의 비대면 학기를 그렇게 대할 수 있지 않을까? 가끔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어쨌든 우리는 무사히 비대면 학기를 지나왔으니까.


비대면 수업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과 그런 학생들보다 더 인터넷 생태계가 낯선 교수님들이 서로 허둥지둥 지나온 2020년, 2021년, 2022년은 이제 한 때의 추억으로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우리는 열심히 살아냈으니까. 컴퓨터 화면만 들여다보는 삶 속에서도 서로에게 의지해 마침내 직접 두 발로 캠퍼스를 뛰놀 수 있게 되었으니까. 솔직한 마음으로는 이제 즐길 일이 더 많아서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는지 벌써 잊어버린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설렘을 동반한 불안함 덕분에 지난 3년보단 앞으로 다가올 9월 복학에 더 집중하고 있다. 중국에서 유학했던 1년 동안은 실생활에서 중국어를 사용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중국어 실력이 늘었던 것 같은데,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는 그럴 일이 없어서 실력이 점점 떨어졌다.


불안한 마음에 시작한 영어 공부에 너무 열중했던 탓일까. 영어가 조금 늘긴 늘었는데, 그만큼 내 뇌 용량을 차지하고 있던 중국어가 휘발된 듯한 기분도 든다. 9월 복학을 앞둔 내 목표는 다시 중국어를 공부해 준비된 상태에서 복학하는 것, 그리고 무사히 졸업하는 것이다.


9월 학기가 끝나 내년이 되면 졸업 학번이 되는 탓에 취준을 위해 정신 바짝 차려야겠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는 않기로 했다. 급하게 뛰어가면 놓치고 지나치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자는 말을 해주고 싶다. 본격적인 대면 수업 속에서 유학생인 내가, 그리고 한국의 모든 대학생이 느낄 부담감의 형태는 비슷할 것이다.


그동안 나만 도태된 것 같다는 불안함, 남들은 이미 저 멀리 뛰어가고 있다는 불안함, 새로운 시기에 발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는 불안함. 그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2023년을 즐길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9월의 나부터 그렇게 살아갈 예정이니까!

함께 한 발짝씩 나아가자.


그동안 우리 모두 정말 수고 많았다. 답답함과 불안함을 떨쳐버리고 마음껏 대학 생활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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