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에게

내 고등학교 시절 전부였던 특별한 친구에게

by Dubu

다들 가장 연약하고 무방비한 상태였던 시기에 나보다 더 나를 지켜준 사람이 한 명씩 있지 않을까. 마치 보호자처럼 그 시기의 나를 가장 단단하게 곁에서 방어해 준 사람. 덕분에 겁날 것도 외로울 일도 없었던, 이제 20대 중반이 된 나는 학창 시절, 넉넉한 마음을 주었던 소중한 친구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작은 선물인, 그 친구를 향한 내 마음을 글로 고백해 보고자 한다.





벌써 너를 만난 지 8년이 다 되어 가네. 너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1학년때였어. 이때 나는 여기저기 방황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장난기 가득했던 너랑 같은 취미를 공유하기도 했고, 같은 반이어서 의지가 되었기 때문에 졸업 전까지도 친한 친구로 지냈었지 아마? 수업이 끝나면 함께 마트를 갔고, 너희 집 앞에서 산책도 했고, 시답잖은 고민도 털어놓고.. 같이하는 시간들이 정말 많았던 것 같아.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모자란 부분이 무척 많은 사람이었어. 꽤 자주 덤벙거리고 생활력이 일부 떨어졌는데 옆에서 너는 꼼꼼하게 다 챙겨주며 함께 해주었지.



우정이라고 함은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소중한 마음을 나눠야 함을, 그때는 잘 몰랐어. 나는 우정을 어떻게 쌓아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하염없이 너에게 의존하고 기댔어. 하지만 정작 너는 그런 부분이 필요할 때 내가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잘 몰라 미숙한 모습으로 너 그리고 너 주변 친구들에게 종종 상처를 주던 걸로 기억해. 나만 너를 독차지하고 싶단 생각으로 너를 너의 친구들 앞에서 욕보이고 너에게 실망감을 안겨었던 것 같아. 지만 이때 나를 내치지 않고 용서해 주었잖아. 이 이후로 잘 지냈냐고? 이 나사 빠진 여자는 또다시 똑같은 실수를 저지았어. 너는 이때에도 나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었다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내가 중국으로 유학 갔을 때 넌 또 다른 황당한 소식을 듣고 결심하며 나에게 했던 말이 있잖아. 난 그때만 생각하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에 온몸이 부르르 떨. 한 번 저지른 실수는, 한 번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것을. 돌이킬 수 없단 것을, 기회는 평생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서야 깨닫고 말았어. 흠 이렇게 자기반성을 시작하면 오늘 밤을 새도 부족하니, 이만 여기서 마침표를 찍을게, 다만 확실한 건 넌 정말 나에게 과분할 정도로 사려 깊고 선한 마음을 가진 특별한 친구였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어



현재 나는 네이버 블로그를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데, 마이박스에서 8년 전 사진의 알림이 때마다 지금도 너와의 일상을 함께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괜히 기분이 좋아져, 그때 왜 난 더 풍요로운 마음을 갖지 못해 너에게 덜 잘해주었는지 아쉽기도 해. 앞으로 함께할 나날들이 더 많을 너에게 최선을 다해 내 마음을 전하고 좋은 친구가 되어 줄 거야.



마지막으로 습관처럼 좋은 사람이고 싶어 하는 나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어서 고마워. 어떤 모습이든지 그게 나인 건 변하지 않는다고 말해주어서. 그러니 어떤 모습이든지 나와 함께 해준다고 해줘서. 나에 대한 믿음이 너에게는 있다고, 그렇게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 아마 너 곁에서 더 오래 함께했으면 나는 더 많은 걸 배웠으리라 확신할 정도로 너는 좋은 친구야



지수야, 이 세상에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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