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보기엔 친구도 많고 소위 인싸처럼 보여도 깊은 유대관계를 맺는 인간관계는 거의 없다.
일도 마찬가지다. 한 직장을 꾸준히 오래 다니는 회피형 인간은 별로 없다. 꾹꾹 참고 혼자 일을 하다가 갑자기 그만두기도 한다. 업무량이나 사내 인간관계에 대한 문제로 실랑이를 하느니 그만둬 버리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어제까지 정력적으로 일하던 직원이 갑자기 사표를 내니 황당하다. 그러나 회피형 인간은 참다 참다 번아웃이 와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이다.
정말 힘든 상황이 오면 왜인지 남의 일 보듯 한다. 고통을 직면하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럽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마저 회피한다. 최근 들어서는 타인에게 의지하지도 기대하지도 않게 되었다. 그래서 실망하지도 않게 됐을뿐더러
인간관계에서 비롯한 갈등도 줄어들었다.
음 여기까지가 자기소개였다.
나는 조연출로 일하고 있다
뉴스생방현장이니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정말 바쁘다.
하는 일은 뭐냐고?
온니 마이크랑 프린트 담당이다.
조연출 면접 볼 때
"아인씨 예능 쪽 가고 싶다 했는데 저희는 시사 쪽이에요 괜찮겠어요?"
"오케이 노프라브럼!"
(시사 쪽? 에이 까짓 거 해보자 다 거기서 거기겠지)
이때만 해도 방송일에 대해 무지개 같은 환상만 가득했다.
연예인 볼 수 있겠다 오늘은 누구 올까
정말 애 xx 같은 마인드가 그대로 있는 것이다.
출근 첫날,
모든 교육이 1분 내로 이루어졌다
"아인씨 이해했어? 아인씨 잘 따라오고 있지?"
가뜩이나 느린데
긴장하면 2배속으로 더 느려진 나는
겁먹은 나머지
"네 넵!! 당연하죠 모두 이해했습니다!"
( 아 망했다)
처음 듣는 앵커이름부터 기자이름까지..
평소에 뉴스 좀 볼걸..
스튜디오 내에서는
출연자의 동선이 바뀔 때마다
카메라, 조명, 음향 등 수십 가지의 장비들이
빠른 시간 내에 옮겨졌다.
나는 당장의 촬영장면도 들여다볼 시간 없이
다음 프로그램에 필요한 소품과 출연자 점검하느라 머리에서 김이 났다.
기본적인 시사상식도 없는 나에게
무언가를 맡기는 것 자체가 불편했다.
남들에게 피해 입히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내가
내 담당 업무를 마무리하고 그들에게 내가 있는 곳으로 부르는 것이 불편하다고 느껴졌다.
역시나 이 길도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결국 나는 또 도망을 택하기로.. 했을까
다음 행선지는 어디가 될까
내가 일삼는 이 도망이 정말 잘못된 것일까
매번 도망을 택할 때마다 내게 물어본다
"너는 네게 맞는 일을 찾아서 다시 떠나는 것이니?"
"아니면 끈기가 없어서 책임감을 버린 채 도망가는 것이니?"
"너의 도망이 이번에도 옳은 선택이 맞다고 생각하니?"
그러면 나는 대답한다
난 그냥,, 조금 더 행복하고 싶어요
"회피형 인간에게 인기 있는 직업 중 하나가 바로 작가다. 사회에 나가 일하지 않고 상상의 세계에서 놀며 작품을 쓴 후 원고료나 인세를 받아 생활한다. 속박당하지도 않고 자유롭다. 무엇보다 일하지 않고 살 수 있다는 이미지가 작가라는 직업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는 상당한 인기 작가가 되지 않는 한 다른 직업을 갖지 않고서는 도저히 생활유지가 안 된다."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by오카다 다카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