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이 싫다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서 쓰는 글

by Dubu

제목 그대로다.

고등학생 때 나는 분명 지금쯤 해외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줄 알았다. 반쯤 꿈은 이뤘지만.. 하지만 지금은 한국이다. 명동에 한 스타벅스에서 노트북을 뚫어지게 보는 내 또래로 보이는 친구 맞은편에 앉아 노트에 끄적이고 있다.


난 한국이 싫다. 얼마나 싫냐고? 무인도에 남겨져서 살아도 좋으니 한국이 불타 없어졌으면 하는 마음까지 있었다. 그럼 왜 싫냐고? 싫을 이유는 차고 넘쳤다. 물질 만능주의, 집단주의, 입시 경쟁과 경쟁 신화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관심등 이러한 모순적인 사회에 꽤 적응했지만 나의 한국 사회에 대한 혐오는 뿌리가 깊어서 계기가 있을 때마다 대화로든 행동으로든 빠져나오곤 했다.


요즘 친구들과 부모님을 만나서 미래지향적인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해외에서 일하고 싶다는 내 욕구를 한 번씩은 표출하곤 한다. "해외취업이 하고 싶다. 해외에서 살고 싶다. 만약 기자가 된다면 특파원으로 나가서 살고 싶다 등등" 뭐든 이야기를 해외살이랑 연관 지어서 얘기를 한다.


그럼 우리 아빠는 등짝스메싱을 하며 두바이에서 있었던 일들은 기억도 안나냐고 반문한다. 당연히 그건 내 잘못이다. 인정한다. 계약서를 꼼꼼히 읽어보지 않은 탓, 근무환경을 더 알아보고 가지 않은 탓, 작정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에 짐 바리바리 싸고 간 내 잘못이 크다. 하지만 근무 환경을 제외하고 두바이라이프는 환상적이었다. 사실 남들도 다 겪는 한국이라는 사회의 모순이 친구들에 비해 날카롭게 다가왔던 이유는 따로 있다. 중국과 두바이에서 별의 별일을 다 겪으면서 개인의 자유, 비판적 사고를 배웠다. 학창 시절 대학 입시를 위해 설계된 한국의 교육과정 시스템 아래서 교사는 사유가 아닌 지식만을 가르쳤고 나는 눈치 보기에 바빴으며 수업 시간마다 친구랑 쪽지를 주고받는 그런 인간이었다.


개인적인 기질도 한몫했다. 이해가 어려운 현실 앞에서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그게 현실인 걸."하고 납득해 내는 사람과 도무지 납득하지 못한 사람. 나는 후자였다.

성인이 되자마자 중국유학을 가서 막 자아가 확장을 시작할 무렵, 코로나가 터져 한국으로 귀국하고 들었던 생각은,

"아 또 징글징글한 경쟁 시작이다"


난 사회생활을 잘 못한다. 내가 누군지 소개하는 것도 지긋지긋하다. 나를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 이력서에는 고등학교 대학교 나이가 몇 살인지, 어디 사는지 모두 기입해야 한다. 이렇게 모든 항목을 기입함으로써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추측하는 것만큼 끔찍한 건 없다.

누군가는 그러겠지.

"너는 이 경쟁사회에서 노력하기 싫어서 행복해지고 싶다는 명목으로 도망가는 거라고"

부정은 못하겠다. 한국에서 프리랜서로 일함에도 불구하고 난 떠나고 싶다.



유엔이 정한 ‘국제 행복의 날’인 20일 ‘세계행복보고서’(WHR)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스스로 매긴 주관적 행복도 점수의 평균은 10점 만점에 5.951점이었다. 반면 행복도 1위는 핀란드(7.804점)다. 북유럽 국가들의 인간들은 왜 이렇게 행복한 것일까, 무엇이 문제일까, 그리고 행복이란 무엇일까 핀란드와 우리나라의 차이점은 무엇이었을까


행복의 기원이란 책에서는 이러한 차이점을 명확하게 설명해 주었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와 같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행복 수치는 특히 높다. 흔히 그들의 높은 소득과 사회복지 시스템에서 오는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오해다. 일본이 핀란드보다 국민소득은 높지만 행복 수치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낮다.

스칸디나비아 행복의 원동력은 자유, 타인에 대한 신뢰, 그리고 다양한 재능과 관심에 대한 존중이다. 그들 사회는 돈이나 지위 같은 삶의 외형보다 자신에게 중요한 즐거움과 의미에 더 관심을 두고 사는 곳이다.
<행복의 기원中>

얀테의 법칙이라 들어봤나

얀테의 법칙이란, 스칸디나비아 국가에 존재하는 생활 규범이다. 겸손의 법칙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북유럽의 평등주의적 성격을 잘 나타내는 예시 중 하나이며 개성의 표출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적 태도를 가리킨다.

1.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2. 당신이 남들만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3. 당신이 남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4. 당신이 남들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마라
5. 당신이 남들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6. 당신이 모든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7. 누군가 당신을 걱정하리라 생각하지마
..

약간 십계명스럽긴 한데.. 요약하자면 당신 스스로를 더 뛰어나거나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의미다.


이러한 믿음은 경쟁과 성장 중심 사회에서 남들보다 더 뛰어나고, 남들보다 더 특별하다는 훈련되고 강요되어 형성된 우리 굳건한 믿음을 흔들어 보려 한다. 우리는 남들보다 특별히 더 똑똑하지도 않으며, 남들보다 더 낫지도 않고, 남들보다 더 많이 알지도 못하고, 그냥 다른 사람들이 보듯이 똑같이 동일한 방식으로 인지하고 있음을 느껴야 한다. 이것이 얀테의 법칙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이다.


글이 길어졌다. 쓰기 전 나의 목표는 한국 사회와 화해하는 것이었다. 삶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보냈는데 한국이라는 나라를 그다지 좋아해 본 적이 없다는 게 여태껏 삶의 효용 총량을 많이 깎아먹었겠다 싶다. 아쉬운 점이 아직 있지만 그래도 근본적인 화해에 가까워졌다. 무엇보다 앞으로 "이래서 한국이 문제야."라는 생각이 들면 '얀테의 법칙'을 생각하려 한다. 상대가 뛰어나더라도 결국 보통사람이다. 그런 생각을 해야 인간관계를 할 때 한결 수월해다. 자신의 우월을 주장하면 그런 것 관심 없다고 하며 선을 그어버리고, 그렇게 사람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면 나이 어린 사람, 직급이 높은 사람과도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 바꾸기 어려운 사회보다 바꿀 수 있는 나를 최적화하는 게 삶을 보다 충만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 믿는다. 그로 인해서 내가 원하는 세상을 궁극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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