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을 악용하는 사람들

by Dubu

자랑스럽게 할 얘기는 아니지만, 내가 만만하게 생긴 데다 혼자 다녀서 그런지 길을 걷고 있으면 사람들이 달려들었다. 저마다 심리 검사를 한다느니, 좋은 말씀을 전한다드니 하면서 내가 자신들이 찾는 구세주라도 되는 듯이 간절하게 말을 붙였다. 나는 이런 것들을 피하는 기술을 익히게 됐다. 갑자기 없던 급한 일을 만들어내는 기술, 사람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기술 등등 다양한 전술로 맞대응을 했지만 상대의 전술 또한 바이러스처럼 시시각각 진화하는 까닭에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사람들이 이렇게 끈질기게 달라붙을 때마다 차라리 내게 매력이나 인기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면 좋겠다고 몇 번이고 생각하고는 했다.


3일 전에는 독서토론동아리 면접을 보러 갔다. 이미 신천지와의 만남이 대여섯 번 있었던 나는 그래도 '이번엔 아니겠지' 하며 의심을 거두었다. 면접이 끝나고는 신앙심이 깊은 친구에게 장문의 카톡을 여러 번 보냈었다.

사실 친구는 100프로 신천지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평범한 질문과 소개가 오간다고 느껴 그다지 경계는 들지 않았다. 하지만 같이 따라온 면접관 지인이 퍼스널브랜딩 분야에서 일을 한다며 시간이 되면 성격검사를 해준다는 말을 듣고 어차피 정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다. 브런치 글감이 될 것 같아 합격연락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종교는 무엇인가를 믿고자 하는 사람의 심리에서 시작된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하여도 몇 번을 듣다 보면 그럴까? 하는 마음이 생겨나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다가 어느새 발을 담그게 된다. 이후로 말과 생각들이 반복되거나 세뇌당하면서 점차 확신이 생기고, 단계가 거듭되면 누가 뭐라고 하여도 그것이 옳다고 여기게 된다.


신천지를 욕하지만 이들의 정체는 생각보다 알 수 없다. 왜냐면 너무도 멀쩡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식인들이다. 내가 만난 그 사람들은 그랬다.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다큐멘터리에 나와서 증언을 한 사람들은 지도자가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그럴 리가 없다.'라고 생각하거나 오히려 '사탄의 음모다.'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지도자를 더 신봉하고 지지하게 된다. 굳건해진 믿음 때문에 본인의 생각이나 사고의 패턴도 더 이상 컨트롤이 되지 않고, 모든 근거 있는 설명도 부정하게 된다. 이런 경우 본인이 굳건하게 믿었던 것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충격 때문에 자살을 하기도 하고, 아주 깊은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성폭행을 당한 사람들은 씻을 수 없는 상처 때문에 힘들어하고, 신도들로 인한 괴롭힘이나 폭력 때문에 삶이 철저하게 망가지기도 한다.


공감은 대중적 소통의 묘약 같이 중요한 덕목이 됐지만. 반대로 그걸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더 죄질이 나쁘다. 자주 이런 사람에게 혹하는 사람들을 보면 심신이 지쳐있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그랬다. 이럴 때일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 손 안의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고, AI나 로봇, 과학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2023년 현재에도 이와 같은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고, 사람들은 믿을 수 없는 것들을 따르느라 정신이 없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그런 추종자들을 아래에 두고 호의호식하는 사람들은 계속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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