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된 사람들에게 소속감이란

by Dubu

어린 시절, 나는 교회를 다녔다. (사실 지금도 가끔.. 교회에 가고 있다.) 크리스천이라고 말할 수는 없고 그냥 교회를 다녔다. 예나 지금이나 선한 의도를 가진 인간은 아닌 나는 그냥 교회를 들락날락 거리는 걸 좋아했다. 어린 시절부터 접했던 교회는 나에게 종교보다는 문화에 가까웠다. 당시 나는 사회성이 부족하고 서툴렀지만 다행히도 나의 서툰 인간성을 인내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 속에서 사회성이란 걸 기를 수 있었다.


내밀한 감정을 공유하는 신비주의 공동체 집단인 교회 공동체는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어렵고 복잡했다. 성경적 도덕 규율과 사회적 공동체주의, 동시에 자유주의, 자본주의 공존하는 곳인 데다가 한국적 특유의 유교질서는 그것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그래도 교회를 지탱하는 가장 큰 이념은 '믿음'일 텐데 그 믿음이란 것이 비종교인 종교체험이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사실 잘 와닿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교회를 다녔던 나도 오죽한데 철저한 이성중심주의의 현대인들에게 '믿음'이란 하찮고 보잘것없이 보일게 분명하다. 현대인들에게 불가해의 영역에 있는 종교는 그냥 골칫덩어리, 아프고 썩어 문들어졌지만 이 사회와 함께 갈 수밖에 없는 그런 존재로 여겨진다.


시간이 흘러 16살쯤이 되었을 때 나의 신앙생활은 조금 진지해지는 듯했다.(그러나 한 번도 진지했던 적은 없다. 문제투성이었다.) 교회에서 수련회를 열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기독교인들이 구름같이 운집해서 기도를 하고 설교를 듣고 찬양을 했다. 처음 수련회에 갔을 때 그때의 기억을 되짚어 보면 보면 정말 압도적인 장면이 하나가 있다. 생각보다 정말 큰 강당에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고 쓰러지고 바닥에 뒹굴거리기도 하고 서로를 부둥켜안고 목이 찢어질 정도로 울었다. 나는 사실 그 장면에 압도돼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뒷자리에 앉아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만 봤다.


나는 기억 속의 그 장면을 영화 <미드소마>를 보면서 다시 체험했는데 그때서야 아 그게 인간의 집단적 신비주의 체험이구나 이해하게 됐다. 인간은 생각보다 원시적이고 그리고 그 원시적인 행위가 생각보다 일반적일 수 있고, 그게 왜 어떤 사람들에게 중요한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미드소마>를 보다 보면 주인공 대니가 등장한다. 대니는 불행한 사람이다. 그늘진 가정에서 자랐다. 만성적인 우울증과 분리불안을 안고 있다. 그녀의 동생도 마찬가지인데, 대니보다 좀 더 심하다. 그래서 자동차 배기가스를 밀폐된 집에 연결해 부모와 함께 자살을 택한다. 천애고아가 된 대니에게 믿을 사람은 남자친구 크리스티안뿐인데, 크리스티안은 대니의 애착을 버거워한다. 하지만 완전한 결핍 상태의 그녀는 애착인형을 품에 끌어안듯 남자친구의 곁에 붙어있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대니의 유일한 선택지였다.

<미드소마>는 결핍으로 가득 찬 사람에게 '소속감'이라는 것이 얼마나 절대적인지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 영화는 온전히 대니의 관점으로 본다면 해피엔딩이다. 집단에서 버려지고 관계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대니에게 다시는 혼자 남겨질 일이 없고 그토록 바라 왔던 공감과 유대감을 바탕으로 대니도 그들의 일원이 되었던, 소속감을 선사하는 공동체는 완벽한 유토피아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상한 종교에 빠지는 사람들을 그다지 하찮게 보지 않는다. 그 '믿음'이 하찮을지라도 '외로움'과 '고통'은 하찮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불행과 결핍 속에서 허우적대며 혼돈 속에 던져진 누군가에게, 질서 정연한 세계관을 가진 종교가 삶의 해답을 제안하고, 감정적인 유대를 확인하는 종교적 체험을 통해 신앙을 완성한다. 호르가의 세계는 단지 그 방식이 낯설 뿐이지 본질적으로는 대부분의 동일한 과정을 밟는다. 바꿔 말하면,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종교라는 것에 호르가라는 새로운 외양을 입혀 보여줄 뿐이다.


대니는 사실 알고 있었다. 이 마을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도, 토착 의식을 빙자한 끔찍한 학살과 살인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도 전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진 최고의 결핍을 채워주는 소속감은 너무나도 치명적이고 절대적이어서 대니는 결국 그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이 마을에 뿌리를 내린다. 그리고 만족한다. 러닝 타임 내내 무표정하거나 울기만 하던 대니가 엔딩 씬에서 처음으로 환하게 웃는다. 그녀가 속한 공동체가 무엇이든, 그 안에서 대니는 자신이 정말로 원하던 것을 얻었다. 완벽한 해피 엔딩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