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상담을 앞두고 있다. 상담은 아이 학교생활을 들으러 오는 학부모에게도, 적절한 이야기를 통해 아이를 위한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교사에게도 부담스럽긴 매한가지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알지 못했던 아이의 모습이 나올까 걱정도 된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불안한 것이 부모 마음이다.
부담스럽고 불안한 마음, 방어적인 마음은 내려놓고 우리 아이를 위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삼아야 보대 효과적인 상담을 할 수 있다. 마음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 상담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 보자.
아이의 여러 모습들을 퍼즐링 하는 기회다.
나름 사람에 대해 민감한 구석이 있어 빠르게 파악하는 편이다. 그래서 아이들을 만나도 빠른 시간에 아이를 파악하고 그 아이 성향에 대해 평가했다. 그게 아이의 전부인양. 초년 때는 정말 냉철한 척하면서 아이의 전부를 다 알고 있는 양 이야기를 했다. 큰 실수였다.
사실 아이들과 오랜 시간을 밀착해서 생활을 하기에 많은 모습을 본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으면 그 원인을 여러 방면에서 찾고 고민하면서 다양하게 지도한다. 열을 다하기에 초임교사일 때 아이의 많은 부분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몰랐다. 내가 보는 아이의 모습이 극히 한 부분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아이에 대한 열정과 내가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자만감이 내가 보는 것은 극히 일부라는 사실을 잊게 했다. 그러나 걱정했던 아이가 학년을 올라가면서 멀쩡해지는 것을 보면서 나의 무지를 깨닫게 되었다.
교사는 아이의 전부를 볼 수도 알 수도 없다. 사실 부모도 그렇다. 부모는 아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살펴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만 가끔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혀 보니 다 아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내 속에서 나온 자식이지만 예상치 못한 행동에 뒷목을 잡기도 한다. 역시 열길 물길은 알아도 사람 속을 알 수 없다는 속담에 무릎을 친다. '내 아이는 절대 그렇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부모들을 보며 '과연 그럴까요.' 하고 싶은 것도 아이를 전부 다 안다는 오만에 넘어져본 경험 때문이다.
상담을 통해 가정 속에서의 아이 모습과 학교에서의 아이를 비교하고 또 합해보면서 어떤 방향으로 끌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되면 좋다. 부모와 교사가 서로 이야기를 한다 해도 아이 전체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모습의 아이를 만나면서 방향을 잡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퍼즐링을 통해 최선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돕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나아갈 기회로 만든다.
큰 아이와 작은 아이 둘 다 맡은 선생님이 있다. 동료교사이면서 존경하는 교사였다. 학기말에 허심탄회하게 두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어떤 이야기도 받아들일 수 있으니 솔직하게 부족한 점을 말해주면 좋겠노라 했다. 두 아이 성향에 대해 말해주면서 덧붙인 말이 인상적이었다. 아이를 그대로 인정해 주되 무리해서 바꾸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 다만 조금씩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했다. 특히 큰 아이는 부러질지언정 꺾이는 아이가 아니라 했다. 그때 허걱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상담의 목적과는 달랐다. 난 항상 부모들에게 아이의 성향과 곁들여 부족한 부분을 짚어주고 그것을 함께 채워가자고 했다. 고쳐가자고 했다, 함께. 서로 노력하면 아이가 바르게 성장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면서. 아이를 변화시키고 성장하게 돕는 것을 상담의 목적이었다. 엄마로서도 그랬다.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최대한 채워가면서, 고치면서 가고자 했던 욕심 많은 사람이었다. 아이의 성향을 정확하게 파악하되 고칠 부분은 고치고 변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 역할이라 믿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얼마나 모순적인 생각인가. 아이의 성향, 그것도 타고난 성향을 인정한다면 굳이 바꾸고자, 채우고자 노력해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대로를 받아들이면서 아이가 마주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할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 교사도 부모도 성향을 바꿀 수 없지만 어떤 일에 대한 해결을 위한 태도와 행동은 함께 고민하고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부족한 것에 집중하기보다 아이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나아가는 것이 상담의 목적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성향은 성향일 뿐 부족한 것도 나은 것도 없다. 인정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 살짝살짝 도와주면 되는 것이다.
상담은 어렵다. 상담 때가 다가오면 아이를 더 들여다보면서 말을 고른다. 아이를 향한 진심이 전해지기 위해서는 부모의 마음을 찌르는 말보다 공감되는 따뜻한 말이어야 함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이의 장점만 나열하거나 칭찬일색으로 상담을 마무리하기에는 귀한 시간이 아깝다. 이 시간은 오롯이 아이를 위해 서로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한다. 교사가 내 아이를 미워하는 것 아닌가 하는 마음보다 교사가 보는 내 아이는 어떠한가 궁금하게 생각하고 가면 좋지 않을까. 상담을 하고 와서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 아이를 고쳐주고자 하는 마음도 접어야 한다. 그냥 그것도 우리 아이의 한 부분이구나 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나는 여태껏 상담의 목적에 대해 오해하거나 곡해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아이를 위해 집안의 전반적인 환경을 바꿀 수 없고 그동안의 육아방법 및 아이만의 장점을 부정할 필요도 없다. 모든 조각들이 모여 우리 아이를 형성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우리 아이와 나아갈 길을 도모하는 하나의 기회로 삼으면 된다. 그런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나부터 마음을 정리하고 아이에게 집중하고 더 깊이 볼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