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름달 Oct 30. 2023

AI 교육 효과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되는 AI 교육이 무섭다.

  정권이 바뀌어서인지 아니면 시대의 흐름인지 AI 교육 열풍이 나같이 옛날 공부법을 고수하는 사람의 피부로까지 느껴진다. 현장에서는 챗 GPT를 수업에 적용할 수 있냐 없냐가 뜨거운 감자로 많은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 앞서가야 한다는 마음에 관리자들은 여기저기서 AI 교육을 위해 강사를 섭외하여 교사연수를 열어주기 바쁘다. 관심을 전혀 두지 않다가 강제로 들은 연수내용에 머리가 띵하다.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 아니면 어떻게 적용하여 교육의 목표에 도달할 것인가에 대한 설명은 없이 여러 AI 프로그램 소개와 더불어 AI 교육 자체를 아이들이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한다며 마무리 짓는 연수에 한숨이 절로 난다. '그래서??'를 속으로 외치고 말았다. 동기유발이나 흥미위주의 수업은 가능하지만 어떤 과정을 걸쳐서 목표를 성취해 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빠져있던 그 연수 덕분에 AI 교육이 초등에까지 들어와야 하는지 의문스러워졌다.

  초등학생의 발달 단계와 수업 목표는 결코 IT기술 획득이나 AI 프로그램 잘 다루기가 될 수 없다. 한동안 NIE를 비롯하여 하브루타, 토론, 논술 등이 유행하였지만 이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 교육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였고 꽤나 효과적이었다. 그렇지만 AI 교육은 무엇을 위함인가.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하지 않냐는 맹목적인 교육이 행해지려 하는데 겁이 난다. 그러던 중 반가우면서도 한심한 기사를 보았다.


1일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스웨덴 정부는 최근 각 학교에 배치할 도서를 구입하는 비용으로 6억 8500만 크로나(약 823억 원)를 지원하고 내년과 그다음 해에도 연간 5억 크로나(약 600억 원)를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스웨덴은 애초 유치원에서 디지털기기 사용을 의무화했지만 이를 뒤집고 6세 미만 아동에 대한 디지털 학습을 완전히 중단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스웨덴 초등학교 4학년 생의 '국제 읽기 문해력 연구(PIRLS)'의 읽기 능력 점수는 2021년 544점으로 5년 전에 비해 11점 하락했는데 스웨덴 정부를 디지털 학습의 보편화 등이 가져온 결과로 보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온타리오주에서는 이달부터 필기체 쓰기 수업을 17년 만에 재개하기로 했다. 초등학교 3학년 이상부터 필기체 쓰기 수업은 필수 교육과정이 된다.
프랑스는 지난 2018년부터 15세 이하 학생을 학교에 스마트폰을 가져오지 못하게 하고 네덜란드는 내년부터 교실에서 휴대전화, 태블릿 PC, 스마트워치를 금지하기로 했다.
해외 선진국들이 학생들의 읽기, 쓰기, 독해능력이 떨어진다며 디지털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있지만 한국은 2025년부터 디지털교과서를 본격 도입하기로 했다.
(서울=뉴스 1) 이호승 기자 | 2023-10-01 07:00 송고 중

   

  디지털 교육을 발판으로 AI 교육을 미래사회를 위한 교육적 도약으로 보라고 하지만 왠지 이로 인해 진정한 교육은 자꾸 뒤로 가는 느낌이다. 특히 선진국이라 여겨지는 다른 나람에서 현재 상황을 돌이켜 좋은 방법으로 회귀하는데 우리나라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오롯이 본인들(누군가)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교육이나 AI 교육의 장점보다 폐해가 컸다는 연구와 결과가 있지 않았다면 선진국의 모든 학교에서 디지털기기 사용을 권장했을 것이 자명하다. 왜 우리나라 교육은 돌아가고 있는가 아니 후퇴하고 있는가 생각하니 답답함에 고구마 백개를 욱여넣은 느낌이다.  


  초등교육은 기초기본교육으로 모든 공부의 원리를 몸을 통해 익혀야 하는 시기이다. 즉, 종이책을 만지면서 읽어내고 거기에 줄을 긋거나 메모하고 또는 낙서를 하면서 본인의 생각을 직접 정리하는 행위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하나의 배우는 과정이자 원리를 몸으로 익히는 방법이다. 아이들의 발달 단계를 고려한다면 많이 보고, 직접 만져보고 경험하면서 배울 수 있게 해야 한다. 수없이 쓰면서 외웠던 영어단어나 한자가 어른이 되어서도 드문드문 기억에 남는 것처럼 자신의 생각을 직접 쓰면서 정리하거나 공부하고 외우는 것은 아직도 중요한 방법이다. 간단하고 쉬운 과학실험도 영상이나 시뮬레이션으로 익히기보다 직접 가서 해보고 실패하면서 조절하고 또 결과를 정리하는 것을 잘 기억한다. 몸과 머리의 협응을 통해 기본적인 것을 익히면서 고르게 발달시키고 조화롭고 넓은 그릇으로 다듬어가는 시기이다. 디지털기기를 이용한 수업은 이를 가능하게 하지 않으며 도리어 머리와 몸의 불균형한 성장을 도래한다.

 

  디지털교과서는 가방을 가볍게 하고 종이책을 구입해야 하는 예산을 줄일 수는 있지만 공부에 성실함과 정성을 쏟기에는 가볍기만 한다. AI 교육은 인공지능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기능을 배우고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가치와 삶의 방식을 배우는 것을 목적을 표방하고 있지만 이보다 앞서야 하는 것은 AI 윤리문제에 대한 인식이며 삶에 대한 기초기본적인 태도이다. 어떤 삶에 가치를 두고 있는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분명한 정의적인 태도가 자리 잡아야 한다. 아무런 준비도 과정도 없이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교육 또는 AI 교육을 초등에 들여오면 바른 가치관이 생기기도 전에 편하고자 하는 마음과 더불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흥미위주의 수업이 될 것은 분명하다. 디지털 기기 사용을 통한 AI 교육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어떤 장점이 있는지 충분히 고려하고 연구하고 실제 사례를 분석한 후에 도입해도 늦지 않다.


  공부는 성실함과 정성이 들어있는 노작의 과정이다. 쉽게 얻는 것이 아니라서 더 귀하다. 초등에서의 공부는 공부 그 자체이기보다 공부하는 방법을 알고 삶에 대한 마음이고 태도를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 몸과 머리가 고르게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기본을 충실하게 익히고 바른 가치관을 가진 후에 시작하면 AI 교육은 더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기본자세가 단단한 사람은 그 실력이 점진적으로 향상되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운동이나 기본자세가 갖추어질 때까지 기술을 가르치지 않는다. 무한히 많은 연습을 통해 자세가 몸에 익고 습관처럼 나왔을 때 배우면 기초 없이 기술을 익히는 사람보다 당연히 월등한 실력을 가질 수 있다. 무식한 것 같지만 어쩌면 기초가 단단할 때 비로소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공부도 그렇다. 지식적인 공부도, 삶을 위한 마음의 공부도 기초가 단단해야 한다. 기기를 다루기 전에 내 몸과 마음을 다루는 공부가 먼저여야 하고 거기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AI 교육, 지금이라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기대감을 내려놓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