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와 지혜로움이 반비례하지는 않아야 한다.
인간의 뇌는 어떤 면에서 기계에 미치지 못한다. 아무리 잘 관리해도 오래되면 성능이 떨어진다. 나이가 들면 현명해진다는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보통을 어리석어진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데이터라는 세 요소를 종합하면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 우리 몸의 하드웨어는 20대에 정점을 찍고 서서히 내리막을 걷는다. 뼈, 근육, 관절, 시력, 청력이 다 그렇다. 뇌세포라고 해서 다르겠는가. 뇌의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와 달리 더 더 늦게까지 스스로를 개선한다. 학습과 경험을 통해 뇌가 획득하는 데이터는 노년기까지 계속 증가할 수 있다.
내 뇌는 매 순간 퇴화하고 있다. 내 자아는 날마다 어리석어지는 중이다.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조금이라도 덜 어리석어지겠다는 결의를 다진다.
-유시민작가의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