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입시제도
어떤 것이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단순한 원리로 돌아간다.
입시제도에 변화가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둘째 바로 밑의 아이들, 즉 2028 대입(23년을 기준으로 초5학년에서 중2학년)에서는 아예 등급부터 바뀔 거라고 한다. 왕왕대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사실 별 느낌이 없다. 딸들의 입시가 지난 후이기도 하고, 사실 초등학교에서는 입시제도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무엇인가 도움이 될까 해서 아이 학원에서 하는 입시설명회를 다녀왔다. 교육방향에 참고하고 싶었고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리해 본다. 우선, 내신이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바뀌면서 변별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등급의 급간이 넓어지니 사실 한 등급 안에서도 실력의 차이가 나지만 구별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성적이 진짜 좋은 친구들을 조금 억울해질 수도 있겠다. 그리고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녀석들에게 안주하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상대평가 제도를 같이 병행한다고 한다. 절대평가로 등급을 나누되 상대평가 등급이 같이 병기되는 것이다. 결국 대학에서는 등급과 함께 상대평가 등급을 고려하게 된다. 내신이 변별력이 없어 보이나 사실 내신을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둘째, 여태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의 비중이 많았다면 "공통" 이 많아진다. 국어와 수학 모두 공통이 3개, 사회와 과학이 공통으로 들어가게 된다. 공부해야 하는 양이 많아지는 것에 비해 내용은 쉬워지게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즉, 과학과 사회는 고등학교 가면 중학교 내용이 70%, 심화 내용이 30% 정도를 다룬다고 한다. 과목은 많아지지만 내용 자체는 전반적으로 쉬워진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사회와 과학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중학교 때 기본을 단단하게 다지고 올라가 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교육현장에서는 이미 입시 관련 사회, 과학 유명 강사를 중학교 사회, 과학으로 배정했다고 한다. 그만큼 중학교 사회와 과학이 중요해진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결론적으로 보면, 요즘 수시냐 정시냐를 두고 고민해 볼 수도 있지만 바뀌는 입시제도에서는 내신도 챙겨야 하고 수능도 잘 봐야 하는 것이다. 사실 지금도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내신을 챙겨가면서 수능도 잘 본다. 그렇게 생각하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으면서도 공부해야 하는 범위가 넓어진 것에 대한 부담이 안 생길 수 없으며 바뀌는 입시제도에 겁을 먹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입시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다만, 아이 삶의 방향을 잡아주기 위해서는 부모의 단단한 결심이 필요하다. 대학은 갈 수도 있고 안 갈 수도 있지만 목표는 있어야 하고 방향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하고 싶을 때 입시가 발목을 잡는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설명회에 참여하면서 변화과정 및 대처방법에 대해 들으면서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이제 수험생을 가진 엄마의 마음이자 앞으로 우리 아이들의 무제가 될 수 있기에 과연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생겼다. 그렇다고 사교육에 있는 사람처럼 학원을 통해서 중학교의 과학과 사회실력을 단단하게 만들어놓고, 영어공부는 중3이 되기 전에 끝내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이렇게 공부하는 것은 차곡차곡 단계대로 밟아가는 것이 쉬울 수는 있을지언정 한 명의 어른으로 성장시키는데 필수불가결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교육이 아예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아이에게 필요한 근본적인 뭔가를 짚고 싶었다. 입세제도가 변하거나 변하지 않거나 상관없이 근본이, 기본이 잘 갖추어 있다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게 무엇일까.
엄청 많은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결국 ‘성실함’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하는 친구들은 결국 중학생이 되어서도 고등학생이 되어서 성실하다. 때마다 주어지는 것에 성실하게 하면서 기본을 확실하게 만들어놓는 아이는 바람이 어느 쪽에서 어떻게 불거나 흔들림이 거의 없다. 초등학교때 할 수 있는 것은 선행하여 지식을 쌓아놓는 것이 아니라 "성실한 태도"를 바탕으로 한 "공부 습관"을 만들어놓아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하는 사교육은 성적을 높이고 공부를 잘하게 할 수는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 삶에 대한 태도를 만들어줄 수 없다. 이는 학교도 아닌 부모만 만들어줄 수 있는 부분이다. 사교육과 공교육을 넘어선 부모의 삶에 대한 교육만이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구멍 없이 기초부터 착실하게 쌓아가게 돕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은 단순히 공부를 잘하기 위한 것을 넘어서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끌어가는 힘을 만들어준다. 어떻게 공부를 잘하느냐를 앞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바탕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2028 입시제도는 많이 변한 겉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성적이 우수한 아이가 원하는 대학을 간다는 사실을 바꾸지는 못하는 것 같다. 사교육의 바람을 일으킬 거라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이미 대한민국의 사교육의 힘은 공교육을 넘어선다는 씁쓸한 사실을 다시 한번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여러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다만 이제껏 해오던 대로 묵묵하게 나아가야겠다고 다짐한다. 부모로서 교사로서 아이가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중심을 잡고 열심히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한다. 무엇을 더 많이 해야 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마음은 내려놓고 진지하게 삶을 바라보고 자기를 알아가면 성실하게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