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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름달 May 22. 2024

작은 일부터

작은 일을 열심히 하지 못하는 사람은 큰 일도 하지 못한다.

 며칠 째 같은 자리에 휴지가 놓여있다. 창가를 보니 고추모종을 심은 화분 옆에 배양토가 떨어져 있다. 속은 부글거리는데 꾹 참고 기다렸다. 누군가 주체적으로 움직여주지 않을까 하면서 열심히 보았다. 급한 성질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3일째 되는 날 툭 말했다. 휴지를 보았냐고, 화분옆에 떨어진 배양토를 보았냐고. 그때서야 고개를 돌리면서 보는 아이도 있고,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도 있었다. 주우라 하지 않았고, 닦으라고 하지 않았더니 그대로 또 며칠이 지났다. 알고 나면 스스로 움직여 줄 거라 믿었는데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게 조금 실망스러웠다. 지목하지 않거나 누군가에게 부탁한 것이 아니라서 휴지를 줍지 않냐고 다시 물었다. 아무도 보지 않아 착한 일을 하지 않는 것이냐고 꽤나 언짢아하며 말했다. 교사가 심부름을 시키고자 하면 얼른 달려오는데, 누군가에게 보이는 일은 누구나 다 하려고 하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은 쓰윽 지나가는 이유가 뭘까.    


  보이는 일을 열심히 하는 녀석들은 많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경우도 있고, 교사의 인정을 받고 싶어서 얼른 달려서 오는 아이도 있다. 물론 어떻게 할지 몰라서 쭈빗쭈빗하는 아이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시선이 느껴지면 선뜻 나선다. 반대로 매일 해야 하는 작은 일들을 대충 하거나 안 하기는 쉽다. 성실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력을 단단하게 만드는지 아무리 잔소리해도 아이들은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보이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면 꼰대라 한다. 그래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바꾸어 말한다. 다만, 아무도 보지 않을 때도 열심히 살고, 순간순간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은 진짜 다르다는 것을 알았음 했다. 겉으로만 삐까번쩍한 것이 아니라 속이 꽉꽉 차면 어디서나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내실 있는 공부를 하고 단단하게 살기 위해서는 우선 작은 일에 소홀하지 않아야 한다. 하루가 쌓여서 그 사람의 인생이 되듯이 작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결국 큰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참 잔소리 하고 잊었다. 내일 출근하면 내가 치워야지 하면서 한숨을 내뱉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인지 치워져 있었다. 역시 이래서 우리 아이들은 희망이다. 누군지 알 수 없었고, 알려고 하지 않았지만 뿌듯함으로 차올랐다. 칭찬하지 않았다. 다만 지나가듯이 기뻤다고 했다. 그냥 넘어가지 않음으로 작은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중요함을 짚고 싶었다. 조금 더 많은 아이들이 영향을 받아 작은 일부터 열심히 하길 바랐다. 오늘의 합이 결국 인생을 좌우한다. 하루를 아깝지 않게 여기는 사람은 대충대충 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늘을 저당 잡혀 내일을 멋지게 살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하루하루를 착실하게 지냄으로 삶을 대하는 태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갑자기, 얼마 전에 보았던 영상이 떠오른다.


"여러분은 착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큰 사람이 되고 싶어요?"
"큰사람!" "착한 사람?"
"헷갈리죠? 그러면 착하고 큰 사람이 되면 좋겠지요?"
"큰 사람에는 권력을 크게 잡은 사람도 큰 사람이라고 말하고, 돈을 많이 번 사람도 큰 사람이라고 말하고, 또 이름을 크게 날린 사람을 큰 사람이라고 하고...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이 바탕에는 착한 일을 크게 한 사람이 가장 큰 사람이에요. 내 이웃과 나라와 세상에 도움이 된 일을 한 사람이죠. 먼 훗날 성공하려면, 지금 잘해야 해요. 오늘 또 오늘 또 오늘 또 오늘 연속이 먼 뒷날 여러분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큰 꿈을 가져도 오늘을 착실하게 살지 않으면 뒷날의 꿈은 신기루에 불과하지요? 그래서 멀리 보는 것은 좋은데 그 부분만 생각하고 오늘 하는 일을 하찮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거예요. 아주 작은 일, 지나가다가 할머니가 뭐 빠뜨렸을 때 그거 하나 주워서 할머니에게 조그만 봉사를 하는 일, 오늘 한 시간 더 뭔가 유익한 공부를 하는 일, 이 작은 것들이 전부 모여서 뒷날의 큰 일을 이루는 것이지, 큰 일은 한꺼번에 절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지금 여러분 앞에 있는 작은 일들을 열심히 하고, 쓰레기 하나라도 더 줍고, 착한 일이라는 것도 찾아서 하고 그렇게 하셔야 해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해주었던 연설

 

  큰 사람은 따로 없다. 작은 일을 하찮게 생각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면서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이 큰 사람이다. 아이들이 모두 큰 사람이 되면 좋겠다. 스스로에게 당당하면서 주변에 도움이 되는 사람, 오늘을 잘 살아내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그런 사람이 많아지면 세상은 조금 더 다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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