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름달 Jun 19. 2024

형평성을 위한 한 걸음

능력 있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조금 더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초등학교 고학년을 시작으로 고등학교 때까지 개인 과제도 많지만 조별과제도 틈틈이 많이도  있다. 조별과제는 "무임승차"를 빼놓고 말할 수는 없다. 무임승차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쓰지 않으면 공평하지 않은 분배는 초등학교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조별과제를 아이들에게 오롯이 맡기면 누군가는 누워서 떡을 먹지만 누군가는 쉼 없이 노를 젓게 된다. 큰 딸이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 조별활동을 하면서 몇 번이나 울었던 생각이 난다. 마음대로 조를 짜는 경우는  되려 낫다. 출석번호나 뽑기로 조가 결정되는 경우, 성실하면서도 잘하고 싶은 욕심이 많은 큰 아이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늘 아쉬움을 토로했다. 많은 부분을 자기가 맡았는데도 불구하고 자료조사를 대강 하거나 기한을 지키지 않는다며 속상해했다. 이런 폐해가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조별과제를 강조하는 이유가 뭘까. 서로 의견을 조율하고 일을 나누어서 해내는 협업의 자세가 지금 사회에서 중요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코로나 한참 전부터 협동학습이 유행했다. 협동학습은 학습 수준이 서로 다른 아이 4명이 모여서 동일한 학습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서로 돕는 학습 방법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자기 몫을 책임감 있게 하면서 서로 돕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긍정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동등한 참여를 위한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동시다발적으로 활동하게 만드는 것이 매력이다. 아이가 직접 하는 하는 활동 위주로 어느 과목에나 접목하기 좋은 장점은 물론 능력이 달라도 아이마다 해내야 하는 역할이 있다는 점, 상호의존적인 관계로 서로를 돕는다는 기본 개념이 마음에 들었다. 한동안 푹 빠져서 협동학습 활동에 열심이었다. 지금도 협동학습의 원리를 기본으로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자기 일을 다하되 서로 돕는 것을 배웠으면 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모두" "각자" 무엇인가를 동등하게 하는 것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며칠 전, 모둠발표가 있었다 간단한 역할놀이를 하는 것인데 4개의 역할이 있었다. 구성원이 3명인 모둠은 어떻게 할까 궁금했다. 그중 한 녀석이 자연스럽게 두 역할을 맡았고 재미있게 발표했다. 그때 아! 하는 깨달음이 있었다. 어쩌면 이게 진정한 협동학습이 아닐까. 모두 하나의 역할을 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능력이 있거나 여유가 있는 아이가 조금 더 맡는 것이 자연스러운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것이 진정한 평등을 위한 것이다. 아이들을 보면서 배웠다. 조금 더 한다고 피해의식을 느끼거나 자만하지 않는 그 아이와 그렇게 해주는 것을 고마워하는 같은 모둠의 아이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공정하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누가 더하냐 덜하냐 따지기 전에 자연스럽게 조금 더 하는 사람과 그것을 인정하고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세상은 "모두"가 살기 좋게 조금 더 행복해지고 조금 더 따뜻해질 것이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평등을 가르쳤고 서로 돕는 것을 가르쳤다. 굉장히 단순한 지식이었는데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실천함으로 나에게 그 원리를 깨우쳤다. 머리로만 알던 것을 몸으로 보여주는 대단한 아이들에게서 한 수 배웠다. 그렇다. 우리 사회가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 형평성을 만들기 위해서 능력이 있거나 여유가 있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조금 더 해야 한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본인을 희생한다는 마음이 들거나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만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주변 사람도 필요하다. 인정해 주고 고마워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해내는 사람들도 필요하다. 생각해 보고 참 단순해서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어렵다. 뭔가를 더하면 우쭐해하거나 내가 더 한다는 피해의식 또는 왜 나만 더 해야 하냐는 이기심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배우고 익혀야 하나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몸으로 나올 수 있는 형평성의 원리! 대단한 아이들에게 배우면서 마음이 벅차오른다. 

작가의 이전글 씨앗 하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