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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름달 Oct 04. 2022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능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요즘 아이들이 보기에 혹은 젊은 사람이 보기에 나는 옛날 사람이다. 나이를 떠나서 아날로그적인 물건과 감성을 선호하다 보니 새로운 기계에, 문물에 어둡다. SNS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책도 종이책을 선호하고 일정표도 다이어리가 편하다. 편지 쓰는 것을 좋아해서 이메일보다 우표를 붙여서 편지를 보낸다. 우표도 우체통도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나는 구닥다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육에서조차 고인물이 되고 싶지 않아 늘 새로운 교육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관심을 기울인다. 

매해 대두되는 교육이 있고, 그것에 대해 배우려고 하지만 난 결국 고전적인 교육방법을 선택한다. 새로운 교육은 내가 아니어도 젊은 선생님들이 해주지 않을까 하는 안일함도 있지만 옛 교육방법을 잘 살리면 진정한 배움이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냥 쓰윽 보면 촌스럽기도 한 옛날 교육과 놀이에는 아이들의 사고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 많다. 옛날 배움의 방법은 조금 무식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많아 편리함을 추구하는 시대에서 조금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창의성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필요하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노작에서 나오는 가치를 알고 자유롭게 무엇인가 만들어 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줄 기회가 너무 없다. 지금처럼 머리로만 배우는 지식으로는 절대 창의성을 길러지지 않는다. 

  

  교과서나 장난감을 살펴보아도 아이들이 부모님과 다니는 체험학습을 보아도 요즘은 정말 정형화된 것이 많다. 누구나 쉽게 뚝딱 만들어낼 수 있고 결과물도 완성도 있게 보이는 활동이 참 많다. 그냥 뜯고 조립만 하면 되는 장난감, 색칠하고 꾸미기만 하면 원리를 몰라도 움직이는 과학키트, 색칠하고 풀칠만 하면 만들어지는 미술작품, 안내문대로 붙이기만 하면 되는 보석 십자수까지 쉽고 편하게 완성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난감과 교구가 많아도 너무 많다. 고구마 캐기 현장학습에 가보면 고구마를 땅에서 캐는 것이 아니라 던져놓은 고구마를 줍는 경우도 꽤 많다. 이미 다 준비되어 있고 반쯤은 완성된 것에서 조금만 움직여도 큰 것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 속에서 아이들은 정말 쉽게 얻는다. 지나치게 친절한 교구와 장난감, 현장학습의 장은 아이들에게 굳이 사고를 요구하지 않고 힘들게 움직이거나 여러 번 시도하지 않아도 즐거움을 얻게 한다. 이런 이유로 아이들은 실패를 잘 경험하지 못한다. 아주 작은 노력으로 얻는 것이 많아 굳이 더 많은 노력을 해보지 않는다. 그냥 하라는 것만 하라는 대로 하기에 주체성이 키워지지 않는다. 이런 쉬운 배움이 때로는 진정한 성장을 방해한다. 


  쉽게 배운 사람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지 못하고 결국 단순 작업을 인간보다 잘하는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긴다.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기에 사람이 설 자리는 점점 없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로봇이  아이들을 대체할 수 없도록 능력을 갖추게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인간이 더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대체될 수 없는 사람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능력으로 로봇보다 나은 것 중 하나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많은 이야기들이 다루어져서 새로운 소재가 부족하다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 더 이상 신선한 소재가 없어서 웹툰이나 웹소설을 원작으로 만들고 있다. 게임 역시 가상의 현실을 만들어내고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중요해지다 보니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자기만의 이야기, 소재를 갖고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은 창의적으로 무엇인가를 해나가고 해결해나가는 능력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기계적으로 반복된 일을 하는 것인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도 창의성을 발휘하여 뛰어난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본다. 우리는 아이들이 이런 능력을 갖출 수 있게 교육하는가 돌아봐야 한다. 

확장된 사고를 하는 공부와 놀이는 어른들의 관심과 품이 필요하다. '아나공' 하고 공 하나 던져주는 체육선생님이 되지 않아야 하는 것처럼 어른이 편하고자 아이들에게 너무 친절한 장난감을 주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역할놀이, 모래놀이, 직접 종이를 자르고 오려서 만드는 놀이,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놀이, 규칙을 변경하면서 뛰어노는 활동, 여러 번 사고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부딪치는 경험, 여러 번의 실패를 통해 만들어 낸 작품 활동, 생각한 것을 글로 담아내는 습관들이 개인의 서사를 펼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주지 않을까. 


  되도록 틀이 없는 활동을 할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실패를 경험하면서 아이 스스로 무엇인가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면 좋겠다. 결과물이 조금 화려하지 않으면 어떠한가. 아이가 여러 시도 끝에 만들어 낸 것이면. 아이가 몸을 움직이고 사고를 하게 만들어주는 활동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미 준비되어있는 체험활동보다 맨 땅을 파고 놀 수 있는 곳에 가서 만지면서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꾸며내면서 상상의 나래를 충분히 펼쳤으면 한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주어진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거나 자신의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자신의 이야기를 구체화시켜서 절대 기계로 대체될 수 없는 매력을, 능력을 지니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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