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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름달 Sep 19. 2022

치열한 삶, 그 옆에는

그들이 있다.

  오늘 하루도 치열하게 살아냈다.

뭐가 그리 힘들어서 늘 버틴다거나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표현을 쓰는지 모르겠다. 마음도 생활도 늘 뭔가 복닥 복닥 했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들, 엄마라서 딸이라서 아내라서 또 직장인이라서 해야 하는 많은 일들은 늘 같은 반복적이면서도 일상적인 일인데도 불구하고 늘 어깨를 딱딱하게 뭉치게 한다. 늘 귀차니즘에 시달리면서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음에도 매 순간 참 열심히도 살았다. 그 시절을 견딘다고 생각하는 나를 무겁게 누르고, 조금 더 버겁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느꼈다. 가뜩이나 잘 버티려고 입을 악물고 있는 내게 툭 하고 짐 하나를 벗어 놓고 가벼워지는 사람들이 참 무심하고 이기적인데도 받아들이고 참아냈다. 왜 그러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난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다고 포기하 듯이 말했다.


 그렇게 혼자 씩씩한 척 살다가 자식 일로는 버틸 수 없나 보다. 심장이 바닥에 툭 떨어져서 숨을 쉴 수 없었다. 그때마다 나는 꺼이꺼이 울면서 무너져 내렸다. 더 이상 못 버틴다고 포기하고 싶다고 했다. 무릎이 꺾이고 나서야, 그때서야 보였다. 나의 모든 모습들을 보면서 씩씩하게 살고자 하는 자존심을 지켜주고자 말없이 그리고 티 안 나게 그 짐을 같이 받쳐주고 있던 사람들이 곁에 있음을 보았다. 혼자 씩씩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무상하게 언제나 조용하게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은 내가 원하고 필요한 그때 기댈 수 있도록 어깨를 비워두고 기다려주고 있음을 알았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또 한참을 눈물이 났다. 기댈 언덕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변을 보지 못했고 기대지 않았던 것임을 깨달았다. 어리석음은 외로움을 동반하고 있음도 알았다.


  가끔 힘들어하고 외로워하는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다. 세상은 혼자 살지 못한다고, 너를 위해 어깨를 비워두고 기대길, 그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러면서도 겁이 난다. 모든 아이에게 그런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조마조마하는 마음도 있다. 그래서 나 역시 어깨를 비워둔다. 약간의 여유가 생기기도 했지만 나에게 내밀어둔 따뜻한 마음의 사람을 기억하면서 다른 누구에게 특히 아이들에게 한쪽 어깨를 비워둔다. 넉넉하지 않은 품이라도 안아주고 싶다고 만나는 아이들에게, 인연이 되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그리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그대도 나도 누군가를 위해 어깨를 비워두자고. 우리 사회에 어깨를 빌려주고 그냥 말없이 안아주는 좋은 어른이 많다면 우리 아이들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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