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시끄러워. 책임을 못 지니까 미성년자인 거야. 애송아~~" -이태원 클라쓰 4화 중
좋아하는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명대사 중 하나다. 가짜 주민등록증으로 술을 마시고 경찰서에 가게 된 미성년자에게 사장이었던 박새로이가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부드럽게 애송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나는 어른을 만났다. 그 미성년자로 인해 한 달이라는 영업정지를 받았음에도 확실하게 확인하지 않은 어른의 탓을 돌리는 박새로이의 모습에 가슴이 몽글몽글해졌다. 흔히 많은 사람들이 '미자, 미자'하지만 그 속에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던가. 나이가 어리니까 가만히 쭈그리고 있으라거나 어른의 권위에 따르라고 하지 않는가를 돌아보게 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그렇다. 미성년자를 책임을 질 수 없는 일이 많고 그들을 보호할 어른이 있어야 한다. 미성년자의 나이를 법적으로 정해놓은 것은 그들을 규제하기 위함이 아니라 보호하고 대변하기 위함이 아니던가. 물론 이를 빌미로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 또한 그들의 실수를 감싸 안아주고 대신 책임져주는 어른이 많은 사회라면 나아지지 않을까. 그들 주변에도 좋은 어른이 있다면 달라지리라 믿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좀 참담하다. 학교에서조차.
담임선생님 혹은 교과선생님이 정말 별로라고 아이들이 담임 또는 교과선생님의 교체를 위해 교장실로 단체로 들어가는 일은 벌써 20년 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젊었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혼자 '오죽하면 그랬을까~' 했다. 나이를 먹고 아이를 키워보니 그런 행동의 주체가 되는 아이들도 또 당사자인 선생님에게도 큰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아이들이 전체적으로 일어나게 하는 선생님도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나서기 전에 부모가 혹은 다른 어른이 대변해서 해결해 줄 수는 없었을까 고민한다.
얼마 전, 다른 반 학급회의에서 아이들 입에서 교과선생님 교체에 대해 안건이 나왔다고 한다. 어찌 된 과정인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전교회의에서까지 이야기가 나왔고 결국 몇 명의 아이들이 교감선생님을 찾아갔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우리 반 아이들에게 물었다. 힘든 일이 있냐고, 그 선생님이 혹시 너희를 차별하냐고. 우리 반 녀석들은 순딩이들만 있는지 자기네는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혹시 문제가 있다면 선생님에게 꼭 의논해 달라고, 선생님이 너희의 대변인이 되고 해결방안을 찾으면서 보호해 주겠노라 약속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들에게 미성년자와 어른의 차이를 설명했다. 미성년자는 보호받아야 하고 대변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그전에 부끄럽지만 솔직하게 고백했다.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은 아니야. 어른이 되었다고 다 성숙하거나 훌륭하지도 않지. 나쁜 사람도 있고 부족한 사람도 있어. 교사도 부모도 어쩌면 교사이기전에 부모이기전에 사람이잖아. 다시 말하면 좋은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거지. 앞으로 너희가 만날 많은 선생님들 그리고 어른들 중 이상하거나 나쁜 사람도 많을 거야. 견디는 것도 필요해. 어른이 되어서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을 대비하는 마음이 필요하거든. 물론 너무 심하면 부모님 혹은 다른 선생님에게 의논하고 방법을 찾아야 하지. 다만 너희가 직접 나서거나 대면하지는 않았음 해. 그래서 너희는 미성년자인 거야. 보호받아야 하고 누군가 너희를 대변해주어야 해. 책임은 어른이 지는 거야."
아이가 어른 뒤에 숨는 것은 비겁한 것도 비열한 것도 아니다. 아이의 실수를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른이 책임져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면서 어른이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자라서 누군가에게 든든한 등을 내어줄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다 실수는 한다. 그 실수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에 따라 마음의 넉넉함이 달라지고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것이다. 실수를 용납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결국 어른이 아이들의 실수에 책임을 져주면 된다. 무조건 아이가 잘못했다고 비난하기 전에 그 원인을 찾으면서 함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해결해나가야 한다. 당연히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게 하고 함께 방향을 수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를 위래 책임을 져주는 용기 있는 어른이 많아야 한다.
드라마 중 박새로이는 젊다. 그럼에도 진짜 어른이다. 미성년자의 실수를 안아주고 너그러이 넘겨주되 책임을 져주는 용감한 어른이다. 그가 한 말을 소리 내어 읽는다. 그런 어른이 되고자 마음먹는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어. 근데 "책임"은 아무나 질 수 없는 거야. "용기"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