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적응기(3월)

시작이 반이다.

by 보름달

두근두근. 드디어 시작이다. 1학년 담임이 되면 모든 것이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다. 특히 고학년을 맡고 있다가 내려오면 내가 알고 있고 지니고 있는 모든 가르침의 방법을 내려놓아야 한다. 급한 성격을 다독이고 한쪽 구석으로 치워버리되 인내심을 장착해야 한다. 하나의 설명을 적게는 20번(학급 인원에 따라 달라진다.) 많게는 40번 이상 앵무새처럼 반복할 각오를 다져야 하며 표현하지 않는 아이의 욕구를 알아채기 위해 온몸의 감각을 키워둔다. 물론 마음의 준비와 또 다른 육체의 힘듦도 각오해야 한다. 초반에는 우유갑을 20번 뜯을 각오와 가방을 역시 모든 아이를 확인할 준비, 허리를 굽히고 아이의 울먹이는 이야기를 들어줄 자세가 필요하며 물을 쏟았을 때 닦아주고 말려줄 체력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둘째치고 언제든 아이를 안아줄 너른 품이 중요하다. 3월 한 달은 정말 그렇다.

어른인 교사도 이러한데 아이는 어떨까. 유치원과 또 다른 교육기간에 들어오는 그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오는 아이도 있겠지만 많은 긴장감을 가지고 매 순간 떨리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교사가 그렇듯이 아이도 3월 한 달을 잘 보낼 수 있다면 이미 학교에 적응해서 잘 지낼 수 있는 기반은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한다. 시작이 반이다.


괜찮다는 마음으로 아이 바라보기

아이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부모는 괜찮다는 마음을 가지면 3월 한 달을 무사히 잘 보낼 수 있다. 아이가 불안할까 봐, 적응을 잘하지 못할까 걱정한다면 계속 괜찮다고 해주어야 하는 것은 물론 실제 부모 마음도 괜찮아야 한다. 학교에서 실수하는 것도, 준비물을 가져가지 못하는 것도, 아직 친구를 사귀는 못하는 것도, 전달하지 못하는 것도 진심으로 괜찮아야 한다. 적응하면서 점점 잘해나가리라 믿으면서 긍정적으로 바라봐주어야 한다. 한 번에 후욱 크길 바라지 않고 정말 작은 한 가지를 약속하고 지켜가는 것이 좋다. 친구 이름을 외워오기, 선생님에게 어떤 말을 전달하기, 재미있었던 일 기억하기, 선생님의 전달 사항 하나 기억해서 말해주기, 바른 자세로 앉아 있기, 어른에게 인사 잘하기 등 구체적이면서 소소한 것 하나 지킬 것을 약속하고 그게 잘 되면 그다음으로 나가면 된다. 실수가 용납되고 귀여움으로 퉁치는 것이 되는 것이 1학년이기 때문이다.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1학년 입학하는 아이를 교사들은 곧장 1학년 학생을 바라보지 않고 이제 겨우 유치원을 졸업한 아직은 유치원생물이 진한 아이로 본다. 한 번에 잘하지 않아도 된다. 괜찮다 괜찮다는 수없이 외쳐주면서 천천히 나아가면 된다. 사실 이 “괜찮다”라는 말은 아이를 위함도 있지만 부모 자신을 위한 말이기도 하다. 처음 해보는 학부형의 역할에 실수가 있어도 괜찮고 조금 놓쳐도 괜찮고 이해되지 않아도 괜찮다.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천천히 나아갈 수 있다면 진짜 다 괜찮다.


아이의 말을 믿어주되 그 말이 전적으로 아이 입장임을 알기

말을 잘하는 아이들이 많다. 사실 유치원에서의 교육으로 전달력이 좋은 아이들도 많다. 이런 경우, 부모는 아이가 하는 말을 사실로 믿는다. 이렇게 말하면 어떤 사람은 나에게 버럭 하며 아이가 거짓말을 하냐고 하겠지만 거짓말이 아니라 전적으로 자기 입장에서 사실을 전달하기에 왜곡된 것이 있을 수 있고 앞뒤가 잘린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8살 아이의 전달력은 완벽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있었던 일 중에 자기에게 인상 깊었던 일만 이야기할 수도 있다. 혼날 것 같은 이야기는 빼놓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뿐만 아니라 아이 수준에서 아이 입장에서의 이해하는 맥락이다. 가뜩이나 불안한 3월, 아이의 말이 크게 다가가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조금 더 여유를 갖고 기다리는 것이 좋다. 특히 친구와의 관계나 교사와의 관계에서 생긴 문제라면 말이다. 어느 순간 이해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럴 때 교사에게 문의하면 된다. 큰 문제가 아니라면 저절로 해결되는 것도 있고 아이 스스로 납득하여 사실을 다시 정정하기도 한다. 아이의 말을 믿어주고 공감하되 그 일이 완벽한 사실이 아닐 수 있음을 염두에 둔다면 조금 여유가 생길 수 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학교와 교사 바라보기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이상한 교사, 많다.(나도 나이 들면서 그런 이상한 부류가 되지 않기 위해 피나는 노력 중이다.) 그럼에도 아이가 어렸을 때는 담임교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나 부탁할 부분은 교사에게 메모나 학교전화로 직접 하되 아이 앞에서는 부정적인 시선이나 의심하는 말투로 교사를 논하지 않아야 한다. 아이는 순수해서 부모의 시선으로 교사를 보거나 부모가 툭 하고 지나가듯 하는 말을 전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아이와 교사 사이의 신뢰감이 형성되지 않아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가질 수 있다. 아이가 교사를, 학교를 믿지 못한 채 학교생활을 시작하면 적응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무슨 일이 생겨도 도움을 청하지 못한다. 교사에게도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아이에게 묻기보다 몇 번 더 기다렸다가 교사에게 묻는 것이 낫다. 유치원과 달리 학교는 홈페이지나 알림장으로 소통할 수 있다. 바로바로 답변해주기도 하지만 며칠 걸리는 경우도 있다. 캐바캐이기도 하고 사람 by 사람이기도 하다. 아이 모르게 의견을 피력하거나 질문함으로 부모와 교사의 관계를 떠나 아이와 교사의 관계는 흔들리지 않게 해 주어야 아이가 불편하지 않다. 아이에게 학교생활에 대해 질문할 때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물어보고 좋은 부분 위주로 물어봐야 한다. 부모의 질문 포인트에 따라 아이가 학교생활에서 초점을 두는 곳이 달라진다. 부정적인 질문을 하게 되면 아이는 본인이 경험하는 일 중 부정적인 경험에 집중한다. 부모의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라도. 학교는 당연히 다니는 곳이되 기분이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는 곳이지만 기본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믿게 도와주어야 한다. 어찌 좋은 일만 있겠는가. 결국 학교도 사람 사는 곳인 것을. 그러나 생각의 기초에 따라 대하는 마음과 자세가 달라질 수 있고 성장의 여부가 갈릴 수 있다. 3월 한 달은 교사와 아이 간의 신뢰 있는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긍정적으로 바라봐주어야 한다.


3월에는 아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학교를 잘 다니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할 일을 다 한 것이다. 적응을 잘하는 것 같아 보이는 아이도 3월 내내 긴장하고 있다. 친구들을 탐색하여 자기랑 잘 맞을 것 같은 친구를 찾아내는 일부터 시작하여 선생님과 친해지는 일, 조금 더 엄격한 규칙과 질서를 지켜야 하고 딱딱한 의자에 앉아 조금 딱딱한 내용의 교과서를 배워야 한다. 교사 나름대로 준비하고 친절하게 대해도 유치원보다는 조금 더 신경 쓸 것이 많을 것이다. 그런 아이가 아프지 않고 적응을 해나가고 있다면 기특한 것은 분명하다. 참고로 말하면 아이들은 3월 말에 갑자기 아프다. 긴장감이 풀어지면서 생기는 부분이다. 그래서 3, 4월 주말에는 나가는 것을 자제하고 주말에 푹 쉬고 오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긴장감이 풀리는 순간 아픈 아이들이 늘어나기에 그때부터 좋은 영양제와 한약을 쭈욱 먹어도 좋고 주말에 나가는 활동보다 실내활동 또는 집에서 쉬는 것도 좋은 듯하다.

3월! 초등학생뿐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그리고 교사들도) 긴장하는 달이다. 어떤 친구를 만나고 어떤 담임을 만날지 설레는 한편 두려움도 있다. 특히 1학년 아이에게는 고비일 수 있는 달이지만 믿어주고 격려해 줌으로써 잘 적응하게 해 주면 된다. 불안하고 초조할 수밖에 없지만 초긍정의 마음으로 또 너그러운 마음으로 수없이 아이에게 또 부모 자신에게 “괜찮다”를 말해주면 어떨까. “괜찮아.”를 주문처럼 외우면서 다독이면서 나아가면 진짜 괜찮아지는 마법이 펼쳐질 수도 있다.

3월은 서로에게 여유와 기다림이 필요하고 믿어주는 마음이 필요한 달로 조금 더 너른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기간이다. 기다려주고 기다리는 마음, 잘할 수 있으리라는 깊은 신뢰감의 눈빛으로 준비하는 2월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선조의 지혜를 기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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