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는 3월이 지나면 꽃 피는 4, 5월이 온다. 날씨도 조금 포근해지고 아이들도 나도 여유가 생긴다. 조금 친해졌다고 다가와서 수다의 꽃을 피우는 여자 아이들과 장난의 눈빛으로 쓰윽 쳐다보는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모두 적응을 잘하고 있는 듯하여 한시름을 놓는다. 4, 5월이 되면 조금 더 나아가 친구관계와 공부태도, 생활태도의 기본을 잡아주어야 하는 시기인데 이때 아이들 사이에서도 갈등도 폭발하기 시작한다. 탐색기간이 끝나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면서 부딪치기도 하고 건들기도 하면서 서로를 경쟁심을 갖거나 무리 짓기 시작하기에 잘 지켜보아야 한다. 사회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단계이기도 하다. 부모의 입장에서도 긴장의 3월을 보내고 나면 아이의 친구관계에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관계 맺는 방법은 다르다. 남자아이는 본인과 성향이 맞는 친구와 좀 더 잘 놀지만 기본적으로는 교실이냐 밖이냐라는 장소를 시작으로 어떤 놀이를 하느냐에 따라 어울리는 친구가 달라진다. 남자아이들은 상대가 누구냐보다 놀이에 따라 친한 친구가 만들어진다면 여자아이는 성향을 중시하고 함께 한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래서 자기와 가까이 있는 같은 모둠에 앉은 아이와 친해지며 그 주변에 성향이 맞는 친구와 친해진다. 단짝을 만들거나 삼총사, 사총사 같은 무리 짓기를 시작하기도 한다. 이때부터 아이는 집에 가서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소극적이거나 내향적인 아이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기도 한다. 우리 아이가 친구를 사귀는 과정을 어떤 마음으로 지켜봐 주고 도와주어야 할까.
아이 성향을 파악하고 믿고 기다려주기
사람을 사귀는 부모 본인의 성향을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은 중요하다. 아이는 관계를 맺는 방법을 부모에게서 처음 배우기 때문이다. 다가가는 방법부터 친해지는 과정에서도 부모와 아이는 닮아있는 경우가 꽤 많다. 천성적인 닮기도 하고 후천적으로 배우는 부분도 있다. 부모가 본인의 인간관계를 알고 아이를 보면 조금 더 이해하기 쉽다. 아이 성향에 따라 친구에게 다가가는 방법도 다양하지만 여러 명을 고루 사귀느냐 한 명만 깊게 사귀느냐도 다르다. 물론 부모 마음에는 우리 아이가 친구들과 두루 잘 어울리기를 바란다. 또 어떤 부모는 아이에게 단짝친구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무엇이 더 좋다고 말하기보다는 우리 아이가 어떤 관계 맺음에 익숙한지 또 편하게 생각하는지 알아야 한다. 중심에 서는 것이 편한 아이도 있고 조용하게 혼자 노는 것이 즐거운 아이도 있다. 혹은 끼리끼리 노는 것이 편한 아이도 있다.
친구관계가 학교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에 오늘 혼자 놀았다는 아이의 말에 걱정스럽지 않을 부모는 없다. 우리 아이가 친구랑 못 노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더라도 아이가 가진 힘을 믿고 조금 더 기다려주어야 한다. 언제까지라고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아이에게 긍정적인 마음으로 친구와 관련되어서 물어보고 여러 이야기들을 조언해 주면서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 좋다. 4, 5월에 친구관계가 완벽하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서서히 관계를 빌드업해 가는 시간이고 이때 아이가 친구들 사이에 전혀 끼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면 조금 더 지켜봐도 괜찮다. 1학년 아이들은 아직 자기중심적이고 단순한 부분이 있어 하루하루가 다르다. 어느 날은 같이 즐겁게 지내기도 하고 때에 따라 혼자 놀기도 하며, 무리를 지어 놀기도 한다. 기분이 좋으면 단짝이라고 이야기하다고 어느 순간 아주 작은 일로 토라지기도 한다. 아이를 믿어주면서 스스로 관계를 맺는 방법, 또 관계를 맺으면서 실수하고 실패하는 경험을 갖게 해야 한다. 자기에게 맞는 친구와 맞지 않는 친구를 터득하는 것도 나중에 친구를 사귀는 데 있어 중요한 기술이다.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게 지켜보기
사람 사는 곳에는 어디에나 갈등이 있다. 특히 아이는 싸우면서 큰다는 옛 말은 진짜 맞다. 다툼 없이 평화로운 것은 누군가 끝까지 참아주고 있거나 누군가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등한 위치에서 친구로 지내고 있다면 다툼이 있는 것이 정상이다. 모두 같은 마음, 의견을 가진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싸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기 의견을 내세우고 상대방과 조절해 가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친구관계에서 조심할 것을 알아가고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이 있음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싸움 없이 서로에 대해 예의를 지키는 것은 어른이 보기에는 좋지만 서로를 알아가는 데는 방해가 되며 여러 사람을 겪고 조절하거나 협의하는 부분이 성장하지 못한다. 몸으로 거칠게 하는 싸움이나 일대 다수의 싸움, 지속적인 괴롭힘의 싸움이 아니라면 아이들의 싸움은 성장하는데 좋은 거름이 된다.
갈등이 생기는 것을 불안해하는 아이가 있다. 그래서 갈등이 생기기 전에 회피하거나 먼저 울어버리기도 한다. 부모도 아이가 갈등 속에 있는 것을 걱정하는 경우가 있다. 갈등 속에서 내 아이가 상처받지 않을까, 소외당하거나 외로워하지 않을까, 친구를 잃지 않을까, 혼자 외롭게 학교생활을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은 당연하다. 그래서 요즘은 갈등상황이 생기기 전에 차단하는 부모도 많다. 참으라고 가르치기도 하고 또는 그 자리를 피하라고도 한다. 혹은 다툼이 일어나자마자 상대 부모에게 전화하거나 담임에게 전화하여 아이 대신 해결해 준다. 아이가 받은 상처를 말하고 사과를 대신 요구하기도 한다. 여러 친구와 다양한 상황에서 부딪치면서 자기감정을 조절하고 상대와의 거리 및 의견, 놀이방법을 조율해야 하는데 어른이 먼저 중재해 버리면 그런 기회를 빼앗기데 된다. 힘들어하는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방법을 같이 찾아보고 아이가 먼저 용기를 낼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아이가 가진 힘을 믿으면서 또 아이가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갈등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집에서 부모와 먼저 갈등을 자주 겪는다면 학교에서의 갈등은 쉽게 이겨낸다. 아이의 의견을 다 들어주지 않고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서 타협해 보는 기회를 갖는 것, 놀이를 하면서 규칙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부부가 다른 의견으로 대립하면서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사회적인 뉴스에 대해 각자의 입장에서 말하는 등 평소 겪는 갈등 속에서 서로 조율하면서 다름을 인정하는 경험은 아이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 맺음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 사실 아이의 의견을 전적으로 들어주면 편하지만 그렇게 자란 아이는 학교에 와서도 자기 의견만 옳다고 생각하여 다른 사람에게 귀 기울이지 않는다. 협상하고 타협하고 조율할지 모른다. 결국 집에서 겪는 소소한 갈등상황은 학교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함께하는 즐거움 느끼기
1학년에는 친구가 중요하기도 하지만 중요하지 않기도 하다. 친구가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은 어른의 입장일 수 있다. 함께 하는 활동에 무리 없이 어울린다면 꼭 친한 친구가 있지 않아도 된다, 1학년 1학기에는. 모둠활동을 잘하고, 같이 하는 놀이에 스스럼없이 들어와서 즐길 수 있다면 문제없다. 가끔은 혼자 노는 것이 편한 아이도 있다. 1학년 아이들이 노는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같이 있기는 하지만 그 속에서 각자의 놀이를 즐기고 있을 때도 많다. 함께 모여 각자 줄넘기하면서 즐거워하기도 하고 같은 곳에 자리하고 앉아 각자의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면서 같이 노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냥 공간적으로 같이 있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기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서 진짜 같이 놀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즉, 4, 5월은 같이 놀면서 또 따로 놀면서를 반복하면서 관계 맺는 법을 알고 조율해 가는 시기이다. 이때 친구가 많거나 적거나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같은 공간에 어떤 활동을 같이 즐길 수 있는 마음이나 태도가 있냐 없냐가 중요하고 함께 하는 활동에서 조절해나가지 못하거나 참여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아이가 자기는 친구가 없다고 반복해서 말한다면 불안하겠지만 조금 더 지켜보면서 긍정적인 힘을 주어야 한다. 놀이터에 자주 나가서 어울리는 모습을 살펴보는 것도 좋고 주변 아이들과 자주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방법이다.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낀다면 아이는 성향에 맞는 친구를 찾아 나설 것이다.
1학년 입학하고 나서의 가장 큰 관심사가 “적응”이었다면 그다음은 “친구관계”인 것은 매해 같다. 사람이 혼자 살아갈 수 없음을 고려할 때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우리 둘째도 벌써 누가 같은 반이 될 것인지 걱정하고 있다. 제발 친한 친구 한 명은 같은 반이 되길 바라면서 말이다. 1학년이 되어서 학교에 적응을 잘하고 친구를 잘 사귀면 모든 걱정거리는 사라질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90살 먹은 부모가 60살이 넘은 자식을 걱정하는 것처럼 자식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1학년은 초등학교를 처음 다닌다는 점에서 조금 특별할 뿐이다. 마치 사회초년생이 어떻게 사회생활에 적응하는지 관심을 두는 것처럼 말이다. 첫 단추를 잘 끼면 그다음 단추는 수월하다. 그런 의미에서 1학년 생활이 중요한 것은 맞다. 좋은 교사를 만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그전에 부모로서 우리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서 잘 지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조금 더 쉬운 길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초등학교에 들어간다고 아이가 훅 크지 않는다. 그리고 훅 크길 바라면 안 된다. 천천히 그러나 차근차근 나아갈 수 있도록 아이를 믿어주고 기다려주면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면 된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길, 기본이 만들어지면 이미 반 이상은 한 것과 다름없음에 용기를 얻고 부모는 아이를 믿어주고자 노력하면서 인내심을 길러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 하면 우리 아이가 잘 적응하고 성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육아는 수학공식과 다르게 답이 없다. 해결방법도 같지 않다. 결국 1학년에 가장 필요한 것은 아이를 믿어주면서 지지하되 기다려주는 부모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