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름달 Apr 03. 2023

나에 대해 알기

자기만의 방향과 속도를 찾아야 한다. 

 "엄마, 나는 슈퍼라서 피곤한가 봐."

 "네가 무슨 슈퍼야?"

 "슈퍼 큐티잖아."


  어이없다. 자기애가 넘치고 무한긍정주의자 둘째 딸의 한탄이다. 나는 슈퍼가 아닌데도 피곤한데 우리 딸은 무진장 스스로를 귀엽다고 생각해서 피곤하고 힘든 것인가. 그럼에도 나는 우리 딸도 "슈퍼맨, 슈퍼마리오, 슈퍼우먼, 슈퍼소닉"  등에 넣어주어야 하나 전혀 고민하지 않는다. 슈퍼라고 하기에는 자유분방하게 깃털처럼 가볍게 살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슈퍼"가 들어가는 많은 것을 경이롭게 바라보고 약간은 추앙하기에 그들 어깨에 얹어진 짐들은 보지 못한다. 나는 슈퍼엄마가 되고 싶었다. 완벽한 교사이자 자식마저 잘 키워내고 싶은 슈퍼맘이 되고 싶었다. 근데 나는 빨간 망토도 파란 쫄쫄이도 없다. 날아다니기에 몸무게가 너무 나가고 뛰어다니기에는 나의 게으름이 발목을 잡는다. 그것을 참 늦게도 알았다.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 "슈퍼거북"을 읽었다. 슈퍼거북의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빨라졌다. 토끼보다 더 빨라졌다. 그러나 10년은 늙어 보이는 얼굴에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미 제목부터 슈퍼거북이라 약간의 부담감이 있는데 지친 거북이의 모습에 괜스레 어깨가 늘어진다. 거북이는 쌓인 노력만큼 빛나는 결과를 얻는다. 재능이 없어도 미친 듯이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여서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거북이를 통해 보여준다. 이런 노력의 결과를 부모들은 원하는 것이 아닐까. 노력하면 무엇이나 될 수 있고 할 수 있음을 알아가길 바라는 것, 부모의 욕심이 아닐까. 


 "노력해서 안 되는 것이 어딨어?" / "네가 시간과  노력을 덜 들인 것은 아닐까?" / "네가 노력하는 과정에 뭐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는 많은 말들, 특히 성적에 대해 꾸짖음과 함께 던지는 말들은 아이를 자극하게도 하지만 여러 면에서 늙게 하는 것은 아닐까. 가끔은 노력이 결과를 배신할 때도 많은데 말이다. 나 역시 피, 땀, 눈물과 함께 가진 것을 몽땅 쏟아 넣으면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갑자기 몸치 큰 딸의 무용성적표에 써진 평가가 떠오른다. '재능보다 노력이 돋보이는 아이"라는 평가였다. 아이는 만족했고 부모인 우리는 웃었다. 결국 노력이 타고난 재능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틈만 나면 흔들어대고 쉴 새 없이 흘리던 아이의 땀과 눈물을 알았기에 웃펐다. 그런 아이에게 노력하면 최선을 다하면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고 말할 수없다. 입력되는 많은 것들이 같은 값의 결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기에 쉬이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아이들에게 노력조차 해보지 않을까 봐 자꾸 강조하게 되나 보다.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어떤 욕심을 내고 있을까. 두 딸을 키우면서 나는 무던히 내려놓는 연습을 한다. 내려놓지 않는 욕심으로 아이의 행복까지 잡아먹는 엄마가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타고난 재능을 넘어서 노력하라고 요구하게 될까 봐 자제한다. 슈퍼가 되기보다 매 순간 성실하게 그래서 마침내는 소소한 기쁨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 뭔가를 엄청 잘해서 유명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성향을 생각해서 방향을 잡고 지치지 않는 자기 속도로 나아가면 무엇을 해도 괜찮으리라 믿는다. 평범하게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인가를 생각하면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리길 바란다. 

그런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보다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주변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모습이나 부모의 영향으로 자리 잡은 본인의 모습이 아니라 "진짜" 자기 다운 것에 대한 고찰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자꾸 들여다보면서 본인 성향에 대해 알아가야 한다. 자기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다. 그러고 나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부모나 주변 어른들이 정해주는 방향이 아니라 스스로 정해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수없이 수정해 나갈 수도 있고 한 방향으로 묵묵하게 갈 수도 있겠지만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하게 나아가길 응원한다. 


  자기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나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를 모르고 산다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본인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나 역시 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전까지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와 판단에 좌우되어 그게 나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자기를 잘 안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글을 쓰면서 드디어 찾았다. 우리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부분을 말이다. 본인에 대해 고민하고 들여다보는 기회를 자꾸 주어야겠다. 자기를 알아가면서 자기에 대해 고민하면서 인정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안다는 것 - 노자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남을 아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지만
자기를 아는 사람은 더욱 현명한 사람이다.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이 있는 사람이지만,
스스로를 이기는 사람은 더욱 강한 사람이다. 
작가의 이전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