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름달 May 03. 2023

자기조절능력의 중요성

아이들이 자기조절능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매해 조금씩 다른 아이들을 만난다. 1학년을 연달아 맡아도 느낌이 다르다. 겨우 일 년 차이인데 부모도 다르고 또 트렌디한 육아방법도 다르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물론 학년 특성에 따라 다른 부분도 있다. 그렇기에 가르치는 이 일이 익숙해서 지루해지기보다 매해 리셋되는 기분이다. 새롭다. 이번에는 어떤 아이들을 만날까, 어떤 부분에서 같이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생긴다.

해마다 느껴지는 아이들의 특유의 분위기를 감지하고 그 아이들만을 위한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은 중요하다. 일년동안 키워주고 싶은 부분을 찾아내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성장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기초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공동의 목표를 찾기위해. 물론 감각적으로 알 수 있지만 교실에서 자주 하는 잔소리를 분석해 보면 보다 명확해진다. 지금 맡은 아이들이 무엇을 잘하고 또 어떤 점이 채워가야 하는지가 보인다. 요즘 나는 어떤 잔소리를 하고 있을까.


 "눈치는 집에 두고 온 거야? 눈치 좀 챙겨."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하지 않을까?"

 "지금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해야 할까?"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 봐야 알 수 있을까?"

 "왜 생각하지 않고 행동이 먼저일까?"

 "적당히 하자. 웃으면서 말할 때가 좋은 거다."

 "지금 쟤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좋아 보여서 따라 하는 거야? 주체적으로 살자."


  각각 다른 종류의 잔소리 같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맥락이 같다. 때와 장소,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스스로의 말과 행동을 조절하지 못해서 듣게 되는 잔소리이다. 상황파악을 못하고 하는 말, 재미있으면 상대방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고 계속하는 장난,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행동, 어떠한 상황을 조금도 참지 못하고 내뱉는 투정, 장소에 상관없이 뛰거나 큰소리로 말하는 것, 주체적으로 판단하지 못해 남을 따라 하는 것 등은 모두 자기조절능력과 관련이 깊다.


  자기조절능력은 무조건 참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어떤 환경에서든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지하고 그 맥락에 맞게 스스로의 행동과 감정을 조절해 나가는 능력이다. 학년이 낮을수록 본능에 충실하기 때문에 당연히 자기조절능력이 약하다. 나이에 따라 서서히 향상되어야 하고 갖추어야 하는 능력인데 어렸을 때부터 신경 쓰지 않으면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함정이다. 자기조절능력이 약하면 공부는 물론 사회성에도 많은 악영향을 끼친다.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거나 하고 싶은 것을 먼저 하기 때문에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힘들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욕구를 밀어놓고 수업에만 집중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여러 명이 같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상황파악을 하지 않고 하는 행동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고 결국 사회적 관계 맺음에도 문제가 된다. 그러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아이들이 자기조절능력을 키우는 데 있어 무엇이 방해가 될까. 고민하게 된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교라는 작은 사회생활 속에서 길러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 무엇이 원인이었을까. 당연히 원인은 한 가지가 아닐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충분한 학교생활-사회생활을 하지 못해서 키워지지 못했을 것이다. 이러한 평범하지 않은 환경속에서 자존감을 높여준다는 명목으로 무조건적인 공감과 존중을 받았거나 불안한 부모의 과잉보호로 인해 많은 간섭을 받아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없었던 것 모두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아무런 규칙도 없이 아무런 요구도 받지 못한 아이도 충동성은 높고 자기 멋대로 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여러 환경적인 요인과 부모의 양육방식이 결합되면서 생긴 구멍이었을 것이다. 물론 자기조절력이 약한 아이의 원인을 파악하기보다 일시적으로 보이는 문제만 해결하고자 급급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능력을 등한시한 교사의 문제, 코로나시대가 가져다 주는 문제를 등한시한 학교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

원인이 무엇이었던간에 자기조절능력은 때와 장소,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도 다른 사람과 사회적 관계를 잘 맺기 위해서도 분명히 필요한 능력이다. 무엇보다 주체적으로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하다. 잘 참는 것과 다르다. 무조건 인내하는 아이들은 물론 겉으로 볼 때 자기조절능력이 높아 보이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자기를 지켜내지 못한다. 스스로를 억압하는 부분이 있어 목표를 성취할 수 있으나 행복을 보장할 수는 없다. 목표를 위해 스스로를 조절하되 자기표현을 솔직하게 할 수 있으며 자기를 지키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런 능력을 키우기 위해 학교와 가정에서는 어떤 환경을 만들어야 할까.


 부모나 교사나 일관성 있는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부모 기분에 따라 혹은 아이 감정에 따라 정해놓은 원칙이 흔들리면 안 된다. 아이들은 귀신같이 늘 기회를 포착하기에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냉정하고 엄하고 싶은 부모는 없다. 아이에게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속상하지 않을 부모도 없다. 그러나 아이를 위해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주변사람들 말에, 아이의 표정에, 일상에 퍼져있는 많은 방해거리에도 굳건해야 한다. 어떤 환경에서도 안 되는 것은 어떤 상황에도 안된다는 것을 알면 아이는 더 이상 샛길을 찾지 않는다. 변명을 하지 않게 되며 해야 하는 것을 해나간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흔들림 없이 해나갈 때 아이는 자신감을 얻고 자기효능감을 길러갈 수 있다. 성실함으로 인한 작은 성공의 경험이 아이를 단단하게 만드는 양분이 된다. 이런 긍정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아이는 자기조절력의 필요성을 느끼며 순간의 충동을 참아낼 수 있는 것이다.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아이가 질문을 한다고 바로 답하는 것은 위험하다. 아이를 의존적으로 만들어서 고민을 거치지 않고 행동한다. 어른의 말을 듣고 움직이면 사실 크게 문제가 생기지 않을 뿐 아니라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어른의 핑계로 돌릴 수 있다.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서 생기는 리스크를 피하고 싶은 것이다. 진짜 답을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거 같은데?" "지금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네 생각은 어떤데?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을까?" 등의 질문으로 돌려주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않으면 너무나도 사소한 것까지 묻는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 가도 되냐는 질문부터 쓰레기를 어떻게 해야 하냐고 들고 오기도 한다. 조금은 불안해하더라도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게 비록 혼날 일의 시초가 되더라도 그 경험을 통해 스스로의 행동을 조절해 나갈 수 있으며 한번 더 생각해 보는 경험을 가질 수 있다. 자꾸 생각하게 만들고 혼자 판단하되 책임도 아이의 몫으로 철저하게 두어야 한다. 부모는 아이가 여러 경험을 통해 한번 더 생각하고 자신의 판단을 조절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게 기다려주어야 한다. 지나치게 안전한 상황은 아이를 자라지 못하게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담백하게 표현하되 상대를 배려하면서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어른도 그렇지만 조절능력이 부족한 아이는 자기 식대로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거나 상대를 비난하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솔직한 표현이라면서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고 평가하는 말을 하는 아이도 많다. 무례함을 솔직함으로 포장한다. 그래서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최대한 담담하게 일어난 사실만을 말하고 그에 대한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습관화해야 한다. 함부로 상대의 생각을 넘겨짚어 말하지 않아야 하며 내 생각을 날 것 그대로 말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어떤 일에 대해서 내가 틀릴 수도 있음을 항상 인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런 마음가짐은 서로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진다. 내 감정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보고 또 주변을 살펴보는 눈을 가지고 말을 골라 표현해야 한다. 상황을 파악하고 해야 할 말인지 아닌지 깨달아야 하며 말과 행동으로 툭 튀어나오기 전에 충분한 숙고의 과정을 거치는 것도 중요하다. 때와 장소, 상황 그리고 상대에 따라 자기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사회성에 있어서 천지차이의 결과를 가져온다.



  생활 속에서 자기조절능력을 키워줄 방법은 너무나도 많다. 일일이 다 나열할 수는 없지만 큰 틀을 가지고 부모만의 혹은 교사만의 방법을 꾸준히 실천해야 아이의 조절능력은 길러질 것이다. 갑자기 키워줄 수 없는 어려운 능력이기에 그만큼 중요하다. 부모와 교사의 많은 노력을 요한다. 자기의 삶을 주체적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길 원하고 더 나아가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는 어른이 되길 바라기에 이 능력을 꼭 키워가길 응원한다. 아이들이 자기조절능력을 기르는 것을 도와주면서 나 역시 단순히 참는 능력에서 벗어나 자기를 지킬 수 있는 자기조절능력을 함께 키워가야겠다. 우리 아이들이 마음도 몸도 건강한 어른이 되어 스스로를 잘 지키면서도 다른 사람을 아우를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갈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회장이라는 직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