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년 정도 되면 개는 성성숙이 된다. 암컷의 경우 성성숙이 되면 6개월을 주기로 생리를 시작한다. 보통 이 시기 전후로 중성화수술을 고민하게 된다. 아니, 어쩌면 대한민국 사회는 중성화수술을 당연히 해야 하는 필수인 것처럼 권하고 시행하는 것 같다. 하지만 중성화수술은 충분한 고민이 필요한 수술이라고 생각한다.
중성화수술은 암컷의 경우 자궁을 적출하는 수술로 자궁을 적출함으로써 생식기계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생식기계 질환 중 가장 대표적으로 꼽는 것이 자궁축농증이다. 자궁축농증은 자궁 내 감염으로 인한 염증으로 고름이 차는 질병이다. 생후 6년 이상에서 5마리 중 1마리 꼴로 발병한다. 자궁축농증의 치료는 자궁적출술로 발병 시 수술을 받으면 폐사율은 1-2%로 예후가 좋은 편이다. 다만, 자궁축농증에 의한 패혈증이나 복막염이 발생할 경우 폐사율이 50%로 높아지게 되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도 자궁축농증은 관찰과 촉진으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개방형 자궁축농증의 경우 분비물이 외음부를 통해서 흘러나오기 때문에 쉽게 관찰할 수 있고 외음부를 자주 핥는 행동이 관찰된다. 폐쇄성 자궁축농증의 경우는 자궁의 고름이 외음부로 빠져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분비물이 늘어나는 것을 관찰하기는 어렵지만 만졌을 때 배가 부풀어 있다거나 앓는 소리를 내는 등 복통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다음으로 중성화수술로 예방 가능한 생식기계 질환으로 많이 이야기하는 유방암의 경우도 8-10년생 개에서 주로 발생한다.
그다음으로 중성화수술을 권하는 이유는 개체 수의 조절, 반려견의 경우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이것의 개의 생식에 대해 조금만 공부하고 주의하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 개의 경우 생리 시작일을 기준으로 10-15일 정도를 배란기로 본다. 1년에 2번, 약 10일 정도만 주의하면 원치 않는 임신을 할 가능성은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반려견이 실내생활을 하기 때문에 더욱 원치 않는 임신을 할 가능성이 낮다.
마지막으로 반려인의 편의를 위한 것으로 중성화수술을 하면 생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관리의 편의성이 있다.
이외에도 중성화수술을 권하는 이유는 많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노령견을 대형견의 경우 7~8년생 이후, 소형견의 경우 9-10년생 이후를 기준으로 분류하는데 어떤 질병이든 노화에 의한 발병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가지고 태어난 장기는 생명을 유지하고 기능하는데 모두 직간접적인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궁이라는 장기 자체를 떼어 냄으로써 자궁축농증은 절대 걸리지 않겠지만 유방암의 경우는 자궁을 적출함으로써 호르몬 요인에 의한 발병률을 낮출 수 있을 뿐 노화에 의해서 발병할 수 있으며, 평균적으로 8-10년생에서 많이 발병한다면 과연 자궁적출을 통해 예방 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또한 멀쩡한 장기를 수술을 통해서 떼어내는 불필요한 경험이 심리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에게도 이미 기능이 퇴화된 맹장이라는 장기가 있고 약 7명 중 1명이 맹장염에 걸린다고 하지만 맹장염 예방을 위해 건강한 상태에서 맹장을 떼어내지는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반려인의 편의만을 생각한다면 애초에 반려동물을 들이는 것 자체를 재고해 봐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이유로 나는 깜순이의 중성화수술을 하지 않았다. 다만, 깜순이는 중성화를 선택하지 않는 대신 출산의 경험을 했다. 출산의 경험이 생식기계 질병의 발병률을 낮춰준다는 보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중성화수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감염에 의한 질병의 예방을 위해 위생에 주의를 기울였고, 몸 상태에 대해서 개는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반려인으로써 항상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닌지 깜순이의 몸 상태를 관찰하였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깜순이는 12살에 폐쇄형 자궁축농증에 걸렸다. 어딘지 움직임이 둔해 보이고 아랫배가 볼록한 것 같은 느낌에 배를 만져보니 통증 때문에 경직되는 것을 확인하고는 아무래도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바로 병원에 데려갔다. 초음파와 엑스레이, 혈액검사 등을 통해 폐쇄성 자궁축농증임을 확인하고, 폐쇄성 자궁축농증의 경우에는 내부에서 자궁이 파열되면서 복막 내에 감염을 일으켜 복막염으로 발전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위험하기 때문에 응급수술을 진행했다. 물론 노령견에게 수술자체가 부담이고 위험요인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 외에는 깜순이가 사는 동안 자궁적출을 하지 않아서 야기되는 질병이나 문제행동을 일으킨 적은 없었다.
나의 가치관에서 봤을 때 중성화수술과 비슷하게 지극히 인간의 입장만 고려된 또 다른 시술로 단미와 단이를 꼽을 수 있다. 단미는 긴 꼬리를 짧게 잘라주는 수술인데 대표적으로 슈나우저, 푸들, 웰시코기 등에서 많이 시행된다. 수의학적으로는 척추의 휨을 예방한다는 목적으로 시행되지만 실질적으로는 미용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단이 역시 귀 끝을 잘라 귀가 쫑긋하게 서 있게 만드는 수술로 수의학적으로는 귓병을 예방한다는 목적을 갖지만 미용 목적으로 시행되는 대표적인 수술이다. 생후 2주 이전에 해야 신경의 발달이 미숙하여 통증을 느끼지 않고 트라우마도 없다고 하여 이 시기에 이러한 시술을 주로 시행한다. 심지어 마취도 없이 시행되기도 한다. 하지만 수술실에서 새어 나오는 고통의 울부짖음을 들어봤다면 이에 동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반려생활 중에 우리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그럴 때에는 판단의 기준을 단순히 전문가나 주변 지인의 권고, 카더라통신에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반려동물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 자신의 가치관과 부합하는 판단을 내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