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순이는 무려 3번이나 가출을 한 프로가출러다. 첫 가출은 내가 긴 자취생활을 접고 본가에 들어간 시점이었다. 당시 나는 깜순이와 깜순이의 손녀인 강희와 살고 있었고 본가에는 깜순이의 딸인 깨비가 살고 있었는데 합가를 하면서 엉겁결에 3대가 북적이는 다견가정이 되었을 때였다. 굉장히 개인적인 성향인 깜순이는 다견가정도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에도 적응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깜순이와 강희가 함께 지낼 때도 깜순이는 강희를 귀찮아하기는 했지만 이를 드러내고 싸우는 일은 없었는데 합가 하면서 깜순이는 강희에게 아주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고 강희 역시 깜순이에게 덤비면서 피 터지는 개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 깜순이는 첫 가출을 감행했다. 집에서 뛰쳐나가 집 근처 마트에 진입했다가 지나가던 분이 붙들어서 동물병원에 인계한 것을 깜순이의 가출에 쫓아나갔던 어머니께서 깜순이를 놓치고 수소문하기 위해 들어간 동물병원에서 데리고 왔다. 그렇게 첫 가출소동은 3시간여 만에 막을 내렸다.
당시에는 동물등록이 권고사항이었고 인식칩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많았기 때문에 깜순이는 인식표만 주로 착용했다. 어릴 때는 혹시 몰라서 집에서도 항상 착용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깜순이가 불편해하기도 해서 외출 시에만 착용했다. 첫 번째 가출사건 이후 불안감에 다시 집에서도 인식표를 매기 시작했다.
마지막 가출은 이사문제로 시골 할머니댁에 잠시 맡겨둔 사이 어느샌가 집을 나가 동네 큰 나무 밑에 누워있는 걸 동네사람이 발견하고는 데려다준 일이었다.
첫 번째와 마지막 가출은 잠시 마실 다녀온 듯 가볍게 종료되었지만 정말 어마어마하고 조마조마했던 건 두 번째 가출이다. 첫 번째 가출이 실패한 것이 분했는지 첫 번째 가출 이후 얼마되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내가 외출하려고 문을 열자마자 현관펜스를 뛰어넘어 탈주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깜순이를 부르며 쫓아나갔지만 어느새 건물을 뛰어 내려가 골목어귀까지 달아 빼었다. 목줄 없이 산책할 때도 그렇게 달려가다가 내가 주저앉아서 팔 벌리고 부르면 다시 돌아와 안기곤 했었기에 깜순이를 부르며 깜순이와 눈이 마주치자 앉아서 팔을 벌렸다. 깜순이는 거리를 유지한 채 멈칫거리더니 이내 결심했다는 듯이 가던 길로 뛰기 시작했다. 나도 잽싸게 쫓았는데 큰길로 접어들면서 깜순이를 놓치고 말았다. 분명 이쪽 방향으로 뛰어간 것 같아서 앞에 있던 상인분께 방금 뛰어가는 개 못 보셨냐고 물어보니 이쪽으로는 안 지나갔다고 했다. 골목을 돌아 나오면 내가 방향을 착각했나 싶어서 반대방향으로 뛰어가보았지만 깜순이의 행방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 길로 약속을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와 깜순이 찾기 대작전을 펼쳐야 했다. 나는 곧장 집에 있는 깨비가 강희에게 목줄을 채우고 집을 나섰다. 갑작스러운 산책에 어리둥절한 두 아이들을 채근하며 평소 자주 다니던 산책길을 목이 터져라 깜순이를 외치며 땅거미가 질 때까지 돌고 또 돌았지만 소득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