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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인순 Oct 01. 2023

유실견 찾기

유기유실견의 공고기한 10일

유실견이 발생하여 구조되면 관할 구청의 유기유실동물보호센터에 접수되며 유기유실동물이 구청의 보호센터에 입소하는 시점을 기점으로 10일의 공고기한이 주어진다. 10일 동안 주인을 찾지 못하거나 운 좋게 사설보호소로 이관되지 않는다면 공고기한 이후 안락사 처리된다.

고로, 깜순이를 찾아내야 하는 시간은 최소 10일이 주어졌다. 효율적으로 깜순이를 찾기 위한 계획이 필요했다. 일단은 깜순이가 누군가에 의해 구조된다면 가게 될 마지막 행선지인 관할구청의 유기유실동물보호센터에 연락했다. 깜순이에게 인식칩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날은 평소에 차고 있던 인식표마저도 하지 않고 집을 나갔다. 보호센터 담당자에게 유실경로와 깜순이의 특징을 상세히 설명하고 혹시라도 보호소에 들어오면 꼭 연락을 달라고 간절하게 부탁드렸다. 담당자는 센터로 오기 전에 대부분은 인근 동물병원에서 보호한다고 귀띔을 해주시며 개의 하루 이동량이 최대 3km 정도인 것을 감안해서 인근 동물병원에 전단지를 작성해 전달하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길에서 가끔 마주했던 '강아지를 찾습니다' 전단지를 내가 만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전단지에 어떤 내용을 넣어야 할지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인터넷의 힘을 빌려 효과적인 전단지를 만들었다. 사진은 최대한 최근에 촬영한 얼굴정면과 전체적인 바디샷 중에서도 신체적 특징이 도드라진 사진, 찾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는 상황을 고려해 털이 길었을 때의 사진을 함께 넣는 것이 좋다. 내용은 의외로 너무 구체적으로 적지 않고 간략하게 적는 것이 좋다고 한다. 종종 사례금을 걸면 거짓제보가 많이 오기도 하는데 그것을 거르기 위한 방법이라고 한다. 깜순이를 찾기 위한 전단지에도 이름, 유실날짜와 장소, 육안으로 단번에 확인가능한 특징과 연락처만 간략하게 적었다. 온라인의 시대이고 온라인이 좀 더 빠른 피드백과 전달이 가능한 매체인 것 같아서 나의 SNS에 전단지를 게시했다. 다음은 보호센터담당자의 조언대로 동물병원에 전단지를 돌리는 작업이었다. 개가 하루 최대 직선거리 3km를 이동할 수 있다고 했기에 네이버 지도를 켜고 우리 집을 기점으로 전방 3km 이내의 동물병원을 검색했다. 생각보다 전방 3km의 범위는 넓었고, 그 안에 동물병원은 수십 개가 넘었다. 하루 안에 수십 개의 동물병원에 전단지를 전달하는 일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범위는 6km, 9km로 점점 늘어나게 되는 상황이었다. 특히나 개의 이동성 때문에 2-3일 내에 찾지 못하면 사실상 찾기 힘들다고 했다. 모든 동물병원에 방문이 어려우니 큰 길가에 위치한 동물병원들을 기점으로 전단지를 배포하기로 했다.

그러던 중 친구로부터 본인 동네에서 배회하는 슈나우저를 봤다고 연락이 왔다. 그 친구가 사는 동네는 내가 사는 동네에서 직선거리로는 1km쯤 떨어졌지만 산을 하나 넘어가야 하는 데다 평소 그쪽으로는 깜순이가 가본 적도 없었던 곳이었기에 의아했지만 이미 유실발생으로 하루가 지난 시점이었기 때문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친구가 목격했다는 위치 인근의 동물병원들을 중점적으로 방문하였지만 보호하고 있는 유실견이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전단지도 전달드리며 혹시 게시도 해주실 수 있는지 부탁했다. 그렇게 반경 내 동물병원들을 방문하고 있는데 집에서 꽤 가까운 거리에 위치 동물병원에서 전단지를 훑어보더니 깜순이가 죽었다고 말했다. 차에 치였고 사체는 병원에서 보관하고 있는데 확인해 보겠냐는 말에 정신이 아득해졌지만 독하게 마음을 다잡고 확인해야겠다고 했다. 사체는 훼손정도가 심하니 사진으로 보여주겠다며 보여준 사진은 스치듯이 봐도 깜순이가 전혀 아니었다. 단박에 깜순이가 아니라고 하자 원장님은 잘 보고 얘기하라고 했지만 사진 속의 슈나우저는 딱 보기에도 깜순이의 1.5배는 되어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수컷이었고 깜순이는 단미가 너무 짧게 되어서 꼬리뼈가 한마디정도밖에 남지 않아서 육안으로 꼬리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특징이 있었는데 사진 속 아이는 여느 슈나우저만큼의 꼬리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조목조목 말씀드리며 원장님께 전단지를 자세히 봐달라고 부탁하고 나왔다. 돌아오는 길 119에도 혹시나 구조된 개가 있는지 문의하고 양해를 구하고 전단지를 드렸다.

내가 할 수 있는 조치를 모두 취했다. 매일 깨비와 강희를 데리고 동네 곳곳을 산책했다. 어떤 형태로든 연락이 오기를 기다린지 어느덧 일주일이 넘어가고 있었다. 사실상 가망이 없다는 생각이 커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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