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일주일째, 깜순이와의 인연은 여기 까지는구나 싶었다. 근무 중 울린 전화는 깜순이를 찾는 전단지를 대충 훑어보고는 '얘 죽었어요' 했던 동물병원이었다.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하는 삐딱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깜순이 찾았어요."
"깜순이는 꼬리가 거의 없어요. 밑에서 두 번째 젖꼭지가 두 개고요."
"네네 맞아요. 저희가 데리고 있으니까 찾으러 오세요."
퇴근시간까지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퇴근하고 쏜살같이 병원에 갔다. 사실 병원에 어떻게 갔는지 깜순이가 어디서 어떻게 나왔는지도 기억이 없다. 깜순이가 맞나 아닌가 생각할 것도 없이 눈만 마주쳤는데도 깜순이였다. 순식간에 내 손은 깜순이에게 등짝스매싱을 날렸다. 이 놈의 계집애 어디갔었어를 연발하다가 서서히 정신이 차려진 것 같다.
원장님을 통해 들은 이야기로는 깜순이는 이전에도 가출해서 찾아들어갔던 마트에 들어갔다가 직원들의 신고로 119에서 구조를 했다고 한다. 119에서 3일 정도 체류 후 동물병원으로 인계되었고 며칠간 이런저런 검사 후에 구청의 보호소로 다시 인계될 예정이었는데 문득 전단지가 생각나서 다시 확인해 보니 깜순이가 맞는 것 같아서 전화를 했다고 하셨다.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소임을 다해주셨음에 감사하며 인사를 드리고 깜순이와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원장님께서 깜순이 검사해 보니 반려동물등록이 안 된 것 같다며 반려동물등록을 해야 데려갈 수 있다고 하셨다. 반려동물등록만 되어있었더라면 더 빨리 깜순이를 찾았을 것이다. 하다못해 인식표라도 달려있었더라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원장님께서는 내장칩을 강권하셨지만 나는 여전히 내장칩에 대한 약간의 불신이 있었기 때문에 외장형 인식칩을 만들고 반려동물등록을 했다. 등록과정은 생각보다 간편했다. 등록카드와 작은 외장형 인식칩을 깜순이의 목에 걸어주었다.
반려동물등록제도는 2014년부터 의무로 등록대상은 2개 월령이상의 반려견으로 규정하고 있다. 등록된 동물의 정보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관할하며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서 확인, 정보변경 등을 할 수 있다. 등록방법은 외장칩과 내장칩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지자체조례에 따라 지정된 대행업체, 일반적으로 동물병원에 직접 방문하여 등록가능하다. 등록 후에는 전화번호, 주소, 동물상태 변경 시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 사이트에서 본인인증 후 변경가능하다.
반려동물등록제도의 필요성에 대해서 논쟁이 많이 있지만 유실유기동물을 관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반려동물등록제도가 의무화된 것이 벌써 10년이나 되었음에도 여전히 제도가 정착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심지어 나 역시 이 제도의 이용방법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고 그저 등록하라니까 등록을 했다가 사망신고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사망 후 1년이나 지나서야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 알게 되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