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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인순 Oct 08. 2023

다견가정으로

하나에서 둘이 될 때

다견가정을 꾸리고자 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반려견의 외로움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큰 함정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경험하면서 이미 느꼈겠지만 내가 애정을 받고 싶은 상대가 있는 반면에 상종도 하고 싶지 않은 상대도 존재한다. 또 우리가 흔하게 가족관계에서도 둘째가 생겼을 때 첫째의 기분을 남편이 첩을 데리고 집에 들어온 것과 견줄 정도의 스트레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아마 우리의 반려견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반려견이 애정을 갈구하는 대상은 반려인이고, 다견가정에서 반려견 간의 관계는 형제나 직장동료 정도의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 관계에서 성향까지 잘 맞지 않는다면 외로움을 달래기는커녕 매일이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일 것이고, 이로 인해 문제행동을 일으킬 수도 있다.

깜순이는 사회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람에게는 친화적인 편이지만 다른 동물들에 대해서는 호기심은 있지만 겁 많고 상대하는 방법을 몰라 불편해하거나 회피하는 경향 있어서 다른 개들과 쉽게 융화되지는 않는 아이였다. 그래도 임시보호하던 아이들과 지내는 기간 동안 크게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었기에 다견가정도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나 강희는  깜순이의 딸인 깨비가 출산한, 깜순이의 손녀였다. 깨비의 출산 소식을 듣고 본가에 가던 날, 꼬물거리던 강아지들 사이에서도 가장 작고 귀여운 아이가 강희였다. 반려동물, 특히나 둘째를 들일 때에는 더 많은 사항들을 고려해야 했는데 강희의 귀여움에 한눈에 반해버린 나는 앞뒤 재지도 않고 덥석 업어왔다. 막연히 한 핏줄이니까 잘 지내겠거니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사실 깜순이는 깨비도 못 알아보는 건지 잘 지내지 못했었는데 그저 나의 욕심이 앞서서 나 편한 데로 생각했었다.

처음 며칠간은 울타리를 쳐놓고 천천히 강희와 깜순이가 서로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순이는 울타리 너머에 강희에게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일주일정도가 지나고 강희도 배변훈련을 할 때가 되어서 둘 사이의 울타리를 제거했다. 강희는 굉장히 발랄한 성격이라 깜순이 주변을 늘 쫓아다니며 놀아달라고 채근했다. 깜순이는 그런 강희를 불편해했다. 한 동안은 깜순이는 도망 다니고 강희는 쫓아다니는 상태가 계속되다가 어느 순간 깜순이가 포기했는지 강희가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까불어도 돌부처처럼 엎드려서 반응하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다.

깜순이가 혼자 있는 시간에 함께 할 동료를 만들어주고 싶었던 것인데 막상 강희를 불편해하는 깜순이를 보니 후회가 되기도 했다. 게다가 막상 강희가 들어오고 나니 반려견이 한 마리에서 두 마리가 된다는 건은 행복 두 배, 고통 두 배의 단순 계산이 아니었다. 경제적으로도 마찬가지였다. 반려동물을 키울 때 고려해야 할 모든 것들을 다견가정을 꾸릴 때에도 똑같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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