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정리
다견가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상황이 서열 때문이라고?
다견가정을 꾸리고자 할 때 반려인의 기대는 여러 마리의 강아지들이 화기애애하고 알콩달콩하게 몰려다니며 장난치는 평화로운 일상일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다. 우리의 기대와 달리 다견가정에서는 다양한 문제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 문제상황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보통 '서열'의 문제를 꼽는다. 과연 다견가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상황은 서열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럴까? 결과적으로 개는 서열의 개념이 없다. 2009년 브리스틀 대학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개는 서열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관계를 형성한다고 한다. 따라서 문제상황을 해결하는 열쇠는 서열이 아니라 관계형성에 있다. 그렇다면 평화로운 다견가정을 꾸리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공평'이다. 기존의 반려견과 새로운 반려견에게 공평하게 대우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 이상의 자녀를 양육한 경험이 있다면 알겠지만 형제는 서로가 서로에게 숙명적으로 경쟁자일 수밖에 없다. 다견가정 역시 마찬가지이다. 특히 기존의 반려견은 갑작스러운 경쟁자의 출현이 상당한 스트레스 요인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반려인이 의도적으로 둘 사이에 분쟁의 여지를 만들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애정의 공평한 분배이다. 반려견에서 서열이 있다면 아마 알파, 즉 리더는 언제나 반려인일 것이다. 이것은 동료견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변함이 없다. 반려견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동료견을 들이려는 반려인들이 많은데 이것은 순전히 반려인의 시각에 의한 해석일 뿐이다. 애정의 공평한 분배에 균열이 생기는 순간 다견가정의 평화는 깨져버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꼭 명심하며 행복한 다견가정을 꾸리기 위한 몇 가지 규칙을 소개한다.
첫 번째로는 급이 시에 반려견 간에 거리를 두거나 시간차를 두어 각자의 식사를 안전하게 지켜주어야 한다. 만일 하나의 식기를 이용한다거나 반려견 간의 질서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동시에 나란히 급여했을 때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 식탐이 생기거나 물리적인 다툼이 일어나기 쉽다.
두 번째는 스킨십, 놀이의 균형이다. 다수의 반려견이 함께 생활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더 작고 약한 개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반려인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그런 아픈 손가락에 좀 더 관심을 갖고 다른 반려견들보다 먼저 챙겨주고 더 많은 스킨십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반려인의 행동이 반려견들의 문제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보호받는 반려견은 반려인을 등에 업고 기세등등해져 반려견 간의 질서를 흩트리는 행동양상을 보일 수 있으며, 반려인의 관심에서 소외되는 반려견의 경우에는 질투심으로 인해 오히려 약한 개체에 대한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다견가정의 반려인은 스킨십이나 놀이에 참여할 때 모든 반려견에 균등하게 반응함으로써 반려견 간의 분쟁을 막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흔히 서열다툼이라고 하는 반려견 간의 분쟁 발생 시 섣불리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 반려인의 개입이 반려견들을 더욱 흥분시키는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유혈사태가 벌어지는 정도의 상황이라면 반려견의 안전을 위해서 반려인이 개입해 반려견 간의 공간분리를 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