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선택
만약 결혼할 상대방이 반려동물 키우는 것을 반대한다면
최근 1인 가구 증가와 저출산, 고령화 현상 등으로 인해 반려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반려동물 사육 인구가 1000만 명 시대를 돌파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응답자의 96.4%가 반려동물은 가족 구성원이라고 답했으며, 전체 응답자의 31.3%가 만약 결혼할 상대방이 반려동물 키우는 것을 반대한다면 결혼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나는 깜순이와 가족이 되었던 날 무슨 일이 있더라도 깜순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날까지 책임지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31.3%에 속하는 사람이 되었다. 다행히도 나의 지난 연인들은 모두 깜순이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삶의 중심을 깜순이에게 두고 있는 소위 '별난 애견인'은 아니었지만 이미 내 생활의 대부분은 깜순이가 묻어있었기 때문에 반려동물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이 있는 사람과는 연애를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연애도 그러한데 결혼할 배우자를 선택함에 있어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나 깜순이와 강희까지 가족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였다.
또한 결혼은 두 사람의 결합일 뿐만 아니라 두 가족의 결합이기도 하다. 반려동물에 대해 배우자의 동의를 구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가족들의 동의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함께 살지는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문화를 고려해 보면 결혼생활에 양가 어른들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 게다가 반려문화가 온전히 정착되지 않은 우리나라는 세대 별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큰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이러한 부분을 제대로 의논하지 않으면 크고 작은 분쟁이 될 수 있다.
나의 경우에도 가족계획을 배우자와 몇 년 후로 계획했던 것뿐이었는데 결혼 후 몇 년간 아이 소식이 없자 양가 어른들은 반려동물 때문에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는 비논리적인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셔서 속상했던 기억이 있다. 다른 지인의 경우엔 반려동물의 노화에 의한 질환으로 경제적인 부담이 있었지만 배우자와 적정선을 합의하여 치료를 진행했는데 어른들의 시선에서는 이 치료비가 불필요한 지출로 느껴지셨는지 만날 때마다 치료를 중단하라는 이야기를 하셔서 마음이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반려동물의 양육포기, 파양을 고려하는 사유를 조사하였는데 이사, 취업, 결혼 등 여건의 변화가 17.1%를 차지했다고 한다. 물론 자의에 의한 사유일 수도 있겠지만 배우자나 가족의 반대로 인한 결과도 포함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려동물은 물건이 아닌 하나의 존귀한 생명이다. 이 단순한 사실만 기억한다면 선택과 책임의 무게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