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동물을 곁에 두고 살기 시작한 역사는 약 1만 5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류는 1만 5천 년이라는 긴 시간을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왔다. 하지만 임신, 출산, 육아에 있어서 반려동물과 관련된 괴담이 많다.
내가 결혼과 함께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반려동물을 키우면 임신이 안 된다"였다. 이 이야기의 근거라고 하는 설은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반려동물을 키우면 '모성호르몬'이 나와 임신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과학적 반박을 하자면 임신을 방해하는 모성호르몬이라는 것은 존재조차 하지 않으며, 우리가 흔히 모성행동과 관련된 호르몬이라고 알고 있는 옥시토신, 락토페린은 출산과 모유수유에 관련된 호르몬이기 때문에 단순히 돌봄의 행위나 애정만으로 분비되지 않는다. 두 번째 설은 동물의 털이 나팔관으로 들어가 임신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과학적으로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이다. 나팔관은 난관의 끝에 위치해 있는데 체외에서 이 위치에 접근하려면 질, 자궁경부, 자궁을 지나 난관의 끝까지 가야만 한다. 질에서는 세균의 침입 등을 막기 위해 질 분비물이 분비되며, 자궁경부는 단단한 근육으로 이루어져 정상적인 경우 저절로 열리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적인 상황에서 동물의 털이 여성의 생식기관 내부까지, 무려 나팔관까지 침투해 생식기관의 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없다. 이와 같은 원리로 임신 중 반려동물의 털이 태아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 역시 낭설이다.
고양이를 키우는 경우에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람이 고양이로부터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된 경로를 살펴보자면 고양이가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된 쥐를 잡아먹고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된 상태로 배변을 했을 때 이 변을 48시간 동안 방치한 후 사람이 맨손으로 변을 잡거나 먹어야 15%의 확률로 감염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요즘 반려묘가 쥐를 잡아먹는 일 자체가 흔하지 않고 기본적으로 구충관리도 해주기 때문에 고양이 자체가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될 확률이 0%에 가깝다. 다만 톡소플라스마는 익히지 않은 육류 섭취 시에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임산부의 식사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와 유사하게 반려동물이 많은 질병을 매개하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한 아기와 함께 키우면 안 된다는 이야기도 많다. 동물이 인간에게 옮길 수 있는 질병은 '인수공통감염병'이라고 하는데 흔하게 알려진 인수공통감염병 중 하나가 광견병이다. 하지만 이 광견병 역시 광견병에 걸린 개의 타액 등에 의해 감염이 되는데 매년 1회 광견병 예방접종이 권고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가정에서 반려견이 광견병에 걸릴 확률자체가 희박하다. 또한 반려동물을 통해서 옴이나 회충이 전염된다는 이야기 역시 일반적으로 반려가정 내에서의 위생관리, 주기적은 구충을 통해서 기본적으로 관리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기와 관련하여 동물의 털로 인해 아토피나 알레르기가 생긴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토피나 알레르기의 원인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설사 아이에게 아토피나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반려동물이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2002년 미국 조지아대학교의 연구결과를 보면 한살이 전 두 마리 이상의 개나 고양이와 일상적으로 접한 경험이 있는 아이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확률이 15.4%, 그렇지 않은 아이의 경우 33.6%로 절반도 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에 의한 알레르기나 아토피가 걱정된다면 가능한 집안의 패브릭제품을 줄이고, 헤파필터가 달린 청소기와 스팀청소기를 이용해 집안의 위생관리에 신경 쓰는 것이 좋겠다.
과학적으로 말도 안 되는 낭설들 때문에 너무 쉽게 반려동물의 양육을 포기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 모든 낭설들이 다 맞았다면 우리 인류는 지난 1만 5천 년 내에 멸종되지 않았을까? 낭설에 휘둘리지 말고 똑똑하게 반려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