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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정운 Jul 02. 2021

90년생 이야기

제주도로 도망간 백수, 그리고 한 달이라는 시간



 새별 오름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함덕을 떠나기 전 마지막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맛집으로 향했다. 조금 비싼 가격이긴 했지만 이 정도면 그래도 먹을만하다 생각해서 먹으러 간 건데 결론은 먹지 못했다. 


 그 비싼 가격대로 2인 이상을 시켜야 된다는 직원분의 설명...ㅠㅠ 혼자 온 사람은 먹을 수 없는 곳이었다. 뭐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오기로 하고 시간도 많겠다 다른 맛집을 찾아본다.


 삼양해변을 지나 제주시 근처에 있는 돔베 고깃집이 괜찮아 보여 멀지만 가보기로 한다. (김치 색만 보고 결정)


 어차피 게스트하우스는 5시까지 도착하면 되니까 조금 돌아간다고 생각해도 시간은 아주 많다.


 도착한 맛집엔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많이 없었다. 나는 미리 보았던 돔베고기 세트를 시켰고 사장님은 아침일찍부터 비싼 돔베고기 세트를 시킨 나에게 밥 한 공기를 서비스로 주셨다.


제주 돔베 마씸 2명 이상 가는 걸 추천!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면서 사장님이랑 얘기를 하게 됐는데, 처음엔 이 시간에 혼자 와서 여행객인 줄 몰랐다고 하시면서 코로나 때문에 운영이 많이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셨다.


 (그래서 오전부터 돔베고기를 먹는 내가 무척 반가웠다고.....ㅋㅋㅋㅋㅋ)


 세트로 나오는 고사리 육개장도 금방 나왔는데,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이 고사리 육개장은 독특하면서도 고소한 게 맛있었다. 계란찜과 된장국도 일반 고깃집에 나오는 것처럼 맛있게 나왔고 계속 맛있다고 감탄하면서 먹게되었다.


 그치만 결국... 돔베고기만 겨우 다 먹고 결국 대부분 다 남기고 말았다. 아깝지만 뭐... 모르고 온건 아니니까 어쩔 수 없지. (나도 유튜브 대식가처럼 많이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ㅠㅠ)


 배가 터질 거 같다. 소화라도 시키려면 걸어야 할 거 같아 숙소로 가는 길에 있는 새별오름이라는 곳이 보여 목적지로 찍고 출발!!!


 이름이 이뻐서 찍고 간 새별오름 그런데 왜 오름이 안보이지....?


 차에서 내려 보니 이곳은 헤이요 목장이라는 새별 오름 옆에 있는 작은 목장이었고 새별 오름은 다시 차로 5분 정도 가야 했다. 이왕 온 김에 구경하기로 하고 입장권을 사기 위해 입구 옆 매표소로 들어갔다.


 

카운터를 보는 고양이

 

 그런데 사람은 없고 웬 고양이 한 마리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뭐지...? 고양이가 표를 끊어줄 리는 없고 고양이한테 말을 걸고 있는데 직원분이 오셨다.


 웃으면서 표를 끊어 주시는 게 고양이에게 하는 말을 들었나 보다. 어휴... 민망해...


 좋은 시간 보내라는 인사를 하던 직원분이 혹시 먹이 체험도 하실 거냐고 물어보셔서 하겠다고 하고 2천 원 주고 당근을 샀다. 


 다른 곳은 먹이 체험이라고 당근 조금 주고 끝인데, 여기는 당근을 얇게 잘라 양을 늘려 여러 동물들에게 줄 수 있게 해 놓은 점이 가장 좋았다.


 입장 팔찌를 차고 목장으로 입장!


손도 탔네...?


  제일 처음에 보이는 알파카 무리가 당근을 보고 내가 있는 울타리 바깥 쪽으로 몰려들었다. 안에 있는 알파카 친구들은 각자 이름이 있었는데 성격이랑 이름이 너무 매치가 잘됐다.


 당근 먹는 게 너무 귀엽다. 다른 동물들도 보려고 주위를 둘러보니 말도 있고, 염소, 양등 등 많이 있었다. 

 다들 당근을 보고 눈이 돌아가서 울타리 끝쪽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당근 먹방


 먹이를 주다가 한쪽에 매우 큰 울타리에 동물들을 풀어놓은 곳이 있어 그쪽으로 구경을 하러 갔다.


 그런데 가는 길에 웬 염소가... 왜 얘는 울타리 밖을 혼자 돌아다니는 거지...?


  염소는 내 손에 있는 당근을 보더니 나에게 다가왔다. 나보다 훨씬 작은 녀석이지만 뿔도 길고 너무 전투적으로 다가와서 조금 무서웠다.


 

설득해서 돌려보냄....


 염소를 피해 다른 길로 돌아갔다.

  

 도착한 큰 울타리 안에는 작은 새끼 알파카가 사람들에게 재롱을 부리고 있었다. 작은 녀석이 뒹굴거리다 점프하고 사람들한테 관심을 받으려고 돌아다니는 게 너무 귀여웠다. 


 당근으로 유혹해 봤지만 당근엔 관심이 없는지 사람들 사이만 돌아다녔다. (관종 녀석....)


 특히 여자들이 자기를 무서워한다는 걸 아는지 놀라게 하고 도망 다니는 모습이 너무 웃겨 주위 사람들은 자기 가족, 친구들과 알파카를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인기쟁이


 

 먹이도 다 주고 돌아가는 길에 작은 말들과 새끼 염소들이 있는 곳이 있어 구경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자기 구역에 온 사람을 탐색하러 온 건지 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어슬렁 다가왔다.


 자기 구역에 온 침입자를 쫓아내러 온 줄 알았는데 대뜸 내 앞에 오자마자 쓰다듬어 달라고 애교를 부린다.

 

 

어슬렁 어슬렁



 힐링을 제대로 하고 옆에 있는 새별 오름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이렇게 경사가 높을 줄 몰랐다. 올라가는 사람들 모두 헥헥 거리며 천천히 올라갔다.


천국의 계단



 그래도 경사가 높은 대신 올라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짧았다. (약 20분 소요)


 밑에 있는 주차장에 있는 차들이 점처럼 보이는 걸 보니 높긴 높은 것 같다. 그래도 한눈에 보이는 경치와 초록 초록한 주위 풍경이 고생한 보람을 느끼게 해 주었다. (큰 개랑 올라오신 분도 있었는데, 개한테 끌려 다니는게 조금 위험해 보였다.)


초록 초록



 숙소 입실은 천천히 해도 되지만 게스트하우스 특성상 늦게 가면 씻는 게 조금 불편할 수 있어 조금 일찍 가기로 하고 오름을 내려간다. 내리막 길은 다리가 저절로 움직여 더 빨리 내려올 수 있었다. 


 주차장 옆에 있는 푸드트럭에서 한라봉 주스 한잔을 마시며 한숨 돌리고 새로운 숙소로 다시 출발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웃으며 떠들 생각에 너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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