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 이야기

제주도로 도망간 백수, 그리고 한 달이라는 시간

by 조정운
마법의 주문


공항 검색대에서 에코백 안에 사무용 칼이 들어있어 민망하게 붙잡히고(나는 비행기 내에서 테러 행위를 할 생각이 전혀 없다.) 자동차 탁송은 시간을 잘못 체크해,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으며 도착한 내 차에 묻은 새똥을 봤을 때도 나는 웃고 있었다. 내가 성격이 굉장히 좋거나 여행의 첫날이라 들떠있어서라기보다는 그냥 이 아름다운 제주도까지 와서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성격도 예민한 편이고, 그냥 좋게 지나갈 수 있는 일도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한마디 해야 하는(근데 솔직히 좋게 지나가려면 내가 참거나 피해자가 되는 게 나는 이제 싫다.) 조금 다혈질인 편이다. 스무 살 초반만 하더라도 모르는 사람에게 말 걸기도 힘들었고 붙임성이 좋은 편도 아니며 내성적이었지만 십여 년이란 사회생활은 내 성격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항상 지는 게 이기는 거다 참는 게 이기는 거다 라는 말씀을 달고 사신 신앙심 깊은 기독교 신자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외동아들의 첫 사회생활은 정말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바뀌었나 보다.)


하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그 자리가 아닌 거 알고 있다.) 여행가서만큼은 뭔가 욱하는 것도 컨트롤이 되고 다른 세상의 다른사람이 된 그런 느낌이다. 그건 바로 나의 $@마법의 주문@$ "여기까지 와서 그럴 수 있지" 덕분이다. 이 주문은 글을 읽는 독자분들의 마인드 컨트롤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뉴욕까지 왔는데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비행기는 마른벼락으로 인해 지연되고 그로 인해 경유지인 샌프란시스코에 대기 중이던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가 먼저 떠나 영어도 못 해 손짓, 발짓으로 도쿄에서 다시 환승하여 인천으로 향하는 항공권을 발권받고 샌프란시스코 하루, 도쿄에서 하루 공항 노숙도 할 수 있지", 조금 짧게는 "교토까지 와서 미슐랭 1스타 장어덮밥 먹으려고 2시간 40분이나 기다릴 수 있지" 정도가 있다.

정말 이 마법의 주문만 있으면 여행지에서의 어떠한 고난과 역경도 추억이 된다.


이 마법의 주문은 당연히 제주에서도 나를 평온하게 만들어 주었다. (진짜 솔직히 말하자면 3번 정도는 화냈지만)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이런 마인드 컨트롤을 실생활에 적용해서 스트레스 좀 덜 받고 덜 신경 쓰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나도 여태 여행지에서만 가능했다. 주위에서 도와 주지 않을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같이 노력은 해봤으면 좋겠다. 뭐 고작 제주도 한 달 살기 하면서 통달한 대 현자 처럼, 깨달은 소크라테스 마냥 거창하고 있어 보이게 말하며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늦은 저녁부터 글을 쓰고 있는 어느 90년생 백수의 지나가는 말일 뿐이니 앞으로의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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