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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정운 Jul 09. 2021

90년생 이야기

제주도로 도망간 백수, 그리고 한 달이라는 시간


송악산 둘레길



 오늘도 눈이 일찍 떠졌다. 잠자리가 바뀌고 잠자는 시간이 바뀌어도 일어나는 시간은 거의 일정한 정확한 신체 알람...


 다행히 일찍 일어났지만 심하게 코 고는 사람도 없었고 침대도 게스트하우스 치고는 나쁘지 않아 크게 피곤하진 않았다.


 거실로 나와 물부터 한 잔 마시고 오늘 뭐하지 생각하다 우선 샤워부터 하기로 한다. (조식 먹기 1시간 반 전인데 아직 아무도 일어난 사람이 없었다.)


 씻고 나와도 아무도 일어난 사람이 없어 다른 사람들을 위해 거실에서 머리를 말렸다. 거실에서 쉬고 있으니 어느샌가 주방에서 사장님과 스텝분이 조식으로 만드는 토스트 냄새가 났다.


 사람들도 비몽사몽 잠 덜 깬 표정으로 한 둘씩 거실에 앉기 시작했고 마침 조식도 금방 완성되어 가져 오셨다. 토스트 만드는 게 재미있었는지 스텝 분 표정이 엄청 밝았다.


조식으로 나온 노른자가 '팡' 터지는 토스트



 이야기를 나누며 조식을 먹고 나니 다들 분주해졌다. 씻으러 가는 사람 씻고 나와서 준비하는 사람 정신없는 아침. 오늘 떠나시는 분들도 있어 여행 마무리 잘하시고 오늘 하루 잘 보내라는 인사를 나누고 제일 먼저 숙소를 나왔다.


 어디로 가야 할지 계획된 일정이 없어 가까운 용머리 해안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오늘은 관람 가능할까 했는데, 도착해서 보니 오늘도 역시 통제.... 


 오늘 용머리 해안 간다고 하신 분들이 생각나 게스트하우스 단톡방에 용머리해안 관람불가라고 말씀드리니 덕분에 헛걸음 안 했다고 고맙다는 톡이 많이 왔다. (뿌듯~~~~)


 근처에 처음 들어본 금모래 해변이라는 곳이 있어 네비에 찍고 가다 보니 가는 길이 공사를 하고 있어 좁은 골목을 삥 돌아갔다. 주변에 볼거리가 많진 않았지만 사람 한 명 없는 조용한 바닷가가 나름 마음에 들었다.


 

금모래 해변


 발에 붙은 모래를 털고 차에서 쉬다가 문득 이번 주에 출장 온다는 전 직장에서 친하게 지내던 과장님이 생각나 전화해 보니 옆 부서 영준 씨와 같이 출장 와서 지금 애월이라고 하셨다. 


 애월에서 다음 일정이 남쪽이라고 하셔서 신창에서 보고 점심이나 같이 먹기로 했다. (저녁 펜션 잡았다고 같이 놀자고 하셨는데 이미 게하를 잡아 버려서 ㅠㅠ....)


 먼저 신창에 도착해 근처에 있는 맛집을 찾아보고 다리 위에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점심은 근처에서 가장 평이 좋았던 제주 가정식!!


 다 와간다는 전화를 받고 식당 앞에서 대기하고 있으니 렌터카에서 내리는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퇴사하고 보니 뭔가 더 반갑다.


(보자마자 정운 씨 왜 이렇게 탔어요~라고 웃으시는 ㅋㅋㅋㅋㅋ)


 간단히 안부를 묻고 식당으로 바로 들어갔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곳이라 자연스레 보이는 돌돔 모양으로 탄 내 발을 보고 이게 뭐냐고 하신다. (썬크림 바른 몸이라고 해도 왜 믿지 않는걸까....?)


 서로 근황을 묻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주문한 갈치정식과 제육 정식이 나왔다.


갈치정식


  급하게 찾아본 근처에 있던 맛집이었는데 맛은 상당히 괜찮았다. 가격도 다른 곳에 비해서 비싼 편은 아니었고, 미역국이 특히 맛있었다. 제육도 괜찮았고 조금씩 나오는 밑반찬도 깔끔했다.


 밥도 맛있게 잘 먹고 카페에 들려 커피를 시켜 밖으로 나와 풍경을 감상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카페는 내가 전에 미리 가본 곳이었는데 모두 만족스러워했다.


 직장인들에게 백수로 제주에서 한 달을 놀고 있는 내가 많이 부러웠는지 말끝마다 정운 씨 좋아 보인다는 말을 덧붙였다.


  같이 떠들다 두 분은 다음 스케줄을 위해 이동해야 하셔서 다시 올라가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나도 제주도로 출장 올 때는 제주에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던 사람들이 참 부러웠는데 막상 내가 그런 눈빛을 받을 줄은 몰랐다. 


 나는 카페 앞에서 조금 더 멍 때리다 어제 지수 씨가 얘기해준 송악산 둘레길을 가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돌고래 포인트에 들렸는데 이번에도 돌고래가 있었다.


 무슨 돌고래가 갈 때마다 있어.... 운이 좋은 건지...


 오늘 시간 나면 돌고래 보러 간다고 했던 유진 씨가 떠 올라 지금 돌고래가 보이는 곳을 카톡으로 보내고 다시 길을 나섰다.


 가벼운 옷차림이었는데도 그늘 한점 없는 송악산 둘레길은 너무 더웠다. 처음 차에서 내리자마자 우와... 소리가 절로 나와 신나게 걸어갔지만 얼마 안가 땀을 주룩주룩 흘리며 행군처럼 되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둘레길, 그래도 눈은 즐겁다.

 


 얼마나 왔는지 모르겠지만 끝이 안 보인다. 하지만 고개를 바로 옆으로 돌리면 보이는 절경 덕분인지 걷다 보니 버틸만했다. 중간중간 단체로 오신 분들 사진을 찍어드리는 걸 휴식 삼아 천천히 가다 보니 어느새 한 바퀴를 돌아 시작점으로 돌아왔다.


 아... 이래서 지수 씨가 술 먹고 힘들어했구나... 좀 이해가 갔다. 지금도 참 좋지만 코스가 꽤 길어 시원한 가을에 오면 제일 좋을 것 같다. (더위에 강하신 분들은 가보시는 걸 추천!!)


 땀을 조금 흘리긴 했지만 추천받아서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름처럼 경사도 많이 없고 여태까지 봐왔던 풍경하고는 또 다른 새로운 느낌??? 서쪽엔 볼거리가 많다고 생각했던 내가 정말 아무것도 몰랐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해주는 곳이었다. 


 




송악산 둘레길 코스 길이 : 약 3km 

소 요 시 간 : 1시간 30분

만 족 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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