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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정운 Aug 02. 2021

90년생 이야기

제주도로 도망간 백수, 그리고 한 달이라는 시간



응 돌아가~


 분명히 맑았다. 아침에 일어나 해 뜨는 것도 보고 씻고 나와 오늘 뭐하지 생각할 때 만해도 해가 쨍쨍. 마땅히 할 것도 생각나지 않았는데 전에 있던 게스트하우스에서 마라도와 가파도를 추천해준 게 생각나 무작정 가보기로 했다.


 운진항으로 네비를 찍으니 한 시간이 좀 안되게 찍혔다. 첫 배가 뜨는 시간 20분 전에는 도착할 수 있을 거 같아 마라도 짜장면집이 몇 시부터 여는지 검색해 보았다. (신호에 걸릴 때만... 안전 준수!)


맑은 건지 흐린 건지...?

 그런데 가는 길에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진다. 오늘 비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설마...? 많진 않지만 한 방울씩 떨어지는 게 조금 불안하다.


 너무 일찍 와서 그런 건지 주차장에 차가 많이 없었다. 주변 사진을 찍으면서 입구로 갔는데 어... 먼저 갔던 사람들이 다 그냥 되돌아온다... 뭔가 잘못됐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입구 유리문에 떡 하니 붙어 있는....


응 안돼 돌아가~



 배가 못 뜰 날씨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는데, 알고 보니 바다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표된 상황이었다. 미리 운진항 홈페이지에서 출항하는지 알아보고 왔어야 되는데... 아무 계획 없이 오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기고 말았다.


 안타까운 마음에 혹시 날씨가 다시 좋아지면 출항하지 않을까 하고 등대까지 구경하러 가면서 시간을 때우려고 했는데 얼마 가지 않아 비가 쏟아져서 등대까지는 가지도 못하고 뛰어서 차로 돌아왔다.


 이게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왕복 두 시간 가까이를 그냥 날리게 생겼다. 같이 기다리던 사람들도 포기하고 다들 돌아간다. 결국 나도 다음을 기약하고 다시 숙소로....ㅠㅠ


 숙소에 도착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날씨가 화창해졌다.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쨍쨍


 

아무것도 먹지 않아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미리 찾아보았던 짱구 분식이란 곳으로 갔다. 서귀포시장 근처에 있는 분식점인데 모닥치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런데 이곳도 오픈 시간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와서 한 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하는 수 없이 시장 구경을 하다 눈에 들어온 분식집에서 떡볶이와 고추튀김을 시켰다.


근본 있는 떡볶이


 어릴 때 초록색 접시에 담아주던 초등학교 앞 분식점 맛이 났다. 어묵 국물을 부어가며 만들어 특유의 쫀득함과 향이 나는 추억의 맛! (사진 보면서 또 침 나온다...)


  비록 가고 싶었던 분식집에 가지 못했지만 완전 만족~!


  근처에 김밥으로 유명한 오는 정 김밥에 들려 오후에 시킬 김밥을 예약하고 서귀포에 위치한 새섬으로 향했다. 바다에 있는 다리를 건너 새섬 안으로 들어가 작은 숲을 구경하기로 하고 도착한 곳은...


 웬 컨테이너들이 잔뜩 쌓여있다. 새섬이 아니라 이상한 항구로 와버렸는데 아무도 없는 항구가 나름 운치 있어 이왕 잘못 온 김에 잠시 구경하고 근처에 있는 새섬으로 다시 출발했다.


 마라도 가파도 대신 선택한 오늘 일정이지만 도착해서 참 오기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특히 바람이 무척 많이 불어 다리가 흔들거리는 느낌이었는데 그게 나름 재밌었다.


 

새섬으로 들어가는 다리


 가족끼리 많이 왔는데 엄마 아빠와 같이 온 어린아이 둘이 눈에 띄었다. 다리 위에서  바람 부는 게 무섭다며 언니 손을 꼭 붙들고 우는 동생을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언니가 동생을 안아주며 다독여 주는 게 너무 귀여웠다.


 새섬은 한마디로 정리하면 바다가 보이는 작은 숲 정도? 되는 곳이었다.


 사람도 멀리 보이는 한 팀 빼고는 보이지 않아 전세내고 나 혼자 온전히 즐길 수 있어 너무 좋았다. 크기도 크지 않아 천천히 둘러보는데 4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새섬으로 놀러 오세요~


  다시 다리를 건너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앞에 서귀포 잠수함 타는 곳이 있었지만 가격을 보고 음.... 다음에 오는 걸로... 


 김밥 예약 시간까지 아직 4시간 가까이 남아 시간이 많이 있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숲을 구경하기로 한다. 유명한 곳이 아니라 사람이 많이 없다는 후기를 보고 바로 출발!


 (오늘은 완전 힐링데이~)


  네비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작은 숲에는 역시 주차장도 없었다. 입구 근처에 차를 세우고 아무도 없는 숲 속으로 들어간다.


  

고살리 숲길 입구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샌가 길도 여러 갈래에 이 길이 맞나 싶은 곳이 많았다. 아무래도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라 그런지 표지판과 나뭇가지에 걸어 놓은 리본으로 길을 알려주고 최대한 개발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보존한 모습이었다.


  숲 안쪽에 있는 작은 계곡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바위에 걸터앉아 쉬고 있는데 어디서 굿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소리는 나는데 사람은 안 보이고... 갑자기 곡성 생각이 나는 건 기분 탓...?


 지친 체력을 충전하고 다시 출발하는데 표지판에 얼마 남지 않았다는 표시가 보였다. 숲길에 끝까지 약 500미터 정도밖에 남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다시 힘을 내본다.


 그런데 저기 멀리서 으스스한 폐가가 보인다 뭐... 뭐지 굿소리가 여기서 난 거였나...?


 

갑자기 분위기 공포영화


 

 인기척은 들리지 않았고 조금 무섭긴 해도 숲길 끝까지 가보고 싶어 가로질러 갔다.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고 숲길의 끝에서 꽃구경하다 다시 입구로 돌아갔다.


 그런데 풀숲에서 갑자기 부스럭... 부스럭... 소리가 들린다.


 뭐지.....? 하고 돌아보니 근처 나무에서 떨어진 건지 작은 아기새 한 마리가 울고 있었다.


 

새줍




  기념사진 한 컷 찍고 어미새 울음소리가 들리는 근처 나무 밑으로 놓아주었다. 돌아오는 길은 그래도 헤매지 않아 안쪽으로 들어갈 때 보단 훨씬 빨리 나올 수 있었다.


 입구에 도착하니 김밥 포장 시간도 얼추 다되어 김밥 집으로 바로 출발했다. 아직 내 김밥은 나오지 않아 잠시 가게 안쪽에 있는 연예인들 싸인 구경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알만한 유명한 사람들은 한 번씩 다 다녀간 것 같았다.


 얼마나 맛있을지 기대가 더 커졌다. 내가 시킨 김밥 두 줄이 나왔고, 근처 분식집에서 메뉴를 시키면 김밥 포장한 거 같이 먹어도 된다고 쓰여있어 라면을 하나 시키고 김밥을 뜯었다. (오는 정 김밥은 포장만 가능)


 라면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괜찮았고, 특히 전에 먹은 다정이네 김밥 하고는 또 다른 고소하면 서고 찐한 맛의 오는정 김밥은 왜 이렇게 유명한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맛이었다.


 김밥이 김밥 맛이지만 조금 더 맛있는 김밥....? 어릴 때 엄마가 싸주는 김밥 맛과 비슷해 더 맛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서귀포 시내를 가로질러 가는데 군데군데 폐점하고 비어있는 가게들이 많이 보였다. 겉으로 보기엔 좋아 보여도 역시 이곳의 물가나 소비 성향상 관광객들이 가는 곳이 아니면 비싼 물가를 감당하기 힘들어 보여 안타까웠다.


 시내 구경하면서 걷다보니 금세 숙소에 도착!


 배도 부르고 몸도 좀 굳어있는 거 같아 호텔 앞에 있는 마사지샵에서 오늘 힐링데이의 일정을 마무리하기 로힐 한다.






힐링데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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