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후 다시 알림
나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다. 초중고 시절, 학교가 걸어갈 만한 거리여서 버스를 탄 적이 없었다. 그래서 아침은 항상 다른 친구들보다 여유로웠다. 고등학교 때는 전교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살았는데, 단 2분 거리였다. 늦잠을 자도 10분 만에 학교에 갈 수 있었고, 그럴 때는 세수와 양치를 학교에서 했다. 누가 보면 부러워할 만한 삶이었다.
그러다 첫 직장은 30km가 넘는 거리에 있는, 대중교통이 없는 회사였다. 통근버스가 있긴 했지만 7시 30분에 회사에 도착해야 했으므로, 6시 30분에 집 근처에서 출발했다. 당시 회사 공단으로 가는 길이 몇 개 없어서 통근버스를 놓치면 무조건 지각이었다.
6시 30분에 가려면 집에서 6시 10분 전에 나와야 했고, 나는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새벽형 인간으로 변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렇게 했을까 싶지만, 다른 직원들도 비슷한 상황이었고 나보다 더 멀리 사는 사람들도 있어서 회사에 변명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그래도 항상 차에 타면 앉아서 바로 잠들 수 있었기 때문에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그때는 돈을 벌기 위해 악착같이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맞이했지만, 지금은 내 스스로의 성장과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 새벽형 인간이 되려고 노력한다. 물론 강제성이 없어서 종종 실패할 때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시작은 새벽에 일어나 해야 하는 루틴이므로, 그날의 행복에 아주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능동적인 삶에서 삶의 변화와 행복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지속적으로 실천하려고 하지만, 그 중에서 내가 수동적인 행위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5분 후 다시 알림
조금 피곤하다고 느끼면 알람 소리를 듣고도 '5분 후 다시 알림' 버튼을 누르고 다시 눈을 감은 채 그 다음 소리를 기다리는 것이다. 물론 알람 없이 일어나는 게 진정한 능동적인 삶이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건 내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조건이다. 하지만 알람을 듣고 바로 일어나거나 알람을 끄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범주에 있다.
여기서 오늘의 첫 번째 행동이 결정된다. 알람을 듣고 바로 일어날 것인가, 아니면 잠시 끄고 5분 뒤에 그 소리를 다시 기다릴 것인가. 이것이 나의 첫 번째 결정이자 행동이라고 생각하니 아주 중요한 일로 여겨지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몇 달간 나는 "5분 후 다시 알림" 버튼을 누르지 않고 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행위들 중에서 의미를 찾고 삶이 변화하는 것을 느끼는 것, 거기에서도 또 다른 행복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잠을 이긴다는 마음보다는 내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일을 시작해서 상쾌한 아침을 맞는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보길 추천한다.
참고로 이 글을 쓰면서 나도 처음 확인했는데, '5분 후 다시 알림' 기능은 설정에서 비활성화할 수 있다.
능동적인 삶을 원한다면 이 기능을 없애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물론 그 대신 여러 개의 알람을 추가할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