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방영된 한지민, 이준혁 주연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 덕분에 헤드헌터라는 직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늘었다. 나 역시 내 직업이 드라마로 나온다 했을 때 큰 기대를 품었고, 방영을 손꼽아 기다렸다.
솔직히 말하면, 드라마의 절반도 보지 못했다. 두 배우를 워낙 좋아하는데도, 드라마 속 헤드헌터의 모습이 너무 극적으로만 표현되어 손발이 오그라들어 더 이상 시청할 수 없었다. 이는 의학 드라마가 방영될 때 현직 의사나 간호사들이 앞다투어 혹평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드라마의 문제라기보다, 현직자의 시선으로 본 괴리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헤드헌터라는 직업에 흥미를 느꼈다면, 비록 과장된 부분이 있더라도 드라마는 한 번쯤 시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현직자의 눈에는 불편할 수 있음을 알아두라.)
드라마는 직업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종종 현실을 과장한다. "나의 완벽한 비서" 속 헤드헌터의 모습도 그러했다.
드라마 속 헤드헌터는 늘 뛰어난 패션 감각과 유려한 언변을 자랑하며,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고급스러운 사무실이나 세련된 장소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현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업무가 활성화되면서 고객이나 후보자를 직접 만나는 일은 극히 드물어졌다. 또한, 항상 자신감 넘치는 모습? 100% 거짓이다. 때로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좌절하고 고민하는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드라마 속 헤드헌터는 업계에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다양한 분야의 핵심 인물들과 손쉽게 연결되는 능력을 보인다.
현실은? 이런 능력은 전체 헤드헌터 중 극소수, 아마 1% 정도의 베테랑들에게만 해당할 것이다. 99%의 헤드헌터는 대부분 공개된 정보를 활용하며, 거기서 조금씩 더 깊이 있는 정보를 탐색한다. 후보자들에게 접근할 때도 개인적인 친분이나 이전 프로젝트 경험이 있는 경우 외에는 새로운 사람에게 맨땅에 헤딩하듯 접근해야 한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다소 과감하거나, 때로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하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현실은? 과연 100명의 헤드헌터 중 몇 명이나 비윤리적으로 채용을 진행할 수 있을까? 개인 정보 및 회사의 민감한 정보가 너무나 투명하게 관리되고 공개되는 상황에서, 누군가를 속이거나 속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대다수 헤드헌터는 윤리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려 노력한다.
사실 헤드헌터는 일반 직장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어떤 회사에 소속되어 있느냐(프리랜서 vs. 정규직)와 그에 따른 수익 구조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은 자동차나 보험 컨설턴트와 비슷한 면이 있다.
보험 계약이 한 달 만에 해지되거나, 자동차 계약 당일 고객이 나타나지 않아 취소되는 상황처럼, 헤드헌터의 일상도 예상치 못한 변수와 거절의 연속이다. 힘들게 발굴한 후보자가 갑자기 마음을 바꾸거나, 어렵게 성사시킨 채용이 막판에 어그러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또한, 헤드헌팅 산업은 프리랜서 채용이 많은 편이라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은 것도 특징이다. 만약 헤드헌터라는 직업에 흥미를 느꼈다면, 드라마나 소수의 성공 사례만 듣기보다는 다양한 현직자들의 현실적인 조언을 들어보고 시작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헤드헌터는 단순히 사람을 연결하는 것을 넘어, 기업과 개인의 성장을 돕는 보람 있는 직업이다. 다만, 드라마 속 화려함보다는 끈기,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능력, 그리고 사람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하게 요구되는 현실적인 직업이라는 점을 기억해 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