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와 아이들
1995년 초등학교 2학년 시절.
국어 시간,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글씨 쓰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왼손잡이였고, 아무 의심 없이 왼손으로 연필을 잡고 있었다.
그게 내 몸에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이었으니까.
그 모습을 본 담임선생님이 다가오셨다.
그리고는 아무 설명도 없이 말했다.
오른손으로 고쳐 쓰라고.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왼손으로 쓰는 게 더 편하다고.
그 순간, 선생님은 회초리로 내 손등을 내리쳤다.
매우 아팠다.
그리고 그보다 더 아팠던 건,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선생님한테 무슨 말대꾸야!
왼손잡이는 복 나가니까 당장 고쳐!"
그 시절 선생님은 하늘 같은 존재였다.
나는 억울했지만, 설명할 언어도 용기도 없었다.
그날 이후 나는 어색하고 불편한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하굣길에 오늘 일을 곱씹다가 문득 깨달았다.
우리 반에서 왼손잡이는 나를 포함해 단 두 명뿐이라는 것을.
그때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나는 조금 특별한 존재가 아닐까.
그날 이후 나는 일부러 더 눈에 띄려 했다.
특이한 행동을 하고, 주목받을 수 있는 일이라면 누구보다 앞장섰다.
수업 시간마다 적극적으로 손을 들고 발표를 했고
운동회가 열리면 달리기에서 늘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즐거운 노력을 했었다.
그러다 보니 정말 그렇게 되어가고 있었다.
1996년,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무렵,
세상은 '서태지와 아이들'로 들끓고 있었다.
TV 속 '컴백홈'의 음악과 춤은 어린 나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우리는 쉬는 시간, 방과 후마다
매일 미친 듯이 춤 연습을 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춤을 잘 춘다는 소문이 교실 안을 가득 채웠다.
그 소문은 결국 담임선생님 귀에도 들어갔다.
(선한 미소와 차분한 성격의 여자선생님이었다.)
어느 날 종례 시간, 선생님이 말을 꺼냈다.
“선생님이 듣기로는 ㅇㅇ랑 ㅁㅁ가 춤을 잘 춘다던데,
마지막으로 한 번 친구들에게 보여줄까?”
교실이 환호로 가득 찼다.
예상치 못한 무대에 잠깐 당황했지만,
설렘이 그보다 훨씬 컸다.
칠판 앞에 서서,
그동안 갈고닦은 춤을 마음껏 췄다.
마지막 동작을 마쳤을 때
아이들의 박수와 환호가 가슴을 울렸다.
그 순간,
태어나서 처음으로 '환희'라는 감정을 알았다.
선생님은 부드러운 시선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재능이 참 뛰어나구나~!! 정말 잘했어^^"
그 한마디는 내 안의 불을 더 크게 키웠다.
이후 나는 공부에도, 학교생활에도 적극적이었다.
2학기에는 학급반장이 되었고
소풍, 운동회, 장기자랑 어디서든 빠지지 않았다.
선생님의 관심과 친구들의 시선 속에서
나는 스스로를 더 특별한 존재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그 과정을 온전히 즐겼다.
나는 사람과 환경이 쉽게 스며드는
스펀지 같은 아이였다.
그리고 그 스펀지는
상처도, 칭찬도
모두 그대로 흡수하며 자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