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선과 도넛

THIS

by 중독작가

1999년 3월, 중학교 입학식 날.


춤을 잘 춘다는 이유로 친구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보냈던

찬란한 초등학교 생활을 마치고, 나는 중학교에 입학했다.
짧게 자른 머리, 그리고
앞으로 3년을 입을 생각으로 맞춘 몸보다 한참 큰 교복.

그 차림 그대로 모든 것이 어색한 교실로 들어섰다.

교실 안에는 가슴에 명찰을 단, 똑같은 모습의 남학생들이 가득했다.
나는 남자중학교에 입학한 것이었다.

초등학생 때는 나의 등교룩 하나하나가 친구들의 관심사였고,
그 시선들이 나를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면
중학교 입학식 날의 나는
특별할 것 없는, 똑같은 교복을 입은 수많은 남중생 중 한 명에 불과했다.

모두가 낯설고 어색한 기운을 품은 채 앉아 있던 교실에
여유롭고 자연스러운 표정의 한 학생이 다가와
아무렇지 않게 내 옆자리에 앉았다.

중학교 첫 옆자리 친구, 김태준(가명)이었다.

이상하게도 내 눈에는 이 친구만이
어색한 교실 안에서 유일하게 편안하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태준이가 먼저 내게 말을 걸었다.


"어디 초등학교 나왔나?"
"ㅇㅇ초등학교. 너는?"

"나는 ㅇㅇ초등학교. 니 혹시 당구 칠 줄 아나?"


초등학생 때 취미로 당구장에 다녔던 나는
당구를 조금 칠 줄 알았다.


"조금은 칠 줄 알아. 왜?"
"그럼 학교 끝나고 당구 치러 갈래?"
"어?... 그래!"


태준이의 자연스러운 말투 덕분에
굳어 있던 내 마음도 조금 풀렸다.
동시에 이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는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수업이 끝난 뒤 약속대로 우리는 당구장으로 향했다.
태준이는 사장님과 먼저 와 있던 형들에게
익숙하게 인사를 건넸고,
아무렇지 않게 당구 시작 버튼을 눌렀다.

우리의 실력은 비슷했다.
긴장감도 있었고, 그만큼 재미도 있었다.
그 시간 덕분에 우리는 금세 가까워졌다.

당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저녁 어스름이 내려앉아 있었다.

태준이는

"재밌는 거 보여줄 게 있다"
나를 기차역 뒤편, 재래식 화장실로 데려갔다.

그는 교복 주머니에서 담배(THIS) 한 개비를 꺼내더니
아무렇지 않게 불을 붙였다.

담배 디스.jpg 중독의 시작

나는 속으로 크게 놀랐지만,

놀란 기색을 보이면 안 될 것 같은
이상한 직감이 들어 그저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봤다.

태준이는 교복차림에 쭈그리고 앉아 주위를 살피며 담배를 피웠다.
연기로 작은 도넛, 큰 도넛을 만들며
자랑하듯 보여주더니
마지막으로 '거북선'이라 불리는 기술을 선보였다.

담배를 입안에 넣고 혀로 불을 끄는 기술?이었다.

거꾸로 물린 담배 필터 끝에서
거북선처럼 연기가 피어올랐고,
불이 꺼지자 그는
담배와 침을 바닥에 퉤 하고 뱉었다.


'충격이었다!.'

중학교 1학년이 담배를 피우는 것도 놀라운데
혀로 불을 끄다니.

하지만 어렸던 나는 그 모습이 그저 멋져 보였고,
특별해 보였다.

내 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듯
태준이는 말없이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내게 슬쩍 건넸다.

잠시 망설이다가 나는 담배를 입에 물었고,
태준이는 친절하게 불을 붙여줬다.

처음 맛본 담배는 역하고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행위를 하는 내 모습이 왠지 멋있고 특별해 보였다.

겉담배만 뻐끔거리던 내 모습이 답답했는지
태준이는 속담배를 알려줬다.

연기를 깊게 들이마셔 폐까지 채운 뒤
다시 내뱉는 것이 속담배였다.

숨이 턱 막히며 기침이 멈추지 않았고,
그 모습을 보며 태준이는 깔깔 웃었다.

중학교 1학년 첫날


그날은

멋있게 보인 일탈 하나가

평생을 따라올 중독이 될 줄

꿈에도 몰랐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