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나'
2005년 9월 초.
래프팅 가이드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고객의 안전이지만,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레크레이션 능력 또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잔잔한 코스를 지날 때는 풍경을 소개하고,
보트 위에서는 간단한 게임을 주도한다.
가이드마다 스타일은 조금씩 달랐다.
손님들을 물에 빠뜨리며 웃음을 유도하는 가이드,
화려한 언변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가이드,
보트를 다루는 기술로 스릴을 선사하는 가이드.
그리고 나는,
노래를 불러주는 가이드였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어느 날, 손님 중 한 분이 장난처럼
"노래 한 곡 불러주세요"
라고 말한 것이 계기였다.
그날 이후 나는 줄곧 노래를 불렀다.
오대천 코스의 막바지.
급류가 끝나고 물살이 잔잔해지는 구간에서
나는 조용히 노래를 시작했다.
내 목소리는 계곡에 부딪혀 메아리가 되었고,
푸른 자연 속을 천천히 떠돌았다.
그 순간만큼은,
그 풍경 자체가 하나의 무대처럼 느껴졌다.
가끔은 노래에 마음이 움직였다는 손님이
래프팅을 마친 뒤 몰래 다가와
조심스레 팁을 건네주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중학교 시절부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다.
친구들과 오락실 노래방을 자주 찾았고,
그때 처음으로
'아, 나에게도 소질이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친구들의 관심은 연습을 계속하게 만들었고,
어느새 나는
'노래 잘하는 친구'가 되어 있었다.
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9개월이란 시간은 생각보다 거친 현실이었다.
냉면집에서 주방 보조로 일했고,
상상조차 해본 적 없던
래프팅 가이드가 되어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는 동안 정작 '나'라는 존재는
어딘가에 놓아둔 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노래를 부르는 순간만큼은 달랐다.
가슴 한가운데가 천천히 채워졌고,
그때마다 나는 비로소 진짜 나를 만났다.
초가을로 접어들자 날씨는 선선해졌고,
손님들의 발길도 점점 뜸해졌다.
그렇게 래프팅 시즌은 끝이 났다.
햇빛에 그을린 피부는 새까맣게 탔고,
고된 노동으로 잔근육이 붙은 몸은
완전히 래프팅 가이드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는 음악이라는
새하얀 꿈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나는 그 꿈을 아직 놓지 않았다는 걸
그때 분명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