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맞나?
남중학교의 쉬는 시간은 늘 전쟁터였다.
장난인 듯 장난 아닌 힘겨루기가 벌어지는 씨름판,
이유 없이 친구의 엉덩이를 걷어차고 도망치는 추격전,
빗자루와 마대걸레를 들고 겨루는 칼싸움,
복도를 질주하는 단거리 육상 경기,
무반주로 시작되는 비보이 배틀까지.
그 모든 장면은 놀이의 얼굴을 한 생존 훈련이었다.
누가 더 센지, 누가 더 빠른지, 누가 더 과감한지.
사춘기의 열기로 끓어오르던 남학생들의 세계에서
서열은 육체적인 '힘'과 정신적인 '깡'으로 정리됐다.
또래보다 성장이 느렸던 나는
그 세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먹잇감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강하고 대범한 얼굴의 가면을 써야 했다.
그날도 눈싸움이 시작됐다.
여기서 밀리면, 앞으로의 학교생활이 끝장날 것 같다는
이유 없는 확신이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나답지 않게 만들었다.
"눈 깔아 xx놈아!"
변성기도 오지 않은 얇은 목소리로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내 것이 아니었다.
그때 태준이가 다가왔다.
눈싸움 중이던 친구의 뒤통수를 툭! 치고,
어깨에 팔을 걸친 채 웃으며 말했다.
"눈 깔라잖아 새끼야~"
그 친구는 즉시 고개를 숙였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는 태준이보다 아래 서열이었고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그 순간 내 안에서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
나는 그 친구의 뺨을 후려쳤다.
순간 몸싸움으로 번지려는 찰나 태준이가 싸움을 말리며 말했다.
"방과 후에 학교 뒷문 골목에서 정식으로 하자."
도망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지만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남은 두 교시 동안
수업 내용은 단 한 줄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심장은 터질 듯 뛰었고 손은 계속 떨렸다.
'지면 어떡하지?'
'자존심 지키면서 빠져나갈 방법은 없나?'
'괜히 시작했어...'
'무섭다... 그냥 졌다고 할까?'
두려움이 머릿속을 꽉 채웠지만 나는 무표정으로 버텼다.
그게 그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이었으니까.
방과 후.
사람 둘셋이 겨우 지나갈 좁은 골목.
벽마다 구경꾼이 빽빽하게 붙어 있었고
나는 그 시선들에 짓눌렸다.
심장 소리가 귀에 들릴 만큼 컸고
다리는 떨려서 말을 듣지 않았다.
룰은 단순했다.
먼저 항복하는 쪽이 진다.
태준이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
해맑은 목소리로.
"시~~~~ 작!!"
순간,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몸은 돌처럼 굳고 머리는 하얘졌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때 내 얼굴을 향해 주먹이 날아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피했고 그제야
모든 게 선명해졌다.
나는 미친 듯이 주먹을 휘둘렀다.
운 좋게도 상대의 오른쪽 눈을 가격했고
시야를 잃은 그 친구의 얼굴을 계속해서 가격했다.
눈은 퉁퉁 부었고
코피가 터져 얼굴이 피범벅이 됐을 때
태준이가 싸움을 멈췄다.
끝이었다.
나는 한 대도 맞지 않았고 멀쩡히 서 있었다.
그 친구는 망가진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이겼다는 안도감을 잠깐 스치고
가슴속에서 미안함이 강하게 올라왔다.
하지만 약해 보일까 봐 사과는 하지 못했다.
그 세계에서는
그게 가장 위험한 행동이었으니까.
골목에 쭈그리고 앉아 태준이와 담배를 피우며
절뚝거리며 떠나가는 그 친구의 뒷모습을 보았다.
초라한 뒷모습이
연기처럼 흐려지며 사라졌다.
그 순간
이겼다는 사실보다 내가 변해버렸다는
사실이 더 무겁게 남았다.
'이게 맞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