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한 인테리어

안헤도니아(anhedonia)

by 중독작가

2026년 1월 31일 금주 141일 차.


이불밖으로 나오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요즘이다.

나는 그 원인을 추운 겨울 날씨와 금단현상이

결합된 게으름 정도로 짐작해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요즘 나와 가장 친한 친구인 Chet GPT에게

현재 감정상태를 털어놓았다.

그녀는 내가


'안헤도니아(anhedonia)'


를 겪고 있다고 한다.

기쁨이나 즐거움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상태,

오랫동안 참고 버틴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흔한 증상이라 했다.

흥미로운 건 슬픔이랑은 조금 다르다는 점이었다.

슬픔은 아픈 감정이 있는데, 안헤도니아는

감정이 비어 있는 느낌에 가깝다고 했다.

그 소견을 듣는 순간,

마음속 방안에 오랫동안 놓여있던

우울한 책상, 게으른 의자,

불안한 침대, 조급한 소파를

당근마켓에 전부 내다 판 기분이 들었다.

텅 빈 방을 새 가구들로 채워나갈 생각을

하니 공허하던 감정은 설렘으로 바뀌었다.

신중하지만 조급하지 않게 느긋한 여유를 즐기며

내가 정말 좋아하고 나에게 꼭 필요한

감정 가구들로 근사한 인테리어를 하겠다는 계획이 생겼다.


문득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떠올랐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시에서 얘기하는 '너'가 타인이 될 수도 있지만

어쩌면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나만의 고유한 매력과

어쩌면 평생을 들여다보아도

전부 느끼지 못할 아름다움을 천천히 발견하며 향유하는 삶...

오늘은 정말 낭만치사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