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깐이었다.

나의 시선

by GZ양

연한 갈색눈의 바뀐 시선

어느 저녁 질척이는 수영의 날. 옆 반에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는 분이 보였다. 시력이 나쁜 나에게도 또렷하게 보였다. 그의 조금 다른 한 다리가. 하지만 이내 강사의 외침에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샤워실에서 서로 마주쳐 지나갔다. 우리는 각자 같은 반의 강습생과 담소를 나눴다. 샤워실 물줄기 소리에 섞인 대화는 그럭저럭인 일상과 자세, 강습에 대한 이야기를 거품을 털어내듯 씻어냈다.

몸을 말린 후 라커 앞에서 그와 마주쳤다. 나는 옷을 입었고, 그는 다리에 의족을 채웠다.

나는 그저 무덤덤하게, 낯가리는 평소의 모습으로 지나쳤다.

수영 후의 열기는 뒤늦게 올라온다. 얼굴은 상기된 채 땀이 맺혀 있었다. 바람 없는 쌀쌀함 속에서도, 나 혼자서 걸어가는 마른 나뭇가지와 하얀 불빛의 가로등이 있는 길에서 나의 또 다른 기억의 조각을 불러낸다.

꽤 오래전 일이다. 그때도 날씨는 쌀쌀했던 것 같다. 사실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날 나는 덜컹거리는 사다리에 내 몸을 던졌다. 금방이면 끝날 일이라 고양이 세수하듯 일을 처리하려 했었고, 기억은 없다. 단지 빨리 퇴근했을 뿐 구급차에 실린 채.

깨어났다.
나는 누워 있었고, 별로 아픈 것도 느껴지지 않아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한쪽 다리가 이상했다. 움직여지지 않았고, 내 손길에도 응답이 없었다.
나의 연한 갈색 눈은 색을 잃어버렸다.

“수술하면 괜찮아질 수도 있어요.”라는 말에
나는 다른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2주일 동안, 6인 병동실의 라디에이터 옆자리에서 물티슈로 몸이나 닦고 있었다.

다행히 내 눈은 조금씩, 조금씩 연한 갈색을 되찾고 있었다.

20여 년 만의 보행기는 생각보다 불편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경사진 길, 침대에서 일어나는 일, 샤워, 화장실 등등 가벼운 일상 모두가 바뀌었다.

한 번, 두 번 생각하고 두 번, 세 번 시행착오를 겪어도 넘어갈 일상이 곱절로 생각해야 하고 곱곱절로 시행착오가 생겼다.

회색빛 병원에서 딸그락거리는 보행기를 끌고 다녔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더운 겨울이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났고, 게다가 내 자리는 라디에이터 바로 옆

재활의 어느 날, 어느 한 부부가, 경사진 길에서 헤매는 나를 도와주었다. “감사합니다.”란 말을 가시 돋친 고슴도치처럼 튀어나왔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따뜻한 늦겨울 바람 속에서 나의 연한 갈색 눈동자가 돌아왔다.

눈동자는 돌아왔지만, 시선은 바뀌었다.
나는 헤매는 그들을 지나친다.
생각하고, 시행착오를 겪어가는 중이라는 생각에.

나는 잠깐이었고, 그들은 남은 평생의 시간일 것이다.


나는 정답도, 오답도 모른다.
길 위의 그들을 바라본다.
내 연한 갈색 눈은
그날 이후로 세상을 다르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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